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버스 10만대신고 않고 운행
신고하지 않고 운행 중인 어린이 통학버스가 무려 1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량은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거나 운전기사가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도 속수무책이다. 통학버스에 의한 어린이 사망사고가 속출하고 있어 법규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8일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 통학버스 13만5991대(잠정집계) 중 미신고 차량은 9만9855대나 됐다. 4대 중 3대 꼴(73.4%)이다. 나머지 26.6%만 신고된 셈이다.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통학차량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 뒤 운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사설학원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가 신고 대상이다. 특히 사설학원은 5만7123대 중 1258대만 신고돼 신고율이 2.2%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학버스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걸음마를 갓 시작한 김모(3)양이 통학버스 뒷바퀴에 깔려 숨졌다. 2월 26일 경남 창원에서 강모(7)군이 태권도장 통학버스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주차된 차에 머리를 부딪쳐 숨진 지 꼭 한 달 만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발생한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42건이었다고 잠정 집계했다. 2009년 61건, 2010년 46건, 2011년 54건 등 해마다 40∼60건 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4년간 통학버스 사고로 어린이 9명이 목숨을 잃었고, 344명이 부상했다.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관리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된 통학차량은 어린이 보호용 도색, 안전장비 구비, 보험 가입 등 규정이 적용돼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신고하지 않고 통학버스를 운행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고를 자율에 맡기다 보니 통학버스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운전자가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김양을 숨지게 한 통학버스도 관광회사에서 1년간 빌려온 미신고 차량이었고 안전발판 등 안전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통학버스 신고를 의무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인솔 교사 탑승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최 의원은 “어린이 통학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당국에 신고한 뒤 운영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려면 차량 구조 변경이나 보험 가입 등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신고 차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