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서해피격TF "'월북 결론' 다음날, 강경화 美세미나서 '표류'"(종합)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외교부가 2020년 9월 고(故) 이대준씨 사건 당시 정보 공유를 뒤늦게 받아 중국 정부에 제때 구조 협조 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TF 소속 의원들과 29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조현동 1차관 등과 면담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에 서해에 중국 어선이 200여 척 있었다. 이대준 씨가 중국 어선에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데 그러려면 중국 측에 협조 요청을 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사회 특성상 해경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중국 정부가 지침을 내리면 (어선들도) 훨씬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외교부가 중국 외교부에 알린 것은 사건이 지나고 한참 뒤인 27일"이라며 "실종 직후에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대준 씨는 2020년 9월 21일 실종됐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이씨 사망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3차례에 걸쳐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소집했지만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참석 요청을 받지 못했다.
이후 9월 24일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강 전 장관이 관계장관 대책회의에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에 항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 의원은 밝혔다.
그는 외교부가 '패싱'을 당한 것이라며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정보공유를 안 해서 외교부가 마땅히 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또 페이스북을 통해 NSC 상임위원회에서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이후인 9월 25일 강 전 장관이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주최 화상 세미나에서 "월북(defect to North Korea)이 아니라 표류(drift)라고 발언했다"면서 당시 연설문 해당 부분을 공유했다.
이어 "(강 장관은) 아울러 이대준씨가 왜 어떻게 북한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는 규명할 과제라고 했다"면서 "월북 쪽에 무게를 실은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과 다른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 의원은 이날 외교부 현장조사 때 발표문을 입수하고 당시 정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강 전 장관은 (세미나) 전날인 24일 12시 청와대에서 열린 NSC 상임위에 참석해 확인한 내용들을 토대로 연설문을 썼다고 외교부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부 등에서는 당시 이 씨가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각 부처와 해와 공관에 전파하고 있었다는 게 하 의원의 지적이다.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라고 답했고, 청와대 안보실이 같은날 하달한 답변 지침에도 "자살보다는 자진 월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즉, 해당 연설문은 강 전 장관과 NSC 내부와의 견해차가 있었음을 확인해주는 자료라는 게 하 의원 주장의 요지다.
하 의원은 이어 "외교부에서는 24일 강 장관 연설에 대한 사전보도자료를 냈는데 이 자료에는 해수부 공무원 관련 언급은 없다"며 "그 이유는 해수부 공무원 사건 부분은 24일 사전보도자료 나간 뒤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외교부 측 설명을 전했다.
한편, 하 의원은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유족이 진정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제사회를 상대로도 진상규명과 피해구제를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고도 외교부 브리핑에서 밝혔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는 앞서 이미 진정이 제기됐지만, 비사법적, 약식 혹은 자의적 처형에 대한 특별보고관이나 유엔 인권이사회 등을 상대로도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현 보고관 후임자에게도 이 사안을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포괄적으로 보면 한국 (전임) 정부의 인권침해 문제도 (진정 제기 과정에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대북 인권 제재 대상에 해당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기로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