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원격의료 받으니 참 좋아”
[국민안전·생활편의 제도] 원격의료/영양군보건소
노인인구 30% 넘는 초고령지역…보건소장 “초진은 대면진료가 원칙”
지난 12월 17일 오후 강원도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하더니,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용화보건진료소로 가는 길에 진눈깨비가 내렸다.
“여기는 ‘강원남도’라니까요, 허허.”
아담한 단층 건물의 용화보건진료소 안에서 만난 지역주민 김길수(63·가명·농업) 씨. 그는 이곳 진료소 이윤영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원격의료로 발 피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고혈압 때문에 원격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2011년쯤인가 병원에서 고혈압이라했는데, 농삿일을 하면서 날짜 맞춰 병원가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지금은 피부병도 치료하고 있어요.”
그는 이 간호사와 상담하던 중 피부에 이상을 발견하고 영남대의료원에 가서 의사와 대면진료를 한 다음 원격의료로 관리하고 있다.
“영양군에 병원이 하나 있긴 한데 진료과목이 몇 개 안 돼요. 다른 병원에 가려면 안동이나 대구로 가야 하는데, 잠깐 진료받으러 가는 시간이 안동만 해도 두어 시간, 대구를 다녀오자면 종일 걸려요.”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 이진석(72·가명) 씨는 초기 치매를 관리받고 있다. 이 간호사는 “1년 전쯤 기억력이 나빠지고 머리가 자주 아프시다 해서 경북도립노인전문병원에 진료 의뢰를 했는데 초기 치매로 진단받았다”며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도립노인병원과 원격의료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화보건진료소에는 원격의료를 위해 영상으로 담당의사를 만나는 화상시스템과 함께 당화혈색소검사기, LDX(콜레스테롤·간기능 검사), 혈압측정기, 폐기능검사기, 심전도검사기, 전자청진기, 피부경 등이 갖춰져 있다.
원격진료 후에는 처방전을 받아 처방약이 이곳 보건진료소 비치약품 가운데 있으면 그 자리에서 약을 받고, 없는 경우 원격진료망에 연결된 약국용 시스템을 통해 처방전을 전달, 택배로 약을 받는다.
영양군의 면적은 서울의 1.3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만8천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만 65세가 넘는 노인인구 비율은 31.3퍼센트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고령화율 21퍼센트 이상)가 되는 때를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영양군은 우리 미래사회의 예고편이랄 수 있겠다.
영양군의 민간 의료기관은 의원까지 통틀어 5곳, 그것도 모두 영양읍 내에 있다. 수지면 같은 경우 대중교통이 하루에 불과 서너 번 다니니 읍내 오기가 불편하고, 고령 환자들이 손수 차 몰고 다니는 일도 쉽지 않다.
영양군보건소의 보건행정담당 권영삼 계장은 “자식들이나 와야 병원으로 모시고 가지, 몸이 아파도 혼자 힘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적지 않다”며 “그분들은 자신의 병세에 대한 설명도 서투르기 때문에 중증이나 급성질환이 아닌 경우 집에서 가깝고 동네사정 잘 아는 의료인(보건진료소 간호사)이 있는 보건진료소에서의 원격의료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영양군에서 원격의료가 시작된 것은 2008년 강원도 강릉시(농촌), 충남 보령시(어촌)와 함께 ‘산촌’ 의료취약지역으로 꼽혀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2009년 보건기관 14개소(보건진료소 8개소, 보건소·지소 6개소)와 2,3차 의료기관 3개소를 연결하는 원격영상시스템을 구축해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2011년 도립노인병원과 치매시스템, 2012년 대구가톨릭대병원과 류머티스전문질환센터 시스템을 설치해 서비스를 확대했다.
“1년 시범사업 후 주민들 반응 좋아 무기한 시행”
김춘화 영양군보건소장은 “원격의료가 원래 1년 한시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주민 반응이 좋아 이듬해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연장했고, 2011년부터는 무기한 시행으로 바꿔 운영해 오고 있다”며 “초진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건수는 2009년 1,770건에서 2012년 4,853건으로 약2.7배 늘었다. 영양군청과 보건소가 지난 5월 원격의료 이용 주민 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환자의 81.3퍼센트가 만족(매우 만족 15.9퍼센트, 만족 65.4퍼센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군과 함께 시범사업을 시작했던 강릉시, 보령시의 원격의료도 인근으로 확산됐다.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도 전역에서는 현재 보건진료소(42개소)와 보건소·지소(26개소) 간에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 질환(고혈압·당뇨)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보건소(12개소)와 협력의료기관(4개소) 사이에서 치매 조기검진 후 치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치매관리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충남에서는 2009년부터 서산시도 추가됐다. 현재 보령시에서는 원산도·외연도·삽시도 등 도서에 위치한 보건진료소(17개소) 및 보건소·지소(5개소), 서산시에서는 보건진료소(15개소), 보건소·지소(11개소) 및 공공시설(4개소)과 보건소·협력의료기관, 그리고 약국과 원격의료망을 구축해 외딴 섬과 오지 주민, 시설에 거주하는 환자를 위한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영양군보건소 health.yyg.go.kr 문의 ☎ 054-680-5114
강원도청 www.provin.gangwon.kr문의 ☎ 033-254-2011
충남도청 www.chungnam.net문의 ☎ 041-635-2000
“여기는 ‘강원남도’라니까요, 허허.”
