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을 운용했다는 의혹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 MB 향한 검찰의 ‘투 트랙’ 수사
검찰은 지난달 중간간부 정기인사가 끝나자마자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66·구속 수감) 재임 당시 국정원이 벌인 일들을 훑고 있다. 수사는 사이버 외곽팀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문화예술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시도,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의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블랙리스트 사건은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2009년 9월∼2011년 12월 청와대가 국정원에 △좌파 성향 영화감독과 방송국 PD들의 제작활동 실태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 △KBS 간부들의 정치 성향 분석 △좌파 성향 언론인 학자 연예인의 방송프로그램 진행 및 출연 실태 파악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홍보수석실과 기획관리비서관이 개입했다고 공개했다.
적폐청산 TF가 국정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사람은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70) 정도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하면 권재진 전 대통령민정수석(64) 등 당시 대통령비서실 관계자 상당수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18일 국정원이 제작한 ‘나체 합성사진’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 씨(64)를 불러 조사하고 19일 방송인 김미화 씨(53)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이들 방송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인사에 개입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적폐청산 TF에서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말 엄기영 당시 MBC 사장(66)이 사퇴하고 김재철 전 사장(64)이 후임으로 선임된 과정에도 국정원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