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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꾸러미 시골 밥상이 배달왔습니다”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3-08-10 08:57
  • |
  • 수정 2013-08-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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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꾸러미 시골 밥상이 배달왔습니다”

[농축산물 신유통 현장을 가다] ② 제철 꾸러미 사업

 

복잡다단한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 생산자 중심의 유통계열화와 직거래 확대가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직거래 확산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유통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 서로가 상생하는 신유통 현장을 공감코리아가 취재했다.(편집자 주)

“딩동! 꾸러미 배달왔습니다.”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꾸러미 소비자회원인 황윤지씨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제철 꾸러미 택배를 받아들고 있다.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꾸러미 소비자회원인 황윤지씨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제철 꾸러미 택배를 받아들고 있다.

서울 혜화동에 사는 대학원생 황윤지씨는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꾸러미 택배가 오는 매주 수요일 오전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또 뭐가 들어가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매번 택배상자를 받자마자 얼른 꺼내본다. 이건 달걀, 이건 양배추고… 어! 그런데 이건 못 보던 채손데, 뭘까?

“꾸러미를 받아본지 1년이 넘었지만 올 때마다 이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기대를 해요. 제철 유기농 농산물이라 무엇보다 안심이 되고,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농산물 먹는다는 즐거움도 커요. 또, 할머니와 함께 꾸러미를 열어 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할머니가 채소며, 나물들을 알려주세요. 그러다보니 저절로 할머니와 대화를 많이 나누게 돼요. 꾸러미 덕분에 몸도 건강해지고, 가족간에 더 화목해지는 것 같아요.”

생산자가 농사지은 농산물을 도시에 있는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는 ‘제철 꾸러미’가 새로운 직거래 유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업체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월 10만원의 회비를 내면, 매주 1차례 꾸러미가 배송된다. 5만원을 내는 격주 회원 꾸러미와 또 월 2회 꾸러미를 받는 1인 꾸러미도 운영되고 있다.

황윤지씨가 막 배달온 꾸러미를 열어 주방 탁자에 올려놓고 있다.
황윤지씨가 막 배달온 꾸러미를 열어 주방 탁자에 올려놓고 있다.

꾸러미 안에는 곡류, 채소류, 나물류, 과일류 등 텃밭 등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7~9개의 농작물이 들어있다.

현재 제철 꾸러미 사업은 언니네텃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곳은 황씨가 회원으로 있는 언니네텃밭 등 손에 꼽는다고 한다.

언니네텃밭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농민들로 이루어진 게 특징이다. 강원도 횡성군의 오산공동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7개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공동체마다 담당하는 지역이 조금씩 다른데, 오산공동체의 경우 서울 마포·용산·종로구 등과 연계돼있다.

매주 화요일 농민들이 모여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로 꾸러미를 만들어 택배를 보내면 수요일 오전 중에 각 가정으로 배달된다.

내용은 매주 바뀌는데 곡류, 채소류, 과일류 등을 밭에서 기른 작물과 산에서 직접 캐는 나물 등을 포함해 연중 50~60가지가 된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농민들이 꾸러미에 넣을 고구마줄거리를 다듬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농민들이 꾸러미에 넣을 고구마줄거리를 다듬고 있다.

막바지 장맛비가 세차게 됐던 지난 6일은 오산공동체가 109번째 꾸러미를 싸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작업터에 모인 농민들은 막 수확한 고구마줄거리를 다듬느라 취재진이 온 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날 준비된 농작물은 고구마줄거리를 비롯해 보리쌀 400g, 유정란 8알, 유기농콩 두부, 깻잎, 밤호박, 양배추, 토마토잼, 식혜 등 9가지.

박은자 오산공동체 대표(65)는 “꾸러미에 넣으려고 오늘 새벽 밭에서 부지런히 땄다”며 “이건 괜찮은데 다른 채소들은 비가 너무 자주 내려 많이 망가졌다. 다 썩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내 자식들에게 준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재배하고, 가장 좋은 것만 골라서 보내고 있다”며 꾸러미의 장점을 설명했다.

제철 꾸러미 사업은 소비자와 농민 모두 ‘윈윈’하는 대표적인 도농상생 프로그램이지만 농민, 특히 소농이나 여성농민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산공동체 농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계속된 작업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오산공동체 농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계속된 작업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오산공동체 회원 정복련씨(59)는 “예전에는 농작물을 농협에 팔거나 읍내시장에 가 직접 판매를 했는데 수입이 적고 들쑥날쑥했다”며 “이제는 그래도 평균 50~60만원 이상 매월 가져간다. 월급받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소비자 회원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앞서 언급된 황씨도 “생산자들이 수익을 얻었으면 하는 생각에 꾸러미를 신청하게 됐다”며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생산자와 직접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해 꾸러미 정신에 대해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오산공동체 막내이자 회계를 맡고 있는 한영미씨(48)는 “꾸러미 양이 많은 편이고, 요리를 직접 해야 되는 등 핵가족화되고 바쁜 도시민들에게 안 어울리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소비자가 있어야 꾸러미사업이, 더 나아가서는 텃밭농사와 여성농민들이 유지될 수 있다”며 도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109번째 꾸러미안에 들어간 편지. 농작물에 대한 설명과 요리법은 물론 제철 농사에 대한 진솔한 내용등이 담겨있다.
109번째 꾸러미안에 들어간 편지. 농작물에 대한 설명과 요리법은 물론 제철 농사에 대한 진솔한 내용등이 담겨있다.

실제로 제철 꾸러미 사업은 몇 해전만 하더라도 급증세를 보였으나, 최근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오산공동체도 현재 소비자 회원이 63명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지자체에서 박스를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원이 법인에 집중되고 있는데 오산공동체는 아직 법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씨는 “지원을 받기위해 법인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며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저장고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도농교류행사 사업지원의 일환으로 꾸러미사업체 소비자회원들의 산지초청 행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우수직거래 꾸러미사업자를 선정해 마케팅 및 홍보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은자 대표님은요. 겨울농사를 특히 잘하세요. 온풍기나 난로를 사용하지 않고 상추, 월동초, 시금치, 토종파 등을 수확하시죠. 신상옥 언니는 땅콩을 잘 지어요. 땅콩하면 오산리에서 상옥언니를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복련 언니는 농사도 잘 짓지만 나물을 잘 캐요. 초봄 산에서 취나물, 참나물, 고사리 등을 금세 한 소쿠리 캐요. 복희 언니는 야생 둥글레를 볶아 차로 만드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이처럼 우리 오산공동체 언니들은 농사에는 모두 일등이에요”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농민들이 꾸러미에 들어간 농작물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농민들이 꾸러미에 들어간 농작물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오산공동체 식구들을 소개하는 한영미씨의 얼굴에는 그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제철 꾸러미’가 단순한 택배 거래행위가 아닌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땅이 주는 사랑의 나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의 :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033-345-2468, 언니네텃밭  02-582-1416

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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