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 신드롬’과 K-스토리의 힘
변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창작기반팀장
변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창작기반팀장 |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K-Story in China’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웹툰 등 국내 원천 스토리를 중국, 미국, 일본 등의 드라마·영화 제작사 및 투자사 등에 소개하는 K-스토리 해외피칭 행사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성공적인 중국 진출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 전체가 더욱 주목받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국경없는 의사회(바른손/김원석)’를 원안으로 하는 ‘태양의 후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우수작으로 지난 2011년 선정돼 작품의 완성화와 사업화 지원 등이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은 스토리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토리 기반 지적재산물의 저변을 확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우수한 원천 스토리의 발굴·육성과 사업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9년 처음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9205편이 접수됐고 이들 가운데 수상작 117편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하는 K-스토리 사업화 지원을 받아 출판, 영화,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돼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지난 2009년 장려상을 받은 ‘아이두 아이두’는 2012년 MBC 드라마로 방영, 대만과 일본에 드라마 방영권을 판매했으며 ‘조선 총잡이’(2010 우수상, 기승태/2014 KBS방영)’, ‘야경꾼 일지’(2010 우수상, 방지영/2014 MBC방영), ‘닥터 이방인’(2012 우수상, 최지영/2014 SBS방영)’ 등이 드라마로 제작·방영 및 소설 출간, 중국·대만 및 일본 등과의 판권 계약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했고 ‘더 파이브(2010, 우수상, 정연식)’는 웹툰과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현재는 미국 메이저 제작사와 드라마화를 위한 대본 작업 중에 있다. 그 외에도 2011년 수상작인 장용민 작가의 소설 ‘궁극의 아이’와 유선동 감독의 ‘도둑맞은 책’ 등도 할리우드와 중국의 메이저 제작사와 제작 협의가 진행 중이다.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중국 온라인 방송사 ‘아이치이’로부터 회당 25만불 온라인 전송권을 선판매, 당시 국내 드라마의 중국 판매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아이치이’ 측에서는 VIP 회원(유료)을 대상으로 한국과 동시간 방송시청 서비스를 실시했는데 드라마 첫 방송 1시간 전부터 신규 VIP 회원 가입 수가 3000만 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60%되는 중국인이 한국 드라마의 ‘본방 사수’를 위해 VIP 회원 가입을 한 셈이다. 방송을 마친 ‘태양의 후예’는 현재 중국 동영상 사이트 누적 조회수 27억 뷰 이상을 달리고 있으며 전세계 32개국으로의 판권 수출과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부가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열광케 한 것일까?
‘태양의 후예’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으로는 ‘K-스토리의 힘’이 숨어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멜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라인에 액션-판타지의 장르적 요소를 접목함으로써 국경을 넘어선 남녀 시청자의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켰으며 대작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스펙터클한 영상 속에 진정한 인간애를 담아냄으로써 시청자와 등장인물간의 정서적 공감대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디테일의 묘미’를 강점으로 꼽았다. 중국 공영 제작사 화루바이나(華錄百納) 판권 담당자(Zhao Wen jing, 프로젝트관리부총감)는 한국 드라마는 대본서부터 촘촘한 짜임새와 구성력을 지녔기 때문에 중국의 1030 신세대들은 남자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 여자 주인공의 행동 하나 놓치지 않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한국의 드라마에는 중국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는 섬세함이 있다”며 “스쳐 지나가는 짧은 화면과 대사 속에서도 전체 드라마의 주제를 아우르는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우수 스토리를 해외로 확산하기 위한 2016 K-스토리 해외 피칭이 지난달 31일 중국에서 개최됐다. (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
전 세계 콘텐츠 산업(E&M, Entertainment&Media)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8%에서 2019년 1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콘텐츠 기업들의 중국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움직임과 견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광전총국의 해외 콘텐츠 수입규제의 강도가 심해지는가 하면 중국 내 콘텐츠 자체 생산율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단순히 대규모 자본과 시장논리만으로 중국 시장을 넘어서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를 비롯 일부 대형 제작사들은 그 해답을 한국의 스토리에서 찾고 있다. 다장르로 확산 가능한 원천 소스(IP,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 등)를 찾는 중국 콘텐츠 기업들이 장르와 국적을 넘나드는 한국 스토리에 주목하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의 경우 가상국가 ‘우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다장르(휴먼 멜로 액션) 드라마로, 중국 내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한국 콘텐츠는 복합장르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IP중심의 콘텐츠 비즈니스가 확산되고 강화되고 있는 현재, 이른바 차세대 ‘융복합(Convergence)’ 콘텐츠의 핵심인 원천 스토리는 무한한 성공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우수한 원천스토리는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OSMU, One Story Multi Use)돼 전 세계(OSMT, One Story Multi Territory)에 동시에 혹은 시간을 초월해 유통되기도 한다. 한 명의 우수한 원작자(One Creator+α)는 또 다른 다양한 우수한 스토리를 만들어 새로운 신화를 계속 만들어 낸다. 이렇게 완성된 스토리는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로 뿐만 아니라 관광, 기기, 제조업 등 전후방 연관 산업으로 영향을 미쳐 또 다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유발하고 이것은 국격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K-스토리에 대한 인기와 경쟁력을 지속·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창작자, 유통사, 투자사 등 스토리산업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산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보다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쟁력 있는 스토리의 발굴에서부터 완성, 투자유치, 다양한 콘텐츠로의 제작과 유통, 글로벌화까지 스토리의 전 단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의 확보와 전문적 인력 수급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