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장 노동계에서는 새 정부가 비정규직들에게 '희망고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부추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교육분야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분야 등 다른 분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심의위는 기간제교사와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와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 스포츠강사, 다문화언어 강사, 산학겸임교사, 교과교실제 강사 등 7개 직종 학교강사 가운데 유치원 돌봄교실·방과후과정 강사 1034여명만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교육분야 비정규직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기간제교사(3만2734명)와 영어회화 전문강사(3255명), 초등 스포츠강사(1983명)등 3만9600여명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심의위는 시도교육청에 제시한 공통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 교사의 경우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정규 교원 채용의 사회적 형평성 논란 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며 "영어회화 전문강사와 초등 스포츠강사도 채용의 공정성과 교육현장의 안정성 저해 등을 이유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규교원과 기간제 교사 간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성과상여금·맞춤형 복지비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원외 기간제 교사 해소를 위해 정규교원의 정원 확대도 추진하고 사립학교는 교원비율 개선과 정규 교원확충을 유도키로 했다. 또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강사직종은 계약을 연장할 때 평가 절차 간소화와 급여 인상 등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교육부는 기간제교사와 7개 직종 강사 이외에 학교회계직원 1만2000여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학교회계직원은 급식과 교무, 행정, 과학, 특수, 사서 등 분야에서 교육실무와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시도교육청 심의를 거쳐 이달 말 정규직 전환이 최종 확정된다. 이번에 새롭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학교회계직은 1년 미만자가 3269명,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무자 8272명, 55~60세 근로자 782명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라는 취지는 좋지만 정교하지 못한 정책 추진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충분한 검토와 검증도 없이 섣불리 접근했다는 얘기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 정책을 발표할 땐 즉흥적으로 할 게 아니라 사전검증을 철저히 거쳐야 사후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부는 지난 7월 정부 공통 가이드라인상 '다른 법령에서 기간과 사유를 달리 정하는 등 교사·강사 가운데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를 들어 기간제교사와 학교 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 심의위를 꾸렸고 이 과정에서 채용상 역차별을 우려한 임용준비생·현직교사와 기간제교사·학교강사 간 갈등을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