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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장, 한국축구를 부탁해!”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3-07-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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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3-07-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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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장, 한국축구를 부탁해!”

‘삼촌 리더십’…7월 동아시안컵 무대서 첫 평가

 
박지성이 처음 국가대표팀에 뽑혔을 때 일이다. 박지성은 하늘 같은 대선배인 홍명보와 한방을 써야 했다. 둘 다 말이 없는 성격이라 박지성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홍명보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박지성과 띠동갑이다. 지성이가 막 대표팀에 들어와서 나와 한방을 써야 했으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내 경험상 그럴 때는 선배가 비켜주는 게 상책이다. 지성이가 불편할까봐 잠들 때까지 웬만하면 방에 들어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홍명보는 나중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박지성은 이후 “명보 형은 배려와 믿음을 갖춘 덕장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오면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 런던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을 보면서 오직 팀을 위해 개인의 감정을 배제한 명보 형의 결단을 읽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4). 그가 잠시 길을 잃고 표류하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선장이 됐다. 축구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도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패싱 게임, 압박 등 현대 축구의 흐름을 홍 감독이 따라간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홍 감독은 6월 25일 취임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걸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불사르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전날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지금부터 대한민국 축구는 변화와 혁신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그는 결연했다.

FC서울 감독을 지낸 ‘지한파’ 세뇰 귀네슈, 2004 아테네올림픽 8강 진출 경력이 있는 김호곤 울산현대 감독 등을 제치고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5 호주아시안컵까지 2년간 대표팀을 이끌게 된 홍명보 감독. 그는 지도자로서 어떤 강점과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에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회장단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감독이었던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거스 히딩크 이후) 많은 외국인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맡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났다.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다.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국내 지도자가 맡는 게 맞고,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로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게 강점이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을 앞두고 이회택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이탈리아 본선 무대를 누볐고, 1994 미국월드컵, 1998 프랑스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활약했다. 한국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주전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영원한 리베로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 거친 한국 축구대표 감독 최적임자

지도자로서도 2005년 대표팀 수석코치로 출발해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2006 독일월드컵에 나가 1승1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박성화 감독 아래서 코치를 맡았다. ‘홍반장’이라는 별명도 수석코치 때 붙은 것이다. 2009년에는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아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아쉽게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으나 역시 동메달을 일궈냈다. 2010 런던올림픽 때는 4강전에서 일본을 누르고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홍 감독의 최대 강점은 선수들이 너나없이 믿고 따른다는 점이다. 2010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때 팀 미팅에서 그가 선수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는 마음속에 칼을 하나 가지고 있다. 너희를 해치려는 사람들로부터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너희는 경기만 열심히 해라. 나머지는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그는 이웃집 삼촌 같은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이른바 ‘삼촌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야단보다는 칭찬으로 선수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그런 리더십은 최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해 부진한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안지에서 5개월 동안 코치 수업을 받으면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훌륭한지 다시 느꼈다. 그 팀에는 11개국에서 온 선수들이 있었는데 관리가 쉽지 않았다. 훈련 태도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 등이 그랬다. 한국 선수들이 다시 한번 그리웠다.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대한민국 축구 선수다.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 성실성, 팀을 위한 희생 등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그는 늘 선수들을 격려하고 칭찬한다. 비판은 하지 않았다. 경기에서 나쁜 결과가 나와도 한번도 선수 탓을 한 적이 없다.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절대 하지 않는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의 중용 가능성을 묻자 “특정 선수에 대한 장단점을 많은 사람 앞에서 그동안 말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말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감독의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감동하는 대목이다.

홍 감독은 7월 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화성 등지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대회 때부터 본격 지휘봉을 잡는다. 그가 대표팀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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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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