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25년만에 아내와 한둥지,,,
주말부부 25년만에 아내와 한둥지대전과 공주 이어주는 세종시로 이주… 빼어난 자연 품어 행복한 도시 기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주가 올해는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는 세종시 출범의 원년이나 다름 없는 한 해다. 세종시 ‘첫마을’ 입주 때부터 세종시에 살기 시작한 시민의 눈높이로 세종시의 현장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세종과 공주를 잇는 주요 도로 가운데 36번 국도가 있다. 서쪽으로는 충남 보령에서 동쪽으로는 경북 울진을 잇는 대한민국의 핵심 국도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말부터 이 도로가 내게는 일상의 통행로가 됐다. 출퇴근길이 됐기 때문이다. 36번 국도와 인연은 내가 세종시로 이사하면서 시작됐다. 정부 대전청사 근처에서 일하는 아내는 귀농한 나를 보러 주말마다 공주로 찾아왔다. 주말부부인 셈이다. 10년 전까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내가 아내를 보러 대전으로 찾아갔다. 그 기간까지 합하면 결혼 25년 동안 아내와 한 이불 아래서 잔 시간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셈이다. 아내와 논의 끝에 세종시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투자나 교육 목적이 아닌 아내와 함께 지내기 위해 세종을 선택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유일한 특별자치시 대전과 공주의 중간지점인 세종시는 아내와 함께 생활하는 기쁨을 되돌려줬다. 산과 강, 들판과 가까운 세종의 자연환경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1년 귀농하면서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삶에 빠져들었다. 서울, 미국 동·서부 등 족히 45년을 대도시에서 보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도시에서 사는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비슷비슷한 도시생활에 젖어드는 것을 개인의 힘으로는 거역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농 후 더 없이 즐거운 시골생활을 하면서 삶의 호사를 만끽했다. 티끌만한 씨앗이 시커먼 흙 속에 떨어져 어린아이 몸통만한 배추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신비한 힘을 경험했다. 짙은 주황색 당근을 캐낼 때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직접 농사를 지으니 먹거리에 대한 걱정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뒤뜰에 심은 자두와 담장 옆의 포도는 더 없이 신선한 간식이자 영양원이었다. 늦가을 하루에 두세 개씩 빼놓지 않고 먹던 홍시는 참으로 시원하고 달콤했다. 매사 주변사람들에게 인색하게 굴고 강퍅했던 인성도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난생처음 직접 재배한 마늘·감자·고구마·깻잎 등을 스무 명 안팎의 친척·친구들에게 선물하면서 나누는 기쁨을 제대로 맛봤다. 세종시의 초기 이주민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어떤 도시보다 새로운 도시를 꿈꿔본다. 그간 살았던 서울과 대전, 미국의 보스턴·로스앤젤레스와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도시를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특별자치시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세종시가 명실공히 이름값을 할 날을 기대해 본다. |
이 시각 주요뉴스 많이 본 기사 문화생활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