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장 조립식…폐막 후 자재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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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병 교대식으로 유명한 왕실 기마대 광장에 설치된 비치발리볼 경기장. 대회가 끝나면 경기장 시설은 모두 철거된다. |
2012 런던올림픽 현장에서 느낀 것은 경기장과 시설물들이 아직도 ‘공사 중’이 아닌가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경기장은 밖에서 보는 형형색색의 화려함과는 달리 경기장 안에 들어가 보면 조립식 철구조물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나 천막 등 ‘임시 구조물’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런던올림픽 경기장은 대부분 올림픽이 끝난 뒤 해체된다. 우선 4년 동안 공사비 4억8천6백만파운드(약 8천6백억원)를 들여 개·폐회식과 육상 경기를 치른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8만석 가운데 5만5천석이 사라진다. 역대 올림픽 주경기장 가운데 최초로 분리가 가능하도록 지어 임시 관중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조립식 철구조물로 지어 유도, 레슬링, 복싱, 태권도, 펜싱 등 투기종목과 탁구를 치른 엑셀경기장 역시 모두 해체된다.
런던 시당국의 흑자올림픽 열망 곳곳에 반영
서울의 코엑스를 연상시키는, 무려 3만평이 넘는 엑셀경기장 안에 들어서면 좌우로 각 종목별 경기장이 늘어서 있다. 각 경기장은 5천~6천명 정도를 수용하는데 관중석은 모두 조립식 철구조물로 지어 올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해체된다.
농구가 열린 바스켓볼 아레나 역시 건물 전체가 거대한 천막으로 뒤덮은 임시 구조물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나사로 듬성듬성 연결해놓은 구조물에다가 방수처리용 비닐까지 마치 가건물 같다. 덕분에 해체와 재조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해체한 뒤 자재를 브라질로 수출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재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자원도 재활용의 대상이다.
사이클 벨로드롬 경기장에는 에어컨이 없다. 그 대신 나무 외벽에 파인 홈으로 바람을 통과시켜 실내 온도를 맞춘다. 또 투명 천장으로 햇빛을 통과시키는 자연채광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빗물은 경기장 화장실 물로 재활용하고 있다.
스폰서 의식한 지나친 상업주의로 눈총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처럼 자린고비가 된 이유는 흑자 올림픽에 대한 런던시의 강한 열망 때문이다. 올림픽은 유치도 어렵지만 흑자를 내기는 더욱 어렵다. 역대 올림픽 가운데 흑자 올림픽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가 유일하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1988년 서울올림픽도 4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직위가 발표했지만 이것저것 빼고 나면 실상 알맹이는 적자였다.
1976년 몬트리올은 올림픽 이후 파산 직전까지 갔고 회복하는데 30년이 걸렸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는 폐막 이후 악화된 ‘올림픽 불경기’에서 아직까지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렀다가 경제위기에 시달려 국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그리스는 2001년 유럽연합(EU) 가입과 올림픽 유치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저금리 자금이 건설·주택 등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광풍이 일어났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은 대회가 끝나면 8만개의 좌석 중 5만5천석은 헐어버린다. |
역사상 처음으로 세번째 올림픽을 치른 도시다운 노하우일까. 런던은 다른 나라들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해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의 순수한 정신에 위배되는 지나친 상업주의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엄청난 대가가 따르는 공식 스폰서를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정서도 무시됐고 체면도 없었다. 패스트푸드 공식 스폰서인 맥도날드를 위해 영국인들의 ‘주식’인 감자를 맥도날드 이외의 다른 업체들은 올림픽 식단에 올릴 수 없다고 발표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또 세바스천 코 조직위원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공식스폰서인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콜라 브랜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관람객은 경기장 입장을 금지한다”는 코미디 같은 발언을 했다가 빈축을 샀다. 경기장에는 공식 스폰서인 비자카드만 사용할 수 있고, 음식물과 음료수는 전혀 반입할 수 없도록 했다. 심지어 한 살 이하의 영아한테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
더욱이 쓰레기매립지를 올림픽공원으로 탈바꿈시켜 ‘그린올림픽’을 표방했지만 올림픽 자체가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환경론자들의 반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그린올림픽’을 표방하면서도 돈이 된다면 친환경 업체와 무관한 스폰서 선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대 스폰서 중 하나인 다우케미컬은 1984년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대형 환경참사에 연루된 기업이다.
‘평창’ 과도한 투자비 지출 경계해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스포츠대회에서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린 IBC와 MPC에는 냉장고 안에 생수와 공식 후원업체의 음료수, 그리고 다과 정도는 비치해놓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IBC와 MPC에는 냉장고가 아예 없다. 건물 안에 정수기를 배치한 게 고작이다. 그러면서 음식물 반입도 철저히 막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애초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책정한 올림픽 예산은 약 24억파운드(약 4조2천억원)다. 그러나 목표치는 무려 4배나 넘어섰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 올림픽에 쏟아부은 돈이 무려 93억파운드(16조6천5백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4백억달러(45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베이징올림픽의 3분의 1가량이지만 애초 올림픽 예산으로 약 16억달러(약 1조8천억원)를 책정했다가 실제로는 10배가량 지출한 아테네올림픽과 비슷한 규모다.
런던올림픽조직위의 ‘짠돌이 운영’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그러나 당초 예산보다 과도하게 비용이 지출되는 부분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우리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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