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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들이 오은영 박사에게 물었습니다
입력 : 2021-03-14 09:11
조회수 : 4,422회

 

어린이집 교사들이 오은영 박사에게 물었습니다
배변훈련·놀이과정·수면습관·어휘교육 질문에 '솔루션'

오은영 박사
[채널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오은영 박사는 육아의 신(神)이자 멘토로 통한다.

    서울 한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들이 13일 연합뉴스를 통해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아동심리 전문가에게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해 'SOS'를 보냈다.

    이하 어린이집 교사들의 '디테일'한 질문과 오 박사의 더 디테일한 답변.

    -- 만 3세 여아가 화장실에서 배변하기를 어려워해요.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감정도 읽어주고 기다려주기도 하는데 화장실에만 가면 울고 변기에서 내려와서 팬티에 배변해요.

    ▲ 대장과 직장에 문제가 없다면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여아든 남아든 대변은 변기에 앉아야 하는데 살이 변기에 닿는 것에 예민한 아이들이 있어요. 변기에 몸이 닿을 때 불편해서 다음 단계로 진행이 안 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배에 힘을 주고 항문을 벌리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쭈그리고 앉았을 때 훨씬 잘 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해당 여아의 경우 변기에 앉는 과정을 빼고 배변 훈련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팬티를 벗게 하고 바닥에 배변할 수 있도록 유도해보세요.

    -- 스스로 하는 놀이보다 친구가 하는 놀이에 더 관심이 많은 만 3세 여아입니다. 친구 놀이를 빼앗았다가 교사가 친구에게 '나도 빌려줄래' 하고 부탁하도록 권하면 친구에게 거절당하고는 분해서 울어버려요.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 만 36개월은 상호 작용 놀이의 시작점이에요. 그전까지는 같은 공간에 있을 뿐 같이 놀지는 않습니다. 이후로는 각자 타고난 기질들이 드러나죠. 알렉산더 토마스와 스텔라 체스가 분류한 기질에 따라 보자면, 해당 아이의 경우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아이입니다. '그거 네 것 아니야'라고 하기보다는 '너는 친구한테 관심이 있어?'라고 말해주는 게 맞아요. 친구 걸 빼앗는 것도 상호작용이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데 다듬어지지 않은 거죠. '○○아, 친구에게 관심 있니? 너 뭐해? 나도 보여줘. 고마워' 이런 식으로 아이가 해야 할 말을 옆에서 해주면서 모델링을 해주세요.

    -- 워킹맘 가정입니다. 베이비시터나 할머니가 육아를 주로 하는데 밤에 이모와 자면 울지 않지만 엄마와 자면 울면서 잠을 안 자요.

    ▲ 뱃속에서 한 몸이었던 아이가 이러면 몹시 속상하죠. 하지만 이건 모성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한테는 1차 양육자가 베이비시터 이모나 할머니인 겁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1차 양육자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게 돼야 다른 사람과도 안정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할머니와 잘 때 편안해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두세요. '내가 엄마야' 하면서 뺏어오면 안 돼요. 엄마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를 제일 좋아해요. 불변의 법칙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웃음)
    -- 만 1세 남아입니다. 책을 좋아해서 의성어와 의태어,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고 따라 해요. 그런데 실제로 부모나 교사가 물어보는 내용에는 적절한 대답을 못 하고 아는 어휘만 반복해서 말하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생각을 표현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요.

    ▲ 만 1세면 이제 겨우 언어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모국어 소리에 좀 더 특별하게 반응하는 분화된 회로가 생겨나는 시기죠. 이처럼 언어가 발달할 때 책을 읽어주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생활 언어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에 나오는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오늘 우리 놀이 참 재밌었어, 그렇지?' 보다는 '진짜 재밌지? 엄마는 너 재밌었는데' 같은 표현으로 상호작용해주세요. 책으로 외워서 하는 언어는 '일방통행'이거든요. 아이는 재미없는데 책에서는 '재밌지? 또 놀자' 하는 식이죠. 모국어 능력이 탄탄해질 때까지는 생활언어를 많이 써야 합니다.



  조영미 기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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