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지난 1987년 개헌을 통해 현행 헌재 체제가 도입된 뒤 처음 있는 일로 여당과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가 철회된 적은 있지만 상정된 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비교섭단체 연설 뒤 표결을 진행했으나 출석 의원 293명에 찬성 145, 반대 145, 기권 1, 무효 2명으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부결 결과는 예상보다 많은 수의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한 것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초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한국당 의원 중 약 80~100명 정도가 표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국민의당에서 예상보다 적은 찬성표가 나온 걸로도 분석된다.
120석의 민주당 의원 전원과 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 2명, 정의당 의원 6명 등이 모두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했을 때 40석의 국민의당 의원 중 찬성표가 절반에 못 미친 것이다. 보수성향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김 후보자 인준동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였다.
민주당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부결 뒤 “한국당의 행태, 그에 동조하는 국민의당 행태를 규탄한다”고 두 당에 날을 세웠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에 따라 이번에 부결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번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한 국회법 제92조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율투표 방침을 밝혔던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 설득에 나서면서 동의안 통과를 낙관적으로 봤던 민주당은 부결 직후 ‘지도부·중진 긴급회의’를 개최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 여부를 표명하려 했으나 참석 의원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집권당의 무한책임 측면에서 스스로 자성의 말이 있었다”고 무거운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