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K팝 범주를 넘어 지구촌이 ‘싸이 월드’
빌보드 3주 연속 2위·영국 차트 1위 자체로도 놀라운 일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연일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드디어 중국 차트 1위를 차지했고, 놀랍게도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주째 굳건히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만 계속하는 게 아쉽다는 분들도 있지만 현재 미국 시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쉬워하기보다는 대견해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미국 음반시장은 현재 4분기를 맞이해 빅 아티스트들의 신곡과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의 흥행과 음악적 평가는 앞으로 있을 미국의 양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그래미 어워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보 발매가 늘고있는 것이다. 한국도 가을이 되면 음반발매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즉 1년 농사의 수확기이자 ‘대목’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꿋꿋하고 옹골차게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 된 노래가! 이에 대해 빌보드지의 음악담당 편집장인 벤자민 잉그램은 “만약 6개월 전이었다면 ‘강남스타일’이 이미 빌보드 1위를 몇 주째 기록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또한 “‘강남스타일’이 쟁쟁한 곡들과 1위를 놓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칭찬도 덧붙였다.
빌보드지 편집장 “6개월 전이었다면 1위 했을 것”
“싸이의 인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요즘 참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똑같은 답을 한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 단번에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시장이다.
통계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한 지역에서만 1년에 수천 개의 밴드와 뮤지션이 데뷔했다 사라진다고 한다. 이토록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하는 뮤지션만이 그나마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빌보드 차트의 쌍두마차인 싱글 차트 100위와 앨범 차트 200위 안에만 들어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그런데 싸이는 당당히 3주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표현한 것처럼 뮤직비디오 한 편만으로 ‘코리안 랩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손꼽히는 연예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손을 잡은 사실도 향후 활동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박찬호 선수에게 큰 성공을 안겨줬던 스캇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 시장을 좌우한다면, 미국 음악시장은 매니저의 힘이 큰 작용을 한다. 매니저의 능력과 네트워크에 의해 설 수 있는 무대와 공연 횟수, 개런티 등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싸이의 인기가 유지되려면 음반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공연이다. 미국 뮤지션들은 새 음반 발매와 함께 순회공연 스케줄을 잡는 게 상식이다. 그만큼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데 있어 공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명 뮤지션들이 한 해 공연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런 면에서 스쿠터 브라운과의 만남은 싸이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싸이의 향후 행보를 밝게 보는 두번째 이유는 유럽에 있다. 한국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영국(UK) 차트 1위이다. 우선 비틀즈의 고향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하다. 예전만 못하다 해도 영국은 명실상부한 팝의 종가이다. 그리고 프랑스, 독일과 함께 유럽 음악시장의 빅 3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영국은 여전히 유럽에 음악을 보급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영국에서 인기가 있는 음악은 유럽 다른 나라에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이 역할은 영국 음악시장의 큰 강점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너무 빌보드 차트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다양한 문화수용력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며칠 전 영국, 스페인 음악관계자와 통화를 했을 때도 그들은 영국차트 1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싸이가 가급적 빨리 영국을 비롯한 유럽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면 한다. 유럽은 특히 각종 음악페스티벌이 많은 대륙이다. 이것은 그만큼 싸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전해준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강남스타일’이 유럽에서 클럽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클럽에서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그 노래가 그만큼 대중에게 깊이 파고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싸이 신드롬을 가리켜 ‘한류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강남스타일’이 한류와 K팝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강남스타일’을 한류와 K팝이라는 국가적 색깔로만 묶어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메가 히트는 이미 기존의 한류와 K팝 노선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보다 진정한 한국 음악의 인기를 원한다면 먼저 방송국 주도하에 인기 가수가 쭉 나와서 노래 한 두 곡만 하고 들어가는 종합선물세트식 공연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결국 개인이 돌파해야 한다는 진리를 ‘강남스타일’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누려본 적 없는 한국 음악의 호사
이와 함께 한류와 K팝의 이면에 은근히 흐르고 있는 ‘우월감’도 더 큰 ‘겸손함’으로 변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음악을 그토록 사랑하는 국가들의 음악이 과연 한국에선 1년에 몇 번이나 소개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가까운 동남아만 봐도 그렇다. 한국 신문방송에서 그쪽 음악이나 뮤지션을 소개하는 걸 본 게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문화도 서로 ‘기브 앤드 테이크’가 될 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또한 그게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강남스타일’을 언급하고,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가 모두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서 쓰고 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스타 네이마르도 우승 기념으로 말 춤을 췄다.
다 좋고 즐겁다. 늘 부러워했던, 일찍이 누려본 적이 없는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과 호사이다.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번 동네 음반매장에 가서 복사한 빌보드 차트에 줄을 치며 음악을 들었던 내게는 이 모든 게 그저 신기하고 흐뭇할 따름이다.
