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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이자가 솔솔 붙는 행복한 투자”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3-01-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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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3-01-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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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이자가 솔솔 붙는 행복한 투자”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 “저소득층에게 연탄 한 장은 생명 같은 금탄”

16년 동안 묵묵히 사회적 약자를 돌봐온 사람이 있다. 연탄은행 전국협의회장 허기복 대표가 주인공이다. 1998년 원주 쌍다리 밑에서 무료급식으로 봉사를 시작한 그는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대표, 지역아동센터장도 맡고 있다. 그는 “나눔은 자꾸 이자가 붙는 행복한 투자”라고 말한다. 숱한 시련을 거쳐 올해 ‘행복센터’를 건립한 허 대표는 추운 날씨에도 봉사활동 동참자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허기복 대표는 3.65㎏의 연탄이 36.5도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허기복 대표는 3.65㎏의 연탄이 36.5도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지난 1월 12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똑같은 조끼를 입고 한자리에 모였다. 지번을 따 ‘104마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다. 좁은 골목길에 촘촘히 늘어선 자원봉사자들이 연신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나른다.

그 가운데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한몫 거드는 중년남성이 있다. 허기복(58) 대표다. 그는 2004년 이곳에 서울연탄은행 본부를 세웠다.

“1994년 원주에서 빈민사목을 시작한 뒤 서울사람들의 요청이 있어 마땅한 곳을 알아보다 이곳에 정착했어요. 3개월간 미아리·수유리 등지를 돌며 ‘100가구 이상 연탄을 때는 지역’을 조사했는데 조건에 맞는 곳이 이곳뿐이더군요. 당시 중계본동 104번지에는 800가구 이상이 연탄을 때고 있었어요.”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연탄을 때는 가구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탄은행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가구들은 앞으로도 10년은 더 남아있으리라는 것이 허 대표의 생각이다.

“10년 뒤에도 가난한 서민들에게 연탄은 ‘금탄’일 것입니다. 생명과 같은 절박한 에너지죠. 연탄 한 장 무게가 3.65킬로그램인데 저는 이것을 사람의 체온인 36.5도로 봅니다. 없는 사람들에게 연탄은 난방도구가 아니라 소통이자 열정이고 사랑입니다.”

연탄 한 장 없어 냉방에서 지내는 할머니 보고 결심

1994년, 허기복 대표가 서른아홉살 되던 해였다. 서울에서 목회를 하던 허기복 목사는 “목사가 되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리라” 다짐했던 신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강원도 원주의 작은 교회로 향했다. 구두가 닳을세라 남들 안 보는 데서는 벗고 다니면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밥을 굶는 사람들이 생기더군요. 교회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1998년 4월, 그는 원주 쌍다리(원주교) 밑에서 노숙인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밥상공동체의 시초였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께는 저녁 도시락도 싸드렸다. 그렇게 시작한 밥상공동체는 그동안 70만 명이 넘는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연탄 나눔은 2002년 12월 한 후원자가 내놓은 연탄 1,000장으로 출발했다. 이는 이내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전국 31곳의 연탄은행 설립으로 이어졌다. 허 대표는 추운 겨울 홀로 냉방에서 지내는 할머니를 보고 2002년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은행’을 설립했다.

“당시 연탄 1장에 250원이었는데, 그 돈조차 없어 냉방에서 지내는 할머니를 보고 ‘아직 우리 주변에는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죠.”

결혼 앞둔 커플 혼수 비용서 100만원 떼 기부하기도

그가 연탄 나눔을 시작하게 된 것은 단순히 연탄 값이 싸서가 아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데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결국 난방비였다.

연탄은행은 한 후원자가 제공한 1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다. 이 연탄은행이 커져 지난해 10월에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연탄은행 34호점이자 해외 1호점이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국내외 연탄 나눔 사업과 관련해 허 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외교통상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외교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우리나라 외교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민·관 협력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에너지 빈곤층 연탄나눔사업으로 민간부문 최우수상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번에 제주도에 갔는데 연탄 200장을 받은 독거노인 할머니께서 엉엉 우셨어요. 한겨울 얼어 죽지 않게 해줘 고맙다면서요.”

연탄 200장이면 10만원 정도다. 그 200장의 연탄이 할머니의 방을 한 달 보름 정도 따뜻하게 해준다. 할머니에게는 삶터이자 쉼터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그는 “할머니께서 ‘연탄 한 장이 찾아오지 않는 자식보다 낫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봉사와 사랑이 내가 지칠 때 힘이 되고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 형제·자매 이야기도 그의 기억 속에 새겨져있다.

“결혼을 앞둔 두 청년이 혼수를 마련하다 보니 돈이 부족하더랍니다. 그래서 이들 청년은 어차피 돈이 부족하니 부족한 대로 살림을 장만하고 대신 혼수비용 중 100만원을 기부하겠다며 가지고 왔어요. 그런 분들이 제게는 행복과 보람입니다.”

오는 3월 13일, 허 대표는 뜻 깊은 건물 준공식을 갖는다. 복지소외계층을 위해 강원도 원주에 마련하는 밥상공동체의 새 보금자리 ‘행복센터’가 완공되기 때문이다. 지상 4층, 연면적 1,343평방미터 규모다. 공사비는 지난해 6월부터 ‘만원감동 행복센터 세우기’ 운동을 통해 모금한 기부금 15억원으로 충당했다.

행복센터는 밥상공동체에 와서 점심을 먹는 어르신들, 사회복귀를 준비중인 노숙인들, 아동센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형편대로 조그만 돈을 넣은 봉투가 모여 탄생했다. 이곳의 노인들을 위한 ‘어른 공부방’은 여원미디어의 김동휘 회장이 기증한 500여 권의 책으로 시작한다.

정부 보조금 받지 않고 작은 돈 모아 ‘행복센터’ 완공

“정부 보조금은 한 푼도 안 받았습니다. 쌀 한 줌, 연탄 한 장으로 시작한 작은 나눔이 얼마나 큰 결실을 맺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가진 게 있어야 나누지? 아닙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고, 나누기 시작하면 점점 커집니다.”

허 대표는 ‘섬김’을 사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그 바탕에는 ‘초심과 모심’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그는 “봉사활동 속에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사회적 약자가 주인이 되는 공동체를 꿈꾸는 허 대표는 행복센터에 이어 ‘30인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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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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