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선되면서 대선 이후 야4당 지도부 진용이 최종 확정됐다. 안철수 체제로 인해 국민의당은 더욱 선명하게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울 것으로 보여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치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은 인사청문회와 주요 쟁점 법안 처리 등에 있어서 야당의 공세와 견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대표는 27일 전당대회에서 51.09%의 득표율로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에 올랐다. 2위인 정동영 의원과 1만3천여표 차이였다. 우려했던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당대표에 올랐지만 6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해 당내 화합의 숙제를 떠안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안철수호'는 보다 선명한 기조로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수락 연설문에서 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대한민국와 안전과 평화를 위해 상황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무능, 분별력 없는 약속과 선심 공약과도 분명히 싸울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나열하기도 했다.
일례로 계란 파동을 언급하며 "국민들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어도 되는지 불안한데, 총리가 '짜증을 냈다'며 오히려 짜증을 내면서 하루에 몇 개씩 평생 달걀 먹어도 걱정 없다고 큰 소리 치는 모습에는 그들만의 코드인사가 부른 오만함이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전쟁 용어도 등장했다. 그는 "적진에서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고, 적진에서 제일 나중에 나올 것"이라며 비유했다.
또한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 소리 치는 모습에서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고 말해 한명숙 전 총리의 출소 이후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추미애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 민주당 "협치 더 어렵게 됐다" 긴장,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가능성↑
국민의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처리나 대법원장 및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표결 등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의당이 국무총리 인준안부터 추경 예산 등 주요 고비마다 어느정도 정부여당에 협조를 했기 때문에, 안 대표 체제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바뀔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날 안철수 대표의 메시지는 당안팎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국민의당 핵심 당직자는 "안 대표의 발언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위가 높았다"면서 "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 국민의당과의 협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 수위가 쎘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추미애 대표도 그렇고 당 대표는 원래 선명하게 나가기 마련"이라며 "대표들은 강경해도 원내대표들끼리는 국회를 끌어가는 입장에서 따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안 대표는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사안에 대해 먼저 해법을 가질 것이다. 정부여당에서 제시하는 해법과 같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반대를 하겠다"며 "자유한국당처럼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저희들의 (준비된) 요구를 받으라고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철수 체제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도 적극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극중주의를 통한 노선 확립과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특정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같이 내고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 단일화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해 다른 야당들도 정기국회와 내년도 지방선거 및 개헌정국에 미칠 파장에 대비해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초반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