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이내 심폐소생술의 힘
건강, 질병 정보…응급처치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집이나 길에서 심정지로 갑자기 쓰러진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고 뒤늦게 누군가가 119에 신고를 하겠지요.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는 대부분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하게 되죠. 그 동안 환자는 뇌와 심장에 혈액이 순환되지 않아 뇌와 심장이 죽어가는 상태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하여 기본심폐소생술을 시작하게 되는 시간은 심정지가 발생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이후일 것입니다. 이때에야 비로소 최초의 가슴압박이 시작되고 동시에 자동제세동기가 부착되며 이후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근처 응급센터로 환자를 이송하게 됩니다. 하지만 4분 이상 상당한 시간동안 중요한 장기인 뇌와 심장으로 혈액순환이 되지 않게 되면 심장은 다시 뛰기 힘든 상태가 되거나, 심장이 다시 뛰더라도 뇌는 정상기능으로 회복되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든다면, 치료 중 다시 사망하는 경우, 혼자서 일상생활을 못하는 경우, 의식회복이 안되어 평생 침상에 누워 지내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상 일반적인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2.5%라고 보고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심정지 환자는 소생에 이르지 못하거나 치료 중 사망하고 생존하더라도 정상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심정지 환자가 쓰러졌을 때 주변 사람들 중에 기본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사람이 있고 근처에 자동제세동기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물론,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본심폐소생술 방법은 먼저, 쓰러진 환자가 목격되었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도와줄 사람을 정확히 지적하여 119 신고와 자동제세동기(AED)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그러나 혼자라면 본인이 119에 신고를 한 다음 환자에게 다가가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란 말과 함께 어깨나 가슴을 두드려 봅니다. 그래도 전혀 움직임 등의 반응이 없고 숨을 쉬지 않고 혹은 헐떡거리는 숨을 쉰다면 바로 가슴압박을 시행합니다. 가슴압박은 양쪽 젖꼭지를 이은 선 중앙이나 가슴의 흉골 하부 1/2지점을 단단한 손바닥 부위로 팔을 펴고 분당 100회에서 120회의 속도와 5cm에서 6cm정도의 깊이로 압박을 시행합니다.
인공호흡은 기본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구조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의 비율은 30:2로 30회의 가슴압박과 2회의 인공호흡을 반복합니다. 계속적인 흉부압박으로 구조자가 지치면 가슴압박 횟수나 깊이가 느려지거나 얕아질 수 있으므로 가슴압박 시작 2분 후 다른 구조자가 가슴압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혹시 주변에 자동제세동기(AED)가 있고 사용하는 것을 교육받았다면 다른 구조자가 가슴압박을 하는 중에 AED를 켜고 패드를 가슴에 붙이고 AED에 패드를 연결하고 AED가 지시하는 대로 리듬 분석과 전기 충격을 진행하면 됩니다. 가슴압박을 하는 중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면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인계하면 됩니다.
이렇게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적절한 가슴압박과 AED 사용으로 환자의 심장이 자발적으로 다시 뛰게 할 수도 있으며, 심장이 자발적으로 뛰지 않더라도119 구급대원 및 응급센터에서 전문심폐소생술을 할 때까지 뇌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여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일본에서는 적극적인 전 국민의 심폐소생술 교육과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AED를 전국에 설치하는 사업을 펼친 이후 심정지 환자 3명에 1명꼴로 뇌기능의 장애를 남기지 않고 퇴원한 결과를 보고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병원과 보건소, 학교, 공공단체에서 기본 심폐소생술 실습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교육받은 일반인이 많지는 않지만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보고되며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고, 성인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은 자신보다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전국민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전국에 AED가 설치되면 심정지환자의 생존율도 상승할 것입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일반인은 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자세한 교육받는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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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종환(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서울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