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힐링이요? 이해와 용서입니다”
이경규 “힐링이요? 이해와 용서입니다”[또 하나의 행복 ‘힐링’] 유명인사들 속 깊은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며 공감대 형성
<힐링캠프>의 이경규씨는 인내심이 강하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또 참는다. 그도 이런 모습이 어색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프로다. 많이 듣고 조금 말하며 <힐링캠프>를 이끌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출연자는 축구공입니다. 우리가 출연자를 드리블해서 골을 넣어야 합니다. 골을 안 넣어주면 출연자도 나중에 빛을 발하지 못하지요. 그러려면 많이 듣고, 그 와중에 또 웃겨야 합니다. 출연자는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면 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방송 내내 매 순간마다 피로를 느낍니다. 어떻게 이겨내느냐고요?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힐링은 예능프로그램이 다루기 힘든 주제다. 일단 지루하다. 여기에 내용도 뻔하다. 출연자가 얼마나 힘들었다느니 하며 울먹이면 괜찮다고 격려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힐링캠프>는 다르다. 유명인사들이 나와서 그들만의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때 시청자들은 함께 웃고 울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출연자를 힐링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어느덧 시청자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이경규씨는 자신도 회복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역경을 이겨낸 느낌이 듭니다. 그럴 때는 촬영을 마친 다음 가슴속 응어리가 사라진 것이 느껴져요. 힐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곤 합니다.” 이경규씨에게 힐링이란 무엇일까? 그는 이해와 용서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들 사는 모습이 좀 지질하지 않나요? 몇 푼 안 되는 돈과 소박한 희망을 품은 채 울고 웃지요. 사소한 일로 미워하고 거짓말합니다. 그렇게 상처가 쌓이고 관계가 어그러집니다. 이때 이해와 용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상처가 치유되고 관계가 회복됩니다. 우리 모두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나타나는 비범한 모습이지요. 이게 힐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힐링 이야기가 쉽지는 않다고 한다. 아픈 이야기를 꺼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속이 편치 않아요. 나도 물어보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설경구씨가 나왔을 때 그가 울먹이는 모습에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이유 역시 힐링을 위해서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맺힌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속 시원히 이야기를 털어놨을 때 비로소 치유가 진행된다. “요즘 사회가 점점 사람 목을 조여가는 느낌입니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들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힐링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나타나는 비범한 모습이 힐링” 최근 그는 세번째 제작한 영화를 내놨다. 제목은 <전국노래자랑>.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다. 전세 비용을 못구해 전전긍긍하는 가난한 부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를 캐나다로 떠나보내야 하는 시골 노인, 승진을 꿈꾸는 만년 과장의 몸부림, 눈치만 보고 고백은 못하는 어리바리한 초보 커플이 등장한다. 이들이 ‘노래’를 매개로 울고 웃는 가운데 변화가 일어난다. 영화는 이들의 고민과 갈등이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에서 전국노래자랑은 노래로 경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노래를 즐기는 무대다. 관계의 회복과 치유를 그린 영화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힐링캠프>의 영향은 없었을까? 그는 특별히 의도한 바는 없고 평소 생각하던 내용들을 담았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범한 사건들을 그렸습니다. 일부러 웃길 생각도 울릴 의도도 없습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지질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갔습니다.”
이경규씨는 영화에서 <힐링캠프>와 관련 있는 부분은 주제곡이라고 한다. 지난해 <힐링캠프>에 출연한 가수 싸이는 촬영을 마친 다음 이경규씨의 영화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이 뜬 다음 미국으로 가서는 연락이 두절됐다. 연락이 안 돼 고민하던 이경규씨는 유건형씨를 찾아갔다. “‘강남스타일’, ‘젠틀맨’을 작곡한 사람이라더군요. ‘싸이 대신 당신이 노래 내놓으쇼’ 하고 졸라서 곡을 받았습니다. <힐링캠프> 덕이라 해야겠지요?”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굳이 영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금전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가 상업예술인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돈이 전부는 아니란 거죠. 돈을 벌려고 처음부터 <복수혈전>을 찍은 것도 아니에요. 영화는 상업적일지 몰라도 영화에 대한 제 꿈은 상업적인 게 아니에요.” “잔잔한 감동과 힐링이 있는 이야기 그리고 싶어” 직접 영화를 연출하는 꿈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명배우에서 명감독의 반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메가폰을 잡는 모습이야말로 그가 닮기를 희망하는 롤모델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꿈과 열정이 있으면 됩니다. 영화는 제가 평생 놓고 싶지 않은 꿈입니다. 이경규 영화는 ‘인간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사람 냄새나는 영화, 힘든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잔잔한 감동과 힐링이 담긴 이야기를 그려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위클리공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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