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를 넘어 아라라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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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를 넘어 아라라트를 만나다

옥창열


 

 

 

휘감고 조여오던 상념과 어지럼도

이국의 태양 아래 씻은 듯 사라지니

역마살 떠도는 것도 팔자인 듯하여라

 

 

아제르바이잔

 

바다 같은 호수를 낀 불의 나라 도착하니

사막화 진행되는 민둥산이 안쓰럽다

선사인 남긴 암각화엔 사냥감이 넘치는데

 

* 아제르바이잔 : '불의 나라'라는 뜻

 

라이터 그어대면 검붉은 불 올라오고

용암 대신 올록볼록 진흙 화산 숨 쉬는 곳

땅속에 그득한 보물 신이 내린 선물인가

 

먹장구름 몰려드는 중부 고원 넘어서니

척박한 황무지가 비단결 푸른 벌로

이곳을 경계로 두고 문명 야만 갈리는지

 

옛 교회 땅속에는 바이킹 유골들이

카라반 숙소에는 실크로드 그릇들이

역사를 쓰고 있구나 이 땅에 명멸해 간

 

사람 내 맡아보려 바자에 들렀더니

몸 잃은 양 머리들 눈알을 부릅뜬 채

두 발로 오가는 이들 부럽게 쳐다본다

 

프레스코 현란한 칸의 여름 궁전에는

주인은 간 곳 없고 오백 살 노거수가

두 팔을 한껏 벌리며 손님맞이 한창이다

 

번화가 거니는데 섹스 마사지 호객꾼이

내 나이를 착각했나 소매를 잡아끈다 

율법이 엄중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네 

 

 

아르메니아

 

연초록 고산지대 흰 눈 덮인 산봉우리

환상적인 풍경이 선경을 방불한데

그중에 콧대가 높은 민족 하나 살고 있다

 

산 채 껍질 벗기운 사도를 기리는지

이 산비탈 저 산등성 첨탑이 풍년이다

지천인 양귀비꽃에도 십자 문양 또렷하고

 

* 십이사도 중 성 바로톨로메오가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전승이 있다.

 

옥빛 세반 호숫가에 야생화 만발하고

반짝이는 윤슬 위로 갈매기 낮게 나니

여기가 천당인 것을 죽어 천당 찾을 건가

 

바위 동굴 수도원 천 길 절벽 석조 교회는

이교도 신전 앗아 간판 바꿔 단 거라는데

신앙이 무엇이길래 장물아비도 서슴잖나

 

노아 방주 전설 품은 아라라트 앞에 서니

만년설 인 선경에 외경심이 절로 난다

이 민족 마음의 고향 꿈에서도 보일 듯한

 

강대국 박해받아 정처 없이 떠난 유랑

수많은 발명으로 인류사에 공헌하니

명석한 두뇌로 치면 유대인 뺨을 치네

 

자유를 찾았지만 삶은 녹녹지 않구나

꽃다발 두 개 손에 든 아이가 떨고 있다

구체제 그리워하는 노년층도 있다 하니

 

 

조지아

 

교회 첨탑 사이로 포도밭이 펼쳐지고

흰 구름 모자를 쓴 고산이 아득하다

기독교 나라 아니랄까 국기에도 붉은 십자

 

신앙으로 물리치려 대장경판 새기듯이

요새마다 거대 성당 곳곳에 지었구나

무심한 나비 한 마리 성벽 새로 날아간다

 

외침에 시달리던 산정 성곽 마을에는

진초록 녹음 속에 야생의 양귀비꽃이

희생된 고혼 달래며 피처럼 피어있다

 

눈 돌리면 산인데 등산객은 볼 수 없고

서른만 넘어서면 운동도 안 한다는데

그 무슨 조화를 부려 장수를 한단 건지

 

험준한 벼랑 타고 구름 위로 올라서니

설산에 흰 구름 그림자 내려앉고

외로운 코카서스가 우릴 향해 환호한다

 

스탈린이 태어났던 고리를 지나가니

소 양 떼 풀을 뜯는 대평원이 펼쳐진다

이처럼 기름진 땅에 독재자가 웬 말인가

 

검은 파도 넘실대는 흑해에 도달하니

포성과 아비규환 환청이 들리는 듯

가볍던 걸음걸음이 땅에 붙어 천근이네​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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