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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요즘 유튜브에서 신나게 일본을 까서 인기를 끄는 이가 있다. 구독자가 26만여 명에 달하는 파워 유튜버. 『굿바이 일본』이란 책을 썼고, 일본에서 경영학 교수를 했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허여멀건 피부에 펑퍼짐한 얼굴,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스타일이다. 평범한 외모에 비해 말이 청산유수에다 코믹하여 재미도 있다. 일본에서 오래 살다 와서 아는 게 꽤 있어 보이는데, 깐족거리는 입이 가볍다.
결혼은 일본 여자랑 했다는데, 입만 뻥긋하면 그쪽 동네를 욕하니 신기하다. 처가 예쁘면 처가 쪽 말뚝 보고 절한다는 속담도 말짱 헛말이었나.
그는 나경원과 장제원이 친일 사학재단의 후예이고, 각계에 친일파가 넘쳐난다며 거품을 문다. 별로 공도 없는 백선엽이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었다는 소식에 열불이 난단다. 그러면서도 자칭 진정한 보수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우선, 일본 요리는 독창성도 없고 형편없이 단순하며 깊이도 없고 밋밋하다고 했다. 서양인들이 일뽕에 빠져서 대단하다고 믿는 거란다. 맛이란 주관적이라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리는데, 내 입맛에 안 맞는다고 그렇게 말해도 되나?
까기만 하려 들면, 우리 비빔밥도 대충 데친 나물과 달걀부침을 얹은 별거 아닌 요리다. 김밥은 일본의 노리마키에서 유래된 음식이므로 ‘노리마키보다 역사가 짧은 하찮은 모방품’이고.
북구라파 같은 데 여행 가면 식당에서 김치를 꺼내놓지 말라고 가이드가 신신당부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 마늘, 된장, 청국장은 외국인들에게는 냄새 고약한 혐오식품이다.
일본에서 오래 근무하고 일본 문화에 관한 책을 낸 친구의 말로는, 일본 요리는 프랑스 요리 다음으로 세계화, 고급화되었다고 한다. 일본 서부 여행 중에 그들의 여러 요리를 먹어보았는데, 정갈하고 맛있었다.
한편 한국은 롤러블 텔레비전, MP3 플레이어,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였으니 혁신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은 혁신해본 적이 없는 민족, 앞으로도 영원히 혁신할 수 없는 형편없는 나라란다.
하지만, 그의 논리대로라면 일본 또한 캠코더, 건전지, 플래시 메모리, QR 코드와 같은 혁신적인 발명품이 수없이 존재한다. 1920년대에 항공모함을 만들어 미국과 맞짱을 떴고, 우리는 전무한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25명이나 된다. 국뽕에 취해도 너무 심하게 취한 것 아닌지?
일본의 문화는 폭삭 망하고 있다고 비판을 넘어 거의 비난을 하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돌 음악과 같은 일부의 현상을 확대하여 해석했다. 닌텐도, 소니가 버티고 있는 일본의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강세가 여전하다. 우리는 없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2명을 배출했다.
그의 말대로면, 일본은 과대 평가된 섬나라로 망해도 여러 번 망했어야 한다. 자신이 겪은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일본인이 세계에서 가장 정이 없다고 비하하는 것도 이상하다. 내 부모님의 말씀과는 너무 달라서다.
내 부모님은 일제 때 일본에서 13년간 사셨는데, 일본인 집에서 세를 살 때 목욕물을 데우면 부모님께 꼭 먼저 목욕하라고 권했고, 이사를 하는데 찹쌀과 밤을 선물로 주더란다. 배급제가 시행되던 시절, 반장이 “식구 중에 한 사람이 안 보인다”고 하길래, “잠깐 도시로 나갔는데 곧 돌아온다”고 답했더니, 일본인이면 안 봐줄 사안인데도 조선인이라서 눈감아 주었다고.
우리가 극일克日을 하는 방법이 터무니없이 남을 낮추고 나를 높이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강해졌다면, 심리적 승리로 위안을 삼을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우리 자신을 드러내고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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