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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빛 꿈 한국서 꼭 이룰거에요”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2-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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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2-11-01 10:35
  • |
  • 조회수 1,3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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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빛 꿈 한국서 꼭 이룰거에요”

[당당히 일어서는 다문화 아이들] 하모디 군과 이은아 양  

레인보우 합창단 활동하며 다문화 편견 음악으로 극복 

다문화 가정 학생이 올해 처음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받는 학생들이 일부 종종 있다. 공감코리아는 사회 편견에 맞서 당당히 일어선 다문화 학생들을 만나본다.

하모디가 레인보우 합창단 공연에서 독창할 넬라판타지아를 연습하고 있다.
하모디가 레인보우합창단의 공연을 앞두고 독창곡인 넬라판타지아를 연습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서울 온드림 다문화가족 교육센터 3층 노래연습실. “안녕하세요~ 제가 하모디 입니다. 내일 공연을 앞두고 있어 무척 긴장되고 설레입니다” 2008년 한국땅을 처음 밟은 하모디(12)는 이국적인 외모지만 한국말이 유창했다. 이라크인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청소년이다.

한국 생활은 모든게 서툴고 낯설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한글을 익히기는 커녕 말한마디 구사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놀렸다. 주먹다짐도 부지기수. 힘든나날의 연속이었다. 울고 또 울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선지 학교 공부에는 쉽게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지금도 국어를 제일 어려운 과목으로 꼽았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것 조차 힘들어 했다. 하지만 음악 연습이 시작되자 표정이 달라졌다. 공연을 앞두고 교사가 지적한 부분을 반복하며 고쳤다.

“넬라 판타지아 요 페도 운 문도 끼아로~” 넬라판타지아의 음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간다. 연습실에서 혼자 열창하며 고음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하모디는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키웠어요”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고, 지금처럼 한국말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준 연결고리다. “지금은 친구들이 저를 다른나라 사람처럼 대하지 않아요. 이제는 한국이 더 좋아요”라는 답변에 초등학생의 순수함이 묻어났다.

하모디가 활동중인 레인보우 합창단은 중국, 일본, 이라크, 미국 등 한국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다. 하모디는 이곳에서 음악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다음날 진행되는 서울 프라자호텔 공연에서 독창을 한다.

은아의 꿈을 향한 도전

은아(오른쪽 두번째)가 레인보우합창단 단원인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은아(오른쪽 두번째)가 레인보우합창단 단원인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바로 옆 연습실 한켠에서 이은아(13) 양은 동요 ‘고향의 봄’으로 발성연습에 한창이다. 은아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필리핀인이다.

피부색이 약간 다를뿐 연습 중간에 친구들과 수다떠는 모습은 여느 한국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셔트를 누르자 머리를 매만지며 웃는 모습이 해맑아 보였다.

은아는 “친구들이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릴땐 슬펐어요. 하지만 지금은 레인보우 합창단 활동을 하며 TV에 나오는 저를 부러워해요”라고 뿌듯해했다. 또 “힘들때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면서 “공연이 끝나 박수사례를 받는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은아는 한국말도 잘하고, 친구도 많다. 어릴적 할머니에게서 커 한국문화도 익숙하다. 자신은 토종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당당히 꿈을 이뤄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UN과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보고 싶은 포부도 밝혔다.
 
은아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해 가수가 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거위의 꿈’ 노래 가사처럼 전 꿈이 있어요. 그리고 그 꿈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갈거예요”

은아가 서울 온드림 다문화가족 교육센터 3층 노래연습실에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     
은아가 서울 온드림 다문화가족 교육센터 3층 노래연습실에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     

이날 만난 하모디와 은아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란 이유로 위축되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외국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했다.

“전 친구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기회를 부여받은거 같아요.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가진 장점 아니겠어요” 은아의 얼굴엔 수줍은 미소가 묻어났다.


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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