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 사랑으로 품어요
[세계 곳곳에서 땀 흘리는 한국인들] 파라과이 봉사활동
재활원의 ‘희망씨앗 목장’ 에서 동물 돌보고 정서적 안정 찾으며 전문 교육도
거리 생활로 어려움을 겪던 파라과이 청소년들에게 ‘희망씨앗 목장’은 보금자리이자 새로운 꿈이다. 현지에서 청소년들을 돕는 코이카 김유신, 백선영 단원 (왼쪽 가장자리 줄). /사진=코이카 |
거리의 아이들. 매일 구걸해 끼니를 때울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돈을 벌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추위와 배고픔을,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였다. 배가 고파 빵을 훔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파라과이의 취약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갔다. 꿈도 희망도 없어 보였다.
그런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파라과이 산 로렌소(San Lorenzo) 남쪽에 위치한 ‘녜미트 취약 어린이·청소년 재활훈련원’. 그들은 이 곳에 들어와 ‘희망씨앗 목장’을 일궜다. 늘 하던 마약 대신 페인트 통을 들었다. 돌과 모래를 운반하고 페인트 칠을 하면서 목장을 세웠다. 목장을 만든 후에는 동물들을 돌봤다. 각자 동물 한 마리씩 맡아 먹이를 주고 목장을 청소하며 책임감을 키워나갔다. 불안한 거리 생활이 일상이었던 아이들은 동물들과 어우러지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이 파라과이 정부와 협력해 만든 ‘희망씨앗 목장’ 이야기다. ‘희망씨앗 목장’은 파라과이의 취약 어린이·청소년 재활을 돕기 위해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목장 운영이다. 2012년 8월 파라과이에 파견돼 ‘희망씨앗 목장’에서 일하고 있는 코이카 단원 김유신(28) 씨는 목장이 갖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과 교감하는 것은 청소년의 정서 안정에 좋다. “파라과이에 와서 보니 동물이 정말 많더군요. 반려동물을 통해 심리나 정서가 불안정한 어린이들을 치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끼를 사오던 날, 아이들이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동물들이 생산한 유제품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영양 공급을 해 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자급자족 시스템이다.
목장 운영은 정서치료와 유제품 자급자족 2중 효과
현지에 목장을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 씨는 “언어장벽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도움을 얻어내기 위해 사업 설명과 진행 상황을 알리는 데 필요한 언어 실력이 부족했던 것. 한국에서는 한 시간이면 끝날 설명이 세 시간, 네 시간 넘게 이어져야 했다. 한국 사람에 비해 느긋한 파라과이인의 문화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길거리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목장 일에 적응시키는 것도 과제였다. 김 씨는 “거리에서 생활해 온 터라 아이들 대부분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제력이 약했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 정서와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일도 잦았다.
파라과이 정부는 목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동물들의 건강 관리와 아이들의 기본적인 교과과정 교육을 돕는다. 코이카 봉사단원들은 음악, 색종이 접기, 독서 등의 수업 지원으로 아이들의 재활을 지원하고 있다.
고된 과정을 거쳐 ‘희망씨앗 목장’ 프로젝트는 하나씩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씨는 변화하고 있는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남자아이는 열두 살에 이미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어요. 너무 배가 고파서 빵을 훔치다 잡힌 거였죠. 오랜 길거리 생활로 지친 아이는 마약을 하고 범죄를 되풀이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아이를 목장으로 데리고 왔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아이는 아침 일찍부터 목장을 청소하고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더군요. 지금은 밝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노래도 잘하는 멋진 친구입니다.”
또 다른 여자아이는 ‘희망씨앗 목장’에서 전문 미용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 여동생과 함께 길거리 생활을 하던 아이였다. 목장 식구가 된 아이는 손재주가 좋아 친구들의 머리를 따주기도 하고 네일아트도 곧잘 해 냈다. 김 씨는 “장학금을 모아 아이가 미용을 배울 수 있도록 학원비를 지원해 줬다”며 “미용 교육이 모두 끝나면 전문 미용사가 될 수 있어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 하나 하나가 코이카 단원들에게는 큰 보람이다. 김 씨는 “이들이 잘사는 집 아이와 다를 바 없이 공부하고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