지금부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건 누구보다도 싸이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싸이의 세계적 인기와 활동이 오래 지속되길 기원한다. 더불어 ‘강남스타일’의 가사처럼 계속해서 싸이의 사상이 근육보다 울퉁불퉁하길 바란다. 그게 그가 진정 지향하는 ‘싸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위클리공감]
미국 음반시장은 현재 4분기를 맞이해 빅 아티스트들의 신곡과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의 흥행과 음악적 평가는 앞으로 있을 미국의 양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그래미 어워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보 발매가 늘고있는 것이다. 한국도 가을이 되면 음반발매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즉 1년 농사의 수확기이자 ‘대목’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꿋꿋하고 옹골차게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 된 노래가! 이에 대해 빌보드지의 음악담당 편집장인 벤자민 잉그램은 “만약 6개월 전이었다면 ‘강남스타일’이 이미 빌보드 1위를 몇 주째 기록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또한 “‘강남스타일’이 쟁쟁한 곡들과 1위를 놓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칭찬도 덧붙였다.
빌보드지 편집장 “6개월 전이었다면 1위 했을 것”
“싸이의 인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요즘 참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똑같은 답을 한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 단번에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시장이다.
통계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한 지역에서만 1년에 수천 개의 밴드와 뮤지션이 데뷔했다 사라진다고 한다. 이토록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하는 뮤지션만이 그나마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빌보드 차트의 쌍두마차인 싱글 차트 100위와 앨범 차트 200위 안에만 들어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그런데 싸이는 당당히 3주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표현한 것처럼 뮤직비디오 한 편만으로 ‘코리안 랩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손꼽히는 연예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손을 잡은 사실도 향후 활동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박찬호 선수에게 큰 성공을 안겨줬던 스캇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 시장을 좌우한다면, 미국 음악시장은 매니저의 힘이 큰 작용을 한다. 매니저의 능력과 네트워크에 의해 설 수 있는 무대와 공연 횟수, 개런티 등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싸이의 인기가 유지되려면 음반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공연이다. 미국 뮤지션들은 새 음반 발매와 함께 순회공연 스케줄을 잡는 게 상식이다. 그만큼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데 있어 공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명 뮤지션들이 한 해 공연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런 면에서 스쿠터 브라운과의 만남은 싸이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싸이의 향후 행보를 밝게 보는 두번째 이유는 유럽에 있다. 한국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영국(UK) 차트 1위이다. 우선 비틀즈의 고향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하다. 예전만 못하다 해도 영국은 명실상부한 팝의 종가이다. 그리고 프랑스, 독일과 함께 유럽 음악시장의 빅 3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영국은 여전히 유럽에 음악을 보급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영국에서 인기가 있는 음악은 유럽 다른 나라에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이 역할은 영국 음악시장의 큰 강점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너무 빌보드 차트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다양한 문화수용력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며칠 전 영국, 스페인 음악관계자와 통화를 했을 때도 그들은 영국차트 1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싸이가 가급적 빨리 영국을 비롯한 유럽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면 한다. 유럽은 특히 각종 음악페스티벌이 많은 대륙이다. 이것은 그만큼 싸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전해준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강남스타일’이 유럽에서 클럽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클럽에서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그 노래가 그만큼 대중에게 깊이 파고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싸이 신드롬을 가리켜 ‘한류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강남스타일’이 한류와 K팝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강남스타일’을 한류와 K팝이라는 국가적 색깔로만 묶어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메가 히트는 이미 기존의 한류와 K팝 노선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보다 진정한 한국 음악의 인기를 원한다면 먼저 방송국 주도하에 인기 가수가 쭉 나와서 노래 한 두 곡만 하고 들어가는 종합선물세트식 공연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결국 개인이 돌파해야 한다는 진리를 ‘강남스타일’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누려본 적 없는 한국 음악의 호사
이와 함께 한류와 K팝의 이면에 은근히 흐르고 있는 ‘우월감’도 더 큰 ‘겸손함’으로 변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음악을 그토록 사랑하는 국가들의 음악이 과연 한국에선 1년에 몇 번이나 소개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가까운 동남아만 봐도 그렇다. 한국 신문방송에서 그쪽 음악이나 뮤지션을 소개하는 걸 본 게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문화도 서로 ‘기브 앤드 테이크’가 될 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또한 그게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강남스타일’을 언급하고,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가 모두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서 쓰고 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스타 네이마르도 우승 기념으로 말 춤을 췄다.
다 좋고 즐겁다. 늘 부러워했던, 일찍이 누려본 적이 없는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과 호사이다.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번 동네 음반매장에 가서 복사한 빌보드 차트에 줄을 치며 음악을 들었던 내게는 이 모든 게 그저 신기하고 흐뭇할 따름이다.
지금부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건 누구보다도 싸이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싸이의 세계적 인기와 활동이 오래 지속되길 기원한다. 더불어 ‘강남스타일’의 가사처럼 계속해서 싸이의 사상이 근육보다 울퉁불퉁하길 바란다. 그게 그가 진정 지향하는 ‘싸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위클리공감]
2012.10.15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