“이번 정차할 역은 ‘힐링역’ 입니다”
백두대간 관광열차 O-트레인, V-트레인 탑승기
비경 감상은 기본…열차여행으로 삶의 여유 재충전
‘계절의 여왕’ 오월이다. 날도 좋고, 경치는 더 좋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이럴 때 운전대를 놓고 열차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숨겨진 백두대간의 절경을 즐기면서, 때묻지 않은 내륙의 정겨운 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는 ‘백두대간 관광전용열차’ O-트레인과 V-트레인을 타고 떠나는 기차여행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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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리실 역은 ‘힐링역’입니다.” 백두대간 기차여행의 또 다른 이름은 다름 아닌 힐링 여행이다. |
◆ 기차는 7시 45분 떠나네!
서울역에서 가장 예쁜 열차를 찾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O-트레인일 것이다. 오전 7시 45분 떠나는 O-트레인을 타기 위해 승객들이 바삐 열차에 오른다. 기대 반, 설렘 반…. 이번 여행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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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서울역에서 O-트레인에 승차하고 있다. |
☞ 백두대간 관광전용열차는 중부내륙순환열차인 O-트레인과 백두대간협곡열차인 V-트레인으로 나뉜다. O-트레인 출발역은 서울역이며, V-트레인은 분천과 철암에서 출발한다. O-트레인을 타려면 서울 및 수도권은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충청권은 순환 출발역인 제천에서, 영남권은 영주에서 각각 타면 된다.
◆ 우리들의 여행 스케치~
O-트레인 카페·전망실에 있으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예전 완행열차를 탄 듯한 느낌이다. 실컷 떠들어도 승무원이 뭐라 하지 않는다. 왜? 카페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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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법석한 분위기의 카페·전망실. 여행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
옆 객차인 연인·가족실은 칸막이가 있어서인지 예전 영화에서 봤던 오리엔탈 특급이나 유럽의 컴파트먼트 객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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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가 있는 연인·가족실. 연인 또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객실문 유리에는 원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반짝인다. 햇살이 비칠 때면 더욱 영롱한 색감을 자랑하며,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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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실 천장의 스테인드 글라스. |
☞ 본격 관광열차인 O-트레인 객차는 일반실인 에코실(1·4호차)과 1인석이 많은 카페·전망실(2호차), 칸막이와 유아놀이기구가 있는 연인·가족실(3호차)로 구성돼 있다. 예약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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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트레인 연인·가족실 내부 모습. 아이들 놀이기구도 있다. |
◆ 가지 않은 길…그러나 돌고 돌고 돌고~
서울역을 떠나 2시간 정도 달리면 제천역에 선다. 제천역은 순환열차인 O-트레인의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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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역에 두 대의 O-트레인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이 10시에 경북코스로 출발하는 열차다. |
여기서 한 대는 영월~태백~철암 등 시계 방향(강원도길)으로 돌며, 다른 한 대는 시계 반대 방향인 단양~영주~봉화(경북길)로 달린다. 양자 택일!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O-트레인은 순환열차. 어차피 한 번은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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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기차여행 되세요!” 반갑게 맞이하는 O-트레인 승무원들. |
☞ 서울 출발 시 자신의 열차편과 진행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만일 시계 반대 방향(경북길) 주행을 원한다면 서울역에서 타고 온 기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 백두산에 호랑이야 지금도 살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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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에 서 있는 V-트레인 인근에 커다란 호랑이 인형이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살아있는 호랑이처럼 생동감이 있다. |
백두대간 관광열차의 백미는 백두대간협곡열차인 V-트레인이다. 거칠게 말해 V-트레인을 타려고, O-트레인을 탄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엔진부분이 백호를 닮아 아기백호 열차로 불리는 V-트레인은 분천~철암 27.7㎞구간을 시속 30㎞로 천천히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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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트레인의 묘미는 백두대간의 비경을 창문을 열어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 봄바람이 더 없이 상쾌하다. |
V-트레인은 천장을 제외하곤 모두 유리로 되어 있다. 창문도 열 수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백두대간의 속살을 보는 재미,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 V-트레인은 분천과 철암에서 각각 3차례, 도합 6차례 편도 운행한다. 취재진처럼 제천에서 O-트레인을 타 시계반대방향으로 갔다면 V-트레인을 타기 까지 1시간 정도 빈다. 이 때는 점심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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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옆 식당의 파는 곤드레비빔밥.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 V-트레인 ‘있기! 없기!’
V-트레인에는 없는 게 많다. 에어컨이 없고, 전기 히터가 없으며, 화장실도 없다.
