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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청소기’ 김남일 살아있네!
입력 : 2013-06-05 10:16
조회수 : 1,327회

‘진공청소기’ 김남일 살아있네!

35개월 만에 국가대표 복귀…한국 축구 중원을 부탁해~

 

인천 유나이티드 김남일(오른쪽)이 5월 5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클래식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공격을 태클로 막아내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김남일(오른쪽)이 5월 5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클래식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공격을 태클로 막아내고 있다.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을 보고 뽑았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에 나설 25인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최 감독은 주축인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을 빼고 허리를 책임질 중원 사령관으로 김남일(36·인천)을 발탁했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부상으로 경기 감각이 떨어진 두 선수 대신 근래 들어 물오른 기량을 보여주는 노장의 관록을 믿기로 한 것이다. 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인천이 지난 시즌 후반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김남일이 있다”며 “기성용과 구자철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남일로서는 35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다. 김남일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 리그 나이지리아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김남일에게 그날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2 대 1로 앞선 후반 19분 교체 출전한 그는 출전 5분 만에 불필요한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다행히 경기는 2 대 2로 끝나 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지만 이후 김남일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상처가 컸지만 악전고투한 김남일은 더욱 강해졌다. 나이 탓에 활동량은 전성기만 못하지만 특유의 근성은 여전하다. 러시아 리그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K리그로 돌아온 김남일은 약체 인천의 중위권 도약을 견인했다.

세 경기 채우면 센추리클럽?… “레바논전에 전력을 다하겠다”

그가 35세 나이에 고향으로 복귀하자 은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김남일은 펄펄 날았다. 34경기에 출전해 3도움을 기록했는데 객관적인 수치는 떨어지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희생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 막판 인천이 무패 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김남일 덕분이었다. 올 시즌에도 그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5월 23일 현재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인천에서 김남일은 패스·태클·가로채기 횟수가 가장 많은 선수다.

김남일 하면 투지 넘치고 저돌적인 움직임이 먼저 떠오른다. 2002 한·일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적인 스타의 발을 꽁꽁 묶는 모습에 ‘진공청소기’란 별명이 붙었던 그다. 쓰레기를 빨아들이듯 길목을 지키다가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고 중원을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특유의 터프함에 노련미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김남일이 리그에서의 활약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에게 6월 5일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제 아시아 최종예선은 단 3경기 남았다. 대표팀은 레바논전을 치른 후 6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서울에서, 18일 이란과 울산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다.

현재 조 2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레바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혼전 양상이라 3, 4위를 달리는 이란과 카타르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최 감독 역시 레바논전을 본선 진출의 분수령으로 꼽는다. 승점 3점을 챙기면 9부 능선을 넘지만 비기거나 패하면 남은 두 경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진다. 본선에 직행하려면 최종예선에서 조 1, 2위를 차지해야 한다.

전력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3월 26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종료 직전 터진 손흥민(21·함부르크)의 극적인 골로 2 대 1로 승리해 분위기가 살아났지만 그 이전 당했던 3연패(평가전 포함)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중원의 공백도 걱정스럽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졌고,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박종우(24·부산)는 명단에 포함됐지만 ‘독도 세리머니’에 따른 징계로 레바논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주전급 수비형 미드필더 세 명이 모두 뛰지 못한다는 얘기다. 최 감독은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울 첨병으로 김남일을 선택했다.

김남일 개인적으로도 이번 발탁은 의미가 크다. 레바논전에 선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남일은 지금까지 A매치 97경기에 출전했다. 예선 3경기에 모두 출전할 경우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한국 선수 중에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홍명보(135경기)·이운재(132경기)·이영표(126경기) 등 단 8명에 불과하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김남일이 전력을 다해 중원을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김남일은 “센추리클럽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선 레바논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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