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화통로’ 개성 만월대, 통일로 가는 문 연다
첨단 3D 기술로 재현한 유물 특별전 정부서울청사서 14일까지
한반도 통일의 염원이 담긴 고려의 옛 왕궁터 ‘만월대’(滿月臺)가 600년만에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8년 넘게 공동 발굴해 온 개성 ‘만월대’ 유물들이 디지털로 구현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발굴성과를 선보인다.
11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2주간 정부서울청사 1층에서 ‘남북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만월대 유물, 첨단 IT기술로 서울청사에 재현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과 개성 고려박물관에서 공동 개최된 데 이어 11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2주간 정부서울청사 1층에서 개최되는 ‘남북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은 청사 공무원들이 더욱 가깝게 만월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첨단 IT기술을 활용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개성 만월대를 실제로 걷는 듯한 가상현실 체험공간을 만날 수 있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앞뒤나 상하좌우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또한 홀로그램 디지털 기법을 통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만월대 유물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정부서울청사 1층에 마련된 ‘남북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을 찾은 사람들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성 만월대와 발굴유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
전시를 기획한 백창현 인터아트채널 이사는 “정책을 직접 다루는 공무원들이 개성 만월대의 의미와 가치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시를 마련했다”면서 “우리나라의 강점인 IT기술을 활용해 만월대의 역사적 상징성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의미를 뒀다”고 밝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을 찾은 청사 공무원들은 3차원 광대역 스캐너 등 수준 높은 디지털 전시기법에 높은 호응을 보였다.
남과 북 대표가 직접 작성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합의서 등 지난 2007년부터 남과 북이 함께 만월대 유물을 발굴 조사한 과정들도 자세하게 관람했다.
11월30일부터 12월14일까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층에서 ‘남북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이 열린다. 청사 공무원들이 3차원 광대역 스캐너를 이용해 만월대 출토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
권혁록 행정자치부 사무관은 “개성 만월대에 간 것처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 이런 첨단 전시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언욱 행정자치부 지역발전정책관은 “인터랙티브 키오스크 등 첨단기법을 통해 만월대 유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어 새로웠다”며 “남북 간 문화통로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성 만월대 특별전을 기념하고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2월 1일 정부서울청사 로비1층에서는 임상훈 테너와 원지혜 소프라노, 김현수 테너, 김승직 테너가 참여하는 작은 음악회도 열렸다.
‘통일을 향한 염원’…만월대 공동발굴 조사
개성 만월대는 한반도에 통일국가를 세운 고려(918~1392)의 심장 구실을 한 유적지로 북한 국보유적 제12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송악(개성)에 도읍을 정한 후 궁궐을 세운 곳으로 1361년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되기 전까지 고려의 찬란한 역사를 반영한 궁궐로 지금은 만월대라는 이름의 궁터로 남게 됐다.
남북 문화통로의 대표적인 상징인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은 지난 2007년 첫 삽을 뜬 뒤 2011년 이후 남북관계 상황으로 3년여간 중단됐다가 민족문화 보전사업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지난해 7월 재개됐다.
2015년에는 지난 6월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80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발굴조사에 합의해 심층조사가 진행됐다.
이번 제7차발굴조사는 만월대 5·6·7·8 건물지군 7000㎡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금속활자를 비롯한 유물 3500여점을 출토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정치·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남북관계 상황에서도 민족의 문화유산 발굴·복원에 대한 염원과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특히 11월 14일 만월대 서부건축군 최남단 지역 신봉문터 서쪽 255m 지점에서 발견된 고려 금속활자는 가로 1.35cm·세로 1.3cm·높이 0.6cm이다. 글자면을 제외한 몸체의 두께는 0.16cm다.
6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6개월간 진행된 제7차 발굴조사 때 출토된 고려 금속활자.(사진 = 남북역사학자협의회) |
고려 금속활자 등 유물 3500여점 출토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내년에도 추가적인 금속활자 출토를 위해 발굴조사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은 “이번에 발굴된 금속활자는 고려활자로 보이며 시기는 최소 만월대가 소실된 1361년 이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56년 만월대에서 출토된 활자나 증도가자와도 다르다”며 “글자의 모양이 정교하고 활자의 모양도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반듯해 주조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려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 활자에 한 세기 앞서는 대단히 중요한 민족 유산”이라면서 “특히 개성 만월대에서 발굴조사 중에 금속활자가 출토된 것은 유물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만월대, 민관 협력으로 이룬 문화통로의 상징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북측과 앞으로도 협력하면서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을 확대·발전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단체와 힘을 모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와 환경, 민생의 통로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성 만월대를 찾은 남북공동 발굴 조사단. 임신한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송악산이 멀리 보인다. (사진 = 인터아트채널)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만월대 공동발굴과 유물 전시회는 남북간 문화의 통로를 열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우리 모두가 남북을 자유자재로 오가고 가족을 만나 서로 얼싸안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 작업은 남북교류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민관협력으로 이룬 문화통로의 상징인 개성 만월대 사업을 통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모두가 염원하는 통일시대가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