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아이 맡겨놓으니 일도 잘되고 정말 좋죠”
[규제개혁/국민 불편·부담 개선] 산업단지형 직장어린이집 설립 시 지원요건 완화
# “안녕하세요~.” 기자를 향해 먼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6살 김초이 양은 “어제 어린이집에서 한복을 만들었는데 예쁘게 잘 만들어서 뿌듯하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밖에서 체험활동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어 선생님을 따라 식당으로 향하던 김 양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연신 웃느라 바빴다.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원래 아빠가 바빠서 얼굴을 잘 못 보는데 여기서는 아빠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3월 2일 경기테크노파크 단지에 안산사이언스밸리 공동 직장어린이집(이하 ASV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ASV어린이집은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사이언스밸리 내 여성 연구개발(R&D) 인력의 고용을 촉진하고 중소기업 경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을 통해 유치된 산업단지형 공동 직장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을 찾아간 3월 22일, 개원한 지 20일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은 적응기간 교육을 받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둘러보니 영아반부터 만 5세반까지 5개 반에서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가 잘 있는지 보기 위해 잠시 들른 학부모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표정이 환해 보였고,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 또한 한결 편안한 얼굴이었다.
경기테크노파크 기술사업화센터 최종열(46) 씨도 ASV어린이집에 30개월 된 딸을 보내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최 씨는 ASV어린이집이 생기기 전에는 어머니와 누나에게 아이를 맡기며 고민이 많았다. 아이를 자주 볼 수 없을뿐더러 가족에게 눈치도 보이고 거취 문제 등도 늘 큰 짐이 되곤 했다. 하지만 공동 직장어린이집이 생기면서 걱정을 놓았다. 그는 “아이를 가까운 곳에 맡기고 일이 있을 때는 직접 볼 수도 있으니 안심이 된다”며 “직장어린이집이 우리 가정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일 전국 18개 산업기술단지 중 최초로 운영을 시작한 경기테크노파크 내 ASV 공동 직장어린이집. 정부는 2017년까지 산단 내 공동 어린이집 50곳을 지방자치단체 협업 모델로 개설할 계획이다. |
2015년 4월 직장어린이집 등 설치·운영 개정
중소기업 단체 설립 시 최대 15억 원 지원
ASV어린이집은 산업단지형 직장어린이집 설립 지원요건이 완화되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기업이 소속 근로자들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경우에만 비용을 지원해 규모가 작고 자금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직장어린이집 등 설치·운영 규정’이 개정됐고, 이후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사업주 단체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경우와 입주 대기업, 지역자치단체, 대학 등이 공동 참여할 때에도 정부가 직장어린이집 설립 단체에 최대 15억 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ASV어린이집 또한 정부에서 15억 원을 지원받아 건축비의 90%를 충당했고,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인 안산시에서 2억 원, 대기업들에서 3억 원의 지원을 받아 산단 내 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었다. 정부에서는 교구·교재비와 교사 인건비를 지원하며 산업단지형 어린이집의 운영을 돕고 있다.
ASV 공동 직장어린이집, 산업기술단지 중 전국 최초
주말·심야 보육 운영 등으로 중소기업 근로학부모 부담 덜어
80명이 정원인 ASV어린이집은 개원한 지 한 달이 안 됐지만 이미 56명의 원아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부모는 모두 경기테크노파크 내 근로자들로 특히 여성 근로자들이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ASV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낳고 빨리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여성 근로자들을 위해 0세반부터 만 5세반(미취학 아동)까지 운영하며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 평일 외에도 주말 출근을 많이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해 토요 보육(오전 7시~오후 3시)도 진행하고, 앞으로 야근하는 여성을 위해 밤 9시 반까지 보육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ASV어린이집은 전국 18개 산업기술단지 중 전국 최초로 운영하게 된 산업단지형 어린이집으로 대표 사업주인 경기테크노파크를 비롯해 36개의 대기업·중소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보육비 지원이 힘든 관내 중소기업을 위해 경기테크노파크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LG이노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양대 등과 함께 중소기업의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문 교육기관인 한솔교육희망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아 아이들 교육의 전문성과 체계성을 높였다.
ASV어린이집 서용례 원장은 “대기업 어린이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육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문화적 혜택과 안전을 보장해줘야 그들의 부모인 근로자들도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국에 산업단지형 어린이집이 더욱 보편화돼 보육하기 좋은 환경이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기테크노파크 관리팀 송준일 과장은 “ASV어린이집이 문을 열면서 근로자들의 육아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수 인력의 정주율이 늘어나 경기테크노파크 입주기업의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직장보육지원센터 공모사업을 통해 44개 보육기관을 선정했다. 현재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파주 출판단지, 전주 산업단지, 천안 백석 농공단지 등 전국 19개 산단형 직장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산단 내 공동 어린이집을 지역자치단체 협업 모델로 지속적으로 개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5000여 명의 중소기업 근로자 영유아 자녀를 보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직장어린이집이 국공립보다 만족도가 더 높았는데, 관계기관의 협업과 제도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 복지·육아 사각지대를 개선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질 높은 복지를 받고 아울러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