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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미사일 주권' 회복.. 中·日 반발은 불가피
입력 : 2017-09-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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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정상이 4일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그 동안 한미는 한국 정부의 대외 약속 성격인 미사일 지침으로 한국이 일정한 성능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도록 제한해 왔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걱정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 군이 유사시 북한 도발에 대한 독자적 응징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양국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우리 군의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지는 건 1979년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얻으려고 지침에 합의한 지 38년 만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사거리 800㎞ 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을 500㎏에서 2배인 1톤 수준으로 상향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 밖에 아예 제한 자체를 없앴다. 500㎏짜리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위력이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시설을 비롯한 핵심 시설을 지하벙커에 구축해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핵심 표적을 실질적으로 타격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탄두 중량을 1톤 이상으로 늘리면 지하 수십m 깊이에 구축된 시설도 파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유사시 수도 평양을 버리고 백두산 인근 삼지연 등 북부 지방 지하시설에 숨더라도 우리 군 탄도미사일의 정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참수 작전’의 옵션이 추가되는 셈이다.

정상 합의대로 지침이 개정되면 우리 군은 현무-2C(사거리 800㎞) 등 탄도미사일이 무거운 중량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성능 개량에 착수할 전망이다. 위력이 강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이 갖고 있는 탄도미사일은 현무-2C와 더불어 각각 사거리가 300㎞, 500㎞인 현무-2A, 현무-2B 등이다. 현무-2A, 현무-2B는 이미 실전 배치됐다. 현무-2C는 지난달 24일 최종 비행 시험을 마치고 배치를 앞두고 있다. 현무-2C는 남부에 배치해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지만 탄두 중량이 500㎏으로 제한돼 위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사일 지침을 지키느라 일정 수준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았을 뿐 한국이 기본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신형 미사일 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지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3축 체계 중 한 축인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실효성도 커진다. KMPR은 북한이 한국에 핵공격을 가할 경우 북한 지도부를 포함한 핵심 시설에 탄도미사일을 대량 발사해 파괴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따라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이 재래식 무기로 어느 정도 ‘공포의 균형’을 이룬다는 개념이다. 고강도 응징을 예고해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탄두 중량 제한 해제는 사실상 탄도미사일 사거리 확대나 마찬가지다. 사거리는 탄두 중량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사거리 800㎞인 탄도미사일에 1톤 이상의 탄두를 싣는 기술을 개발할 경우 탄두 중량을 줄이기만 해도 사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어서다. 우리 군이 사실상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기술을 확보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국이 ‘미사일 주권’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침 형태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한 것은 미사일 주권 제약이라는 지적이 그 동안 끊이지 않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과시할수록 미사일 지침에 대한 비판론도 불거졌다.

그러나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들의 반발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할 몫이다. 탄두 중량 확대에 따른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어서 이들이 우리 미사일 공격권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사일 성능을 강화하려면 결국 미국으로부터 부품ㆍ기술 등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도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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