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고립작전? '친윤' 비서실장 사퇴에 촉각…尹心은 어디에(종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 심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이 30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정치권에선 '친윤(친윤석열)'으로 꼽히는 박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를 신호탄으로 당내 주류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측이 본격적인 '이준석 고립 작전'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리위 징계 심의를 앞두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동시에, 이 대표를 향한 거취 압박도 더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박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의원들이 술렁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2연승'에 새 정부 출범 초기라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세진 상황에서 선뜻 이 대표 편에서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옹호하는 의견을 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날 비서실장직 사퇴를 선언한 박 의원은 대표적인 친윤계로, 대선 이후 약 3개월여간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가교' 구실을 했다.
하지만 이날 박 의원이 돌연 사퇴하면서 양측 간 소통의 다리도 끊어진 셈이 됐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이 대표와 갈등을 빚어왔던 김정재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다리가 끊어질지 아닐지는 모르겠는데 박 의원이 우크라이나까지 같이 가서 애를 많이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내 윤핵관 그룹과 이 대표 간 긴장 관계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윤 대통령이) 입당하는 과정과 대선, 대통령이 된 이후 누적된 불만들이 폭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고,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의 집권 후 첫 해외순방에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만 참석하고 이 대표는 배웅을 나가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거리두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윤리위 기류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김 실장과 이 대표에게 윤리위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이 대표에게는 '당원권 정지', 김 실장에게는 '탈당권유' 이상 수준의 중징계로 결론 날 거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 공개 발언을 보이콧한 이후 지방을 돌며 윤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을 챙기고 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최근 자신을 향한 당 내외의 압박에 대해 '무력 시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 시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성민 비서실장 사퇴가 '윤심'이 떠난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뭐 그런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어제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여당 대표와 대통령 측 간 갈등이 표면화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부각돼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권) 초기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야당과 협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 볼 것 같으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임명한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오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권력을 잡았다고 자리다툼 하는 것처럼, 내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 당이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분열·대립한다면 국정 기반이 더 약화하고 국민 실망도 커질 것"이라며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한 의사결정,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치, 원팀정신 등 세 가지가 어떤 경우에도 놓지 말아야 할 성공방정식"이라고 적었다.
최근 당내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갈등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왔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을 극단의 갈등으로 밀고 가고 있다"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전 김무성·유승민과 친박계 간의 갈등 데자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