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하나의 작품이죠~”
“만화도 하나의 작품이죠~”
[서울] “좋은 만화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돼 해외수출까지 이뤄져 또 다른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우리 만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7월 18일~22일 코엑스D홀을 비롯해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남산공원 팔각광장 일원에서는 ‘제16회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개최됐다. ‘두근두근 행복 파라다이스’란 주제로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 최대의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애니메이션 영화제, SPP(캐릭터 콘텐츠 시장)까지 열리고 있어 한국 만화시장의 현주소를 불 수 있는 전시였다. 이번 전시에선 ‘김산호 특별전’을 비롯해 만화 전공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의 웹툰 등 다양한 만화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만화 관련 특성화고등학교인 울산 애니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수빈, 이용림 군은 “고전물, 현대물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만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 만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기며 놀다 갈 수 있다”며 이번 전시를 본 소감을 전했다. 만화를 전공하고 있다는 박수빈 군은 “TV에서 방영되는 만화들이 대체로 일본 만화 위주의 방영이 많은데 찾아보면 한국 만화도 재미있고 유익한 만화들이 많다.”며 “무조건 일본 만화가 유명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이 아쉽다. 이런 전시를 통해서 다양한 한국만화 작품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림 양은 “기성세대들은 만화를 시간 낭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만화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한국만화에 대한 편견보다는 자부심과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체류 여행기 형식의 ‘르포만화’를 비롯해 IT산업의 발달로 인해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만화’, ‘앱 북’, 게임으로 수학문제를 풀어보는 교육적인 만화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만화의 현주소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건담’ 시리즈가 있던 곳은 마니아뿐만 아니라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건담’ 시리즈의 사례만 봐도 만화가 가지고 있는 시장성과 부가가치는 이제 만화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는 걸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전시장 한 쪽에서는 ‘역전! 야메요리’의 정다정 작가가 출연해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독자들과 함께 큰 호응 속에서 ‘웹툰 라디오’ 공개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게스트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금은 굳이 대학을 가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나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그때 대학을 진학할 예정이고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 진학은 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전시장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자신의 얼굴 캐리커처를 그리는 곳이 특히 인기가 높았다. 캐리커처는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캐리커쳐를 위해 수묵기법을 도입한 정창일 대표가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직접 캐리커쳐를 그려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단순한 전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SPP(Seoul Promotion Plan)인 만화, 애니메이션 전문 콘텐츠마켓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 찾아가 봤다. SPP에서는 해외 우수 바이어와의 일대일 비즈매칭, 세계 신규 애니메이션 경쟁 프로그램인 SPP 프로젝트 컴피티션, 우수 프로젝트 런칭쇼, 콘텐츠 분야 최신 정보 및 트렌드를 제시하는 SPP컨퍼런스 등 다채로운 전문 비즈니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사)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 SPP를 통해 지난 2009년 882만 달러, 국내 비즈매칭 참가 업체 수 64개사, 매칭 건수 471건이던 것이 최근 3년 사이에 1,510만 달러, 국내 비즈매칭 참가 업체수 86개사, 비즈매칭 건수 580건으로 거래금액, 규모 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 만화가 해외 유수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전시기간 중에는 (주)그래피직스가 제작한 초등과학 애니메이션 ‘위대한 발견’이 한국애니메이션 최초로 아르헨티나 대표 애니메이션 기업 아스트로와 공동제작 계약 체결식이 있었다. 초등학생을 주요 시청대상으로 하는 ‘위대한 발견’은 기존 학습애니메이션들이 유아용에 국한돼 있는 것에 착안, 역사 속 과학자를 만난다는 설정으로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E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시너지 미디어 강유신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드라마와 음악이 한류로 인정받고 있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우 2000년도 초반에 이미 그 초석을 다진 상태”라며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규모는 전 세계 5위안에 드는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외국시장에서는 창의력과 기술력이 뛰어나며 사업기획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된 ‘위대한 발견’이 남미의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성과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강 대표는 또 “애니메이션 시장의 경우, ‘뽀로로’처럼 한 번 인지도가 생기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문화적인 의미로 접근을 해야 한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방송기회가 많지 않고 제작자가 받는 돈이 미미한 시장 상황 때문에 외국과의 공동제작, 해외 세일즈를 공격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제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단순한 시장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며 현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기술로 만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보여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에 임하고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 방중혁 본부장은 ‘SPP는 기획단계에서 완성 단계까지 콘텐츠 성장 전 단계를 포함해 세일즈하고, 파트너를 발굴할 수 있는 마켓으로 성장해 왔으며, SPP가 향후에도 국산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원의지를 강조했다. 정책기자 정해경(프리랜서) chnagk@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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