아담한 단층 건물의 용화보건진료소 안에서 만난 지역주민 김길수(63·가명·농업) 씨. 그는 이곳 진료소 이윤영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원격의료로 발 피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고혈압 때문에 원격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2011년쯤인가 병원에서 고혈압이라했는데, 농삿일을 하면서 날짜 맞춰 병원가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지금은 피부병도 치료하고 있어요.”
그는 이 간호사와 상담하던 중 피부에 이상을 발견하고 영남대의료원에 가서 의사와 대면진료를 한 다음 원격의료로 관리하고 있다.
“영양군에 병원이 하나 있긴 한데 진료과목이 몇 개 안 돼요. 다른 병원에 가려면 안동이나 대구로 가야 하는데, 잠깐 진료받으러 가는 시간이 안동만 해도 두어 시간, 대구를 다녀오자면 종일 걸려요.”
교통 불편과 함께 인구 감소,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경북 영양군에서는 2009년부터 원격의료가 이뤄져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 이진석(72·가명) 씨는 초기 치매를 관리받고 있다. 이 간호사는 “1년 전쯤 기억력이 나빠지고 머리가 자주 아프시다 해서 경북도립노인전문병원에 진료 의뢰를 했는데 초기 치매로 진단받았다”며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도립노인병원과 원격의료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화보건진료소에는 원격의료를 위해 영상으로 담당의사를 만나는 화상시스템과 함께 당화혈색소검사기, LDX(콜레스테롤·간기능 검사), 혈압측정기, 폐기능검사기, 심전도검사기, 전자청진기, 피부경 등이 갖춰져 있다.
원격진료 후에는 처방전을 받아 처방약이 이곳 보건진료소 비치약품 가운데 있으면 그 자리에서 약을 받고, 없는 경우 원격진료망에 연결된 약국용 시스템을 통해 처방전을 전달, 택배로 약을 받는다.
영양군의 면적은 서울의 1.3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만8천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만 65세가 넘는 노인인구 비율은 31.3퍼센트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고령화율 21퍼센트 이상)가 되는 때를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영양군은 우리 미래사회의 예고편이랄 수 있겠다.
영양군의 민간 의료기관은 의원까지 통틀어 5곳, 그것도 모두 영양읍 내에 있다. 수지면 같은 경우 대중교통이 하루에 불과 서너 번 다니니 읍내 오기가 불편하고, 고령 환자들이 손수 차 몰고 다니는 일도 쉽지 않다.
영양군보건소의 보건행정담당 권영삼 계장은 “자식들이나 와야 병원으로 모시고 가지, 몸이 아파도 혼자 힘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적지 않다”며 “그분들은 자신의 병세에 대한 설명도 서투르기 때문에 중증이나 급성질환이 아닌 경우 집에서 가깝고 동네사정 잘 아는 의료인(보건진료소 간호사)이 있는 보건진료소에서의 원격의료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영양군에서 원격의료가 시작된 것은 2008년 강원도 강릉시(농촌), 충남 보령시(어촌)와 함께 ‘산촌’ 의료취약지역으로 꼽혀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2009년 보건기관 14개소(보건진료소 8개소, 보건소·지소 6개소)와 2,3차 의료기관 3개소를 연결하는 원격영상시스템을 구축해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2011년 도립노인병원과 치매시스템, 2012년 대구가톨릭대병원과 류머티스전문질환센터 시스템을 설치해 서비스를 확대했다.
“1년 시범사업 후 주민들 반응 좋아 무기한 시행”
김춘화 영양군보건소장은 “원격의료가 원래 1년 한시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주민 반응이 좋아 이듬해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연장했고, 2011년부터는 무기한 시행으로 바꿔 운영해 오고 있다”며 “초진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건수는 2009년 1,770건에서 2012년 4,853건으로 약2.7배 늘었다. 영양군청과 보건소가 지난 5월 원격의료 이용 주민 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환자의 81.3퍼센트가 만족(매우 만족 15.9퍼센트, 만족 65.4퍼센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군과 함께 시범사업을 시작했던 강릉시, 보령시의 원격의료도 인근으로 확산됐다.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도 전역에서는 현재 보건진료소(42개소)와 보건소·지소(26개소) 간에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 질환(고혈압·당뇨)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보건소(12개소)와 협력의료기관(4개소) 사이에서 치매 조기검진 후 치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치매관리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충남에서는 2009년부터 서산시도 추가됐다. 현재 보령시에서는 원산도·외연도·삽시도 등 도서에 위치한 보건진료소(17개소) 및 보건소·지소(5개소), 서산시에서는 보건진료소(15개소), 보건소·지소(11개소) 및 공공시설(4개소)과 보건소·협력의료기관, 그리고 약국과 원격의료망을 구축해 외딴 섬과 오지 주민, 시설에 거주하는 환자를 위한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영양군보건소 health.yyg.go.kr 문의 ☎ 054-680-5114
강원도청 www.provin.gangwon.kr문의 ☎ 033-254-2011
충남도청 www.chungnam.net문의 ☎ 041-635-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