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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률 칼럼] 노동리스크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20-04-21 09:24
  • |
  • 수정 2020-04-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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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리스크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정책이 역으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해가 대립되는 문제일수록, 진영논리가 충실하게 반영된 정책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노동정책이 대표적 예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상한 최저임금이 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큰 어려움이 되는 것은 좋은 사례다.

 

이에 노동정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용의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노동 상황을 살펴보고 노동 리스크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인사-노무관리적 측면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최근 경제 및 노사관계 상황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경제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데, 생산, 투자, 취업 부진이 현실화됐고, 최근 IMF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2%로 낮췄다. 실제로 금년도 3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올해 2%대의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예측되는 등 우리 경제가 심각한 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설비투자나 제조업 가동률 등이 L자형에 가까운 경기 흐름을 보이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도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낮은 경제활동참여율(고용률 66%)과 높은 자영업(25%) 및 비정규직(33%) 비중 등 고용 사정도 그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대의 높은 청년 실업률이 지속되고, 중장년층의 주된 노동시장 조기 퇴직도 여전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높은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로 대변되는 양극화 현상도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사관계 상황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주요 기업의 임금-단체협약 교섭과 노동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장 단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분규 없이 임금과 단체협약을 타결하는 등 외형적 노사관계의 안정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현안을 둘러싼 갈등과 톨게이트 등 공공부문 노사갈등도 여전하다. 중앙단위 노사관계 차원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탄력근로제도 등 보완방안 논의가 답보상태에 있고 ILO 핵심협약과 관련된 노사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도 상존하고 있다.

2. 노동존중과 노동조합 리스크

노동존중은 현 정부의 주요 국정 이념이다. 자본과 노동의 균형과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통해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중심 일자리'를 추구한다. 부당노동행위 엄단 등 노동권보장, ILO 핵심협약 비준, 최저임금을 인상 등 격차 해소,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조건 향상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노동존중을 실현할 핵심 정책수단이다.

 

현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가치는 전 정부와는 사뭇 다르다. 전 정부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합리적 제한을 지향한 반면, 현 정부는 노동기본권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양 노총은 이러한 노동환경의 변화를 조직 확대를 위한 계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민주노총은 제1노총 지위 확보를 목표로 200만 조직화를 주요 사업계획으로 설정했는데, 최근 한국노총의 조합원에 근접하는 조합원 100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적극적인 조직 확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존중''노조존중'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노동존중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반기업 정서로 연결되거나 노동조합의 과격투쟁, 또는 노노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청사, 정당 대표실, 검찰청사 점거나 양 노총의 건설현장 취업을 둘러싼 극단화된 노노갈등은 그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 리스크가 커지면서 사용자들도 노사관계에 대해 집단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고, 전국건설기계연합회는 소속 회원 1,000여 명이 정부 과천청사 운동장에 모인 가운데 건설기계노조의 불법행위 중지 규탄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노동조합 리스크에 대응한 사용자의 집단적 목소리임에는 분명하나, 경영계 전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영업자 등 취약 경영계층 중심의 목소리라는 한계를 보인다.

3. 노동정책과 노동행정 리스크

현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으로 인한 리스크는 아직 진행형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아직도 경제-사회적인 파급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고 빠르게 상승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자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하는 등 최저임금법을 일부 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상 상여금 조항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만 개정할 수 있는 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2013.12.18. 대법원이 제시한 통상임금 해석기준에서 벗어나는 판례가 잇따르면서 법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하급심에서 신의칙을 적용받았던 다수의 기업이 상급심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는바, 소송 중이거나 상고심 선고를 기다리는 다수의 기업이 신의칙 배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존중 정책의 또 다른 리스크는 산업안전 분야다. 20191월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존중의 정신에 따라 개정됐다고 명시돼 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핵심의 하나는 원청회사의 책임범위 및 처벌수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만큼 기업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노동행정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근로감독 혁신 등 노동행정의 빠른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기업에는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노사문제를 대화와 타협에 의한 해결보다는 노동위원회, 법원에서 해결하려는 노사관계의 사법화(司法化) 경향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노동정책 리스크는 무엇보다 CEO 처벌을 강화하려는 경향이다.

 

CEO 처벌을 강화하려는 경향은 산재예방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도 추진되지만, 양극화 심화 등에 따른 근로계층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추진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용인됐으나 법적 잣대로 판단하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관행적 경영행태는 리스크를 가중시킨다.

4. LO 핵심협약과 노동입법 리스크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노동입법 리스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실천과제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며, 비준에 필요한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노동조합법은 실업자 및 해고자 노조가입 인정하는 것과 전임자 임금지급은 급여지급 가능하게 하고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고 사업장 사업장내 생산, 주요업무시설 전부 또는 일부 점거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하였다

공무원 노조법은 퇴직공무원노조가입가능, 5급 이상 공무원 및 소방공무원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또 교원노조법은 퇴직교원에게도 노조가입 가능, 대학교원 노조설립 및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입법안에 대해 노사단체는 모두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는 사업장 점거 금지 조항 삭제, 단협 유효기간 확대 철회, 노조 임원 자격 제한, 실업자해고자 사업장 출입제한 철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간접고용노동자 단결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사업장 내 점거 또는 집회나 시위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찬반투표 유효기간(60) 설정, 재투표 제한(6개월) 등 쟁의행위 절차 보완,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을 요구하며 정부입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지금까지 기업 차원의 대응은 없었다. 이런 점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입법 리스크의 파장은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5.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동 리스크 관리는 무엇보다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 확립과 일관성 있는 대응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10% 초반의 낮은 조직률 등 노동조합의 핵심 가치인 연대와 단결이 약화되는 추세이지만 대기업 내 조직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세력화가 됐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강경투쟁만을 일삼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렵다. 노사는 대립할 수는 있지만 대결해서는 안 된다.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에 대한 CEO의 철학과 원칙을 확립하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인사노무관리 프레임도 근원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노동 리스크가 복잡해진 만큼 내부 및 외부 전문가의 협업이 중요한 시대다.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고 외부 전문가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노사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는 기업의 경우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없거나 무기력한 경우가 많다. 노동 리스크가 커질수록 관련 인재를 영입, 양성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외부 전문가의 조력은 균형 잡힌 시각의 올바른 대응 방안을 찾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노사관계의 사법화(司法化)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그간 당연시했던 경영 관행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하며, 더 나아가 모든 경영조치마다 준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동 입법을 둘러싼 정치사회 지형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행정 주도 시대가 아니라 정치 주도 시대다. 입법환경이 행정우위에서 정치우위로 근원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들도 입법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업활동에 긍정적인 입법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계의 조직화된 목소리에 대응해 경영계도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등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관련 R&D를 확대하고 대내외 소통창구를 활성화하는 등 경영자 단체의 기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한편, 노동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노사정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노동 리스크는 일자리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정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은 리스크를 동반하기 마련이며, 현재의 일자리 리스크는 친노동정책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일자리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노동정책의 보완, 속도조절 등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노동리스크 관리는 경영계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노동이 진정으로 존중되는 사회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경영계가 노동리스크 해소를 위한 노동정책의 보완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상률 행정학박사

​前)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現) ​열린노무법인 부대표

 

이주연 기자 simintv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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