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오찬장에서 히딩크 감독을 언급한 까닭은
청와대, 네덜란드·독일 순방 에피소드 공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노르트에인더궁에서 막시마 왕비(왼쪽), 빌헴 알렉산더 국왕, 베아트릭스 전 여왕(오른쪽)과 오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3∼28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과 독일 국빈 방문 당시의 에피소드를 30일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빌헴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 주최 오찬 때 국왕과 대화를 나누면서 뭔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것도 오찬 메뉴가 적혀있던 종이 위에다.
옆에 앉은 국왕의 어머니이기도 한 베아트릭스 전 여왕이 궁금한 나머지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적고 계시냐”고 물었고 박 대통령은 “국왕의 말씀이 너무 지혜로워 적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여왕은 “자기 아들이 그렇게 지혜로운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해 주위에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국왕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기에 박 대통령이 식사할 때 조차 ‘수첩대통령’의 모습을 보이도록 한 것일까?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노르트에인더궁에서 열린 오찬에서 빌헴 알렉산더 국왕의 오찬사를 듣고 있다. |
15년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빌헴 알렉산더 국왕은 박 대통령에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조언과 함께 고령화시대에 의료비용을 낮추려면 국민이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오찬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이날 오찬에서도 돋보였다. 국왕은 오찬사를 하면서 “한국과 함께 사업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강의 기적’에 대해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취는 경이로우며 비즈니스분야에서의 역동성은 ‘강남스타일’ 만큼이나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왕의 오찬사에서 뜻밖에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 참석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을 가리키며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데 한국에서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수술을 받아 2016년부터 다시 감독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안다”며 한국의 의료기술을 홍보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왕의 즉위식 당시에 막시마 왕비를 모델로 한 바비인형과 왕비의 이름을 딴 향수까지 나올 정도로 왕비가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자 국왕 내외는 웃었고, 막시마 왕비는 “심지어 장난감까지(play figure)까지 나왔다”고 소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선도연설을 하고 있다. |
핵안보정상회의때 박 대통령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외국 정상들에게도 잊지 않고 감사 표시를 했다.
박 대통령은 카메론 영국 총리, 디 루포 벨기에 총리, 브루크할터 스위스 대통령에게 먼저 찾아가 “방문했을 때 따뜻하게 환대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문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영어로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참석을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을 보자마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식으로 머리 숙여 박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이 밖에도 메르켈 독일 총리, 키 뉴질랜드 총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중 베트남 총리, 반기문 총장 등 인연이 깊은 정상들이 박 대통령에게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하고 양국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리센룽 총리에게는 “지난 1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동대문 시장을 찾아간 것으로 안다”면서 동대문 방문 소감까지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감기 기운이 있어 핵안보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하지 못한데 대해 다음날 외국 정상들의 안부 문의도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 루터 네덜란드 총리, 네덜란드 왕비, 카메론 총리 등 여러 정상들이 박 대통령에게 “좀 어떠시냐”고 안부를 물었다.
독일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독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요하임 가욱 대통령과 함께 환영나온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는 독일 국빈 방문 때의 숨겨진 일화도 공개했다.
가욱 독일 대통령은 “한국의 모범적인 민주주의 발전상을 높이 평가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며 “평소 민주주의는 서방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한국을 보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얘기했다. 특히 “50년간 억압적인 공산주의 체제를 경험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깊이 체험한 본인으로서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상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가욱 대통령과 회담에서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가 IMF로 어려울 당시에 어렸을 때 애국심을 갖도록 교육시켜 주신 부모님 덕분인지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뭔가라도 기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욱 대통령은 “‘성숙한 자유’라고 하는 것은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무언가를 위한 (책임을 지는) 자유라고 생각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바로 그런 성숙한 자유를 선택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드레스덴 공대에서 연설이 끝나고 드레스덴 공대 총장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는 총장이 “정말로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한반도에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이 꼭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그 날이 오면 모든 것이 드레스덴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작센주의 박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대접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틸리히 작센주 총리는 박 대통령이 27일 드레스덴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성모교회 방문, 왕실박물관 관람, 만찬에 이어 둘째날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공대 학위 수여식, 연설, 프라운호퍼연구소 방문, 그리고 환송을 위해 공항에 까지 나오는 등 전 일정을 함께 했다. “정말 지극한 정성이 느껴졌다”는 것이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전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궁 왕실보물관을 방문, 루디 틸리히 주총리와 관계자로 부터 한국어판 오디오 가이드를 전달 받고 있다. |
박 대통령 방문을 기념해 드레스덴의 연구소 밀집 지역에 ‘한국 길’을 명명하기로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직 의회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매우 이례적인 환대다.
박 대통령은 ‘히든 챔피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헤르만 지몬 교수로부터 가장 최근에 쓴 ‘성장사다리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고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으로부터는 브란덴부르크문 모형 도자기를 선물받았다.
보베라이트 시장은 선물을 설명하면서 “브란덴부르크문을 통째로 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베를린 왕실 도자기제작소에서 만든 도자기 모형을 준비해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