그러나 있는 게 더 많다. 선풍기와 바람이 있으며, 목탄 난로와 승무원의 훈훈한 인심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승객들의 탄성과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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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앞 마을의 즉석 장터. 기차가 다니면서 관광객이 늘어나자 할머니들이 산나물 등 팔 수 있게 됐다. 여행활성화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
V-트레인 1호차는 비밀을 하나 더 갖고 있다. 터널 진입시마다 이 비밀의 봉인이 풀린다. 비밀은 무엇일까? 직접 확인하시길!
◆ 석탄마을에서 보낸 반나절
V-트레인의 종착역 철암은 석탄마을이다. 아니 석탄마을이었다. 석탄산업이 번성하던 1980년대, 좁은 철암에 1만 5000명이 넘는 사람이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3000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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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석탄도시로 번성했던 철암.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들며 마을 역시 쇠락해가고 있다. |
봄비치곤 제법 내리던 오월의 어느날, 역 앞 시장은 더없이 을씨년스러웠다. 폐업한 가게가 문을 연 가게만큼이나 많아 보였다. 안전을 고려, 시장 건물의 철거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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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내 문곡역 인근에서 본 벽화. 석탄의 도시답게 탄광촌의 희로애락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있다. |
철암에서 나서 일흔 두 해를 보낸 진흥슈퍼 배복수 할머니도 내년 이곳을 떠난다고 했다. 이렇게 모두가 다 떠나도 철암역은 여전히 석탄마을로 기억될 것이다. 철암역 건너 산 만큼 높은 거대한 저탄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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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역 인근의 명소인 구문소. |
☞ 철암역에서 곧바로 분천으로 돌아가지 않고, 태백~영월~제천행 O-트레인을 타려 한다면 3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이 시간을 이용해 철암역 앞에서 렌터카(카셰어링 1644-0520)를 빌려 태백 인근을 여행하면 된다. 30분에 3000원이며, 3시간 60Km 주행시 유류비를 합해 3만원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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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 견학온 학생들. 표정이 5월의 햇살만큼이나 상큼 발랄하다. |
철암역을 출발해 구문소를 거쳐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고랭지채소밭인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석탄박물관 등을 돌아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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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 풍력발전단지로 가는 길에 만난 자작나무숲. 비오는 날이라 더 신비로웠다. |
만일 분천에서 이 만큼의 시간이 빈다면 역시 분천역에서 렌터카를 빌려 울진이나, 봉화 등을 여행하면 좋을 듯 하다.
◆ 다시 집으로…
오후 5시 35분 철암역을 떠난 O-트레인은 30분을 달린 뒤 추전역에 선다. 추전역은 북한산 정상보다 더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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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을 향해 출발하게 될 O-트레인이 철암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
그래서일까! 천미터가 훨씬 넘는 백두대간 고산준령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대개는 기념촬영을 위해, 더러는 산바람을 맞으러 다들 객실 밖으로 나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열차에서 잠시 내려보는 게 좋다. 사실상 추전역이 O-트레인의 마지막 정차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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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 |
추전역을 떠날 때쯤이면 산골마을의 석양이 진다. 그리고 오후 8시 무렵 제천에 돌아오면 어느새 사위가 어둡다.
오전 10시 제천을 떠나 꼭 10시간 만에 다시 제천이다. 제천에서 서울역까지는 다시 2시간 여를 더 달려야 한다.
밤이라 바깥도 안 보이고… 뭘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십중팔구는 긴 여독의 단잠에 빠져 있을 터이니…
☞ 오후 5시 35분 철암발 제천행 O-트레인은 제천이 종착역이다. 따라서 제천에서 서울로 가려면 다시 오후 8시에 출발하는 O-트레인으로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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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이드
지난 4월 12일부터 운행에 들어간 중부내륙순환열차 O-트레인은 제천에서 오전 9시 55분과 10시, 그리고 오후 3시와 3시 3분 등 4회 출발한다.
이 중 2회는 시계방향으로, 나머지 2회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돈다. 한번 순환하는데 4시간 50분이 걸린다.
가격은 1순환 기준 2만 7700원이며, 어린이는 50%, 만 25세 이하 청소년과 만 55세 이상 시니어는 30% 할인된다.
<백두대간 관광전용열차 운행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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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트레인은 분천에서 3회, 반대로 철암에서 3회 등 총 6회 편도방식으로 운행된다. 가격은 8400원. 기타 자세한 사항은 코레일 홈페이지 또는 전화문의(1544-7788)를 통해 확인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