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진, 세계 최초로 독수리 유전체 정보 확보
썩은 고기 먹어도 이상 없는 특이유전자 확인
천연기념물 독수리의 유전체 정보가 정부 공동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중앙과학관, 테라젠바이오연구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학명: Aegypius monachus)의 유전체(게놈, genome) 정보 분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제공한 살아있는 독수리(두 마리)의 혈액 시료를 이용해 DNA와 RNA 서열을 생산했다.
이를 첨단 차세대 DNA 해독기와 생명정보학 기술을 활용한 5개월간의 유전체 서열 분석으로 약 20만 개의 독수리 유전자(unigene)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독수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독수리는 위산의 분비·면역과 관련된 유전자가 특이하게 변화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독수리가 썩은 고기를 먹는데도 질병과 병원균 감염이 되지 않는 이유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는 데 매우 큰 의의가 있다.
독수리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테라젠바이오연구소장 박종화 박사는 “독수리의 경우 매와 진화적으로 약 8000만 년 전에 나눠졌음이 처음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공동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과장은 “이번 독수리의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앞으로의 독수리 연구에 획기적인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면서, 이번 공동연구가 사라져가는 천연기념물 조류의 종 보존을 위한 유전체 연구 분야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그간 독수리의 생태를 분석하고 보호하기 위해 몽골과 협약을 통해 일부 연구가 진행됐으나, 유전자를 확보하고 전장 유전체와 전사체(轉寫體, 발현된 RNA의 총합)를 분석해 생리체계, 생태·형태적 특징을 밝히는 분자적 수준의 연구는 매우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독수리는 가축 등의 동물 사체를 먹어 없애 사체에서 발생하는 탄저균 등의 병균이 사람과 동물을 감염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어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독수리의 주요 번식지인 몽골지역의 축산업 변화에 따른 가축 사체 감소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시행한 전국 48개소 독수리 월동 지역의 실태조사 결과 지속적인 먹이 제공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개체군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독수리 생존을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