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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서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재취업 ..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2-10-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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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2-10-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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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서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재취업

이정주씨 “제대 전에 희망직종 준비한 게 큰 도움”

[제대군인 성공시대] 취·창업 성공사례 ③

군병원에서 간호장교로 9년간 근무한 이정주씨는 제대 후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여군의 강인함과 조직적응력, 군병원에서 쌓은 다양한 임상경력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이정주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간호장교 출신인 이정주씨는 군대생활 중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컴퓨터 자격증도 취득해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쌓았다.
간호장교 출신인 이정주씨는 군대생활 중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컴퓨터 자격증도 취득해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쌓았다.

“선생님, 코피 나요.”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상명초등학교 보건실로 환자가 찾아왔다. 밤톨처럼 또랑또랑한 남자아이들이다. 체육시간 중에 코피가 났다는 아이와 “선생님이 같이 가라고 하셔서요”라면서 코피를 쏟는 친구의 팔을 다정하게 붙잡고 있는 아이는 보건실에 들어오자마자 보건선생님을 상대로 맹렬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수다 상대도 해가며 코피를 지혈해주는 이는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상명초등학교 보건교사 이정주(34)씨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해맑게 웃음보를 터뜨리는 모습은 TV드라마의 한 장면을 재현한 듯 단란하고 즐겁게 보였다. 보건선생님은 담임을 맡지 않아 아이들과 그다지 친하게 지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씨는 “전교생이 7백명인데 아이들 얼굴은 물론이고 성격도 다 파악하고 있다”며, “내가 모르는 얼굴은 전학생 정도일 것”이라고 자랑스러운 듯 웃었다.

“아이들을 좋아해 학교서 일하고 싶었어요”

긴 생머리에 원피스 차림의 여성스러운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만으론 상상이 되지 않겠지만 이씨는 9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대위로 전역한 간호장교 출신이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오빠의 영향으로 간호사관학교에 입학한 이씨는 임관 후 국군대전병원, 국군일동병원,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했고, 그중 7년을 정신과 간호장교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군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올 2월 제대했다.

간호장교들이 제대 후 대부분 병원으로 재취업하는 것과 달리 학교에 자리를 튼 이유가 궁금했다. 이씨는 “아이들을 좋아해 학교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이동이 잦은 군 생활을 하다 보니 한 곳에 정착해 안정적으로 살아보고 싶기도 해서 보건교사로 일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원하던 일을 하게 됐지만, 처음에는 곳곳에서 보이는 군대와의 차이점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획일화된 군대문화에 익숙해 있다가 제각각의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접하니까 좀 당황스러웠어요. 비슷한 표현으로 증상을 말하고 별로 불평불만이 없는 군인들과 달리 아이들은 증상을 설명하는 방법이나 원하는 치료법도 다양하거든요. 그 뿐만 아니라 학년마다 성장속도가 다르고, 남자아이·여자아이에 따라 심리도 달라요.”

그래서 이씨는 각기 다른 아이들을 접하며 자신감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그는 “아동발달과 아동심리에 관한 책을 다시 꺼내들고 공부하는 동안 쉽게 파악이 되지 않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어른과 다른 아이들의 미묘한 감정들을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아이들이 한명 한명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전교 학생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적응을 도와준 또 다른 ‘지원군’은 동료교사들이었다고 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민간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동료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적절한 조언도 해주는 등 유용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이정주씨가 보건실을 찾아온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주씨가 보건실을 찾아온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취업 영어면접도 미리 준비한 덕에 통과

‘제대 후 성공적인 재취업의 비결’을 묻자 이씨는 “원하는 직종을 정해 제대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듯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씨는 군대생활 중에 대학원을 다니면서 정신간호학 석사학위와 정신간호전문요원 1급 자격증,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영어원서를 읽고 교수님들의 번역을 도와드리며 영어 공부를 하는 등 제대 후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능력을 쌓기 위해 애썼다. 그 덕에 제대 후 3개월간 서울대 간호학과 연구소 연구원과 강남구 방문건강관리센터 팀장으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는 상명초등학교 보건교사로 등용된 것도 군대에서의 준비과정이 없었다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보았다.

“보건교사 선발의 최종 관문이 영어 면접이었어요. 저희 학교는 영어몰입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는 곳이라 24명의 외국인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학교 측에선 이분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건교사를 원했거든요.”

또한 9년 동안의 군 생활을 통해 몸에 익힌 습관과 경험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간호장교로서 부하장병들을 지휘하는 용인술을 배운 곳도 군대고, 반대로 조직의 일원으로 융화되어 효율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처세술을 배운 곳도 군대였어요. 조직 적응력도 뛰어나고, 군사훈련에서 극한을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고난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진 것이 제대군인의 장점일 것입니다.”

반면 군 생활이 사회적응에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꼭 필요한 말만 골라 정확하게 전달하는 군대식화법이 적극적으로 자기 홍보를 해야 하는 면접에선 오히려 감점요소가 되기도 한다”며,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포장법’을 익히지 않으면 아무리 자격증을 많이 갖고 있어도 면접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공:위클리공감]

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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