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판사 1명이 국민의힘 가처분 재판 결정한다?
국민의힘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14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본안 사안(소송) 같으면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재판부가 이루어지고 대법원 같은 경우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습니까"라며 "그런데 이것은 판사 한 분께서 판단하고 결정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 개정 과정에 하자가 있어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신중한 결정을 주문하면서 한 말이다.
이번 가처분 사건은 실제로 판사 1명이 단독으로 결정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민의힘 당헌 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은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재판부에서 심리하기 때문에 판사 1명이 판단해 결정을 내린다고 할 수는 없다.
법원의 재판부는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부와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로 나뉘는데 법령에 의해 담당하는 사건 범위가 정해져 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소송가액 5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민사사건이나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범죄 형사사건 재판은 합의부에서 맡고, 나머지 소액 민사사건이나 가벼운 형사사건은 주로 단독부에서 담당한다.
가압류나 가처분 등을 구하는 민사신청 사건도 마찬가지로 경중에 따라 합의부(민사신청합의)와 단독부(민사신청단독)가 나눠 맡는데, 통상 심문이 필요한 복잡하고 중요한 사건은 합의부가 담당하고 서면 심리가 가능한 사건은 단독부가 맡는다고 보면 된다.
일테면 국민의힘 당헌 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처럼 본안소송으로 권리관계가 확정되기 전 권리자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잠정적 처분(보전처분)의 필요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하는 중요 사건은 합의부에서 담당하게 된다.
민사신청합의 사건은 짧은 시간에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상 법원마다 전담 재판부를 운영하는데,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수석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로 구성된다. 이는 법원마다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영장전담판사를 따로 두는 것에 비견된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가처분 사건들은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신청합의 사건 전담 재판부인 민사51부(제51민사부)의 황정수 수석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가 함께 심리 중이다. 황 부장판사는 재판장이고 2명의 배석판사 중 1명이 주심을 맡고 있다.
이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관할구역 내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정당 당사와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가 포함된 탓에 각종 정치 분쟁 관련 가처분 사건과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주요 가처분 사건 재판을 줄곧 맡아왔는데 담당 재판부는 모두 민사51부였다.
지난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강용석 경기지사 후보가 자신을 제외한 TV토론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으며, 2020년 총선 전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국회의원을 제명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제명결의를 무효화한 가처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밖에 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2018년 국민의당 합당 관련 당헌 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2017년 국민의당 당원 투표금지 가처분 사건,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등도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가 재판을 맡았다.
[서울남부지법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