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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굣길 안전 지키는 ‘워킹 스쿨버스’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3-05-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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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3-05-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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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굣길 안전 지키는 ‘워킹 스쿨버스’

같은 방향 어린이 모아 안전 지도…교통사고 예방 큰 효과

2010년 국내 첫 도입…563개 초등학교 6만8000여 명 참여

5월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한 어린이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새싹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가장 많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달이 안타깝게 또한 5월이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5월이 43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역시 224건으로 1년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

시간대별로는 하교시간대인 오후 2~6시에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의 50.8%가 발생했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1,2학년이 48%로 가장 많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 교통사고 하교시간대 많이 발생…초등학교 저학년이 가장 많이 다쳐    

이러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 학교, 학부모가 손을 잡았다. 2010년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어린이 종합안전대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보행안전지도사업인 워킹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가 그것. 

단어에 버스라는 말이 있다고 통학차량을 상상하는 것은 금물! 워킹스쿨버스는 보행안전지도사가 등·하굣길 방향이 같은 어린이들을 모아 함께 등·하교하는 교통안전 프로그램이다. 말 뜻 그대로 ‘걸어다니는 스쿨버스’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다.

워킹스쿨버스에 참여한 아이들이 보행안전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줄서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워킹스쿨버스를 이용할 아이들이 하교 후 질서정연하게 줄서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1992년 호주에서 처음 시작해 반응이 좋아 영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와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행안전지도사, 같은 방향 어린이 모아 등·하교하는 교통안전 프로그램 

국내에서는 도입 첫해인 2010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 38개 학교에서 워킹스쿨버스의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전국적으로 총 202개학교에 1100명의 보행안전지도사가 투입돼 참가학생이 1만 70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2721명의 보행안전지도사가 9만 5000여명의 학생들을 인솔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는 627개 학교가 참여했다.

워킹스쿨버스는 각 지자체가 주체가 돼 공공근로사업,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해당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단체인 어린이 안전학교와 연계, 안전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지도사들을 중심으로 운영 중에 있다. 

워킹스쿨버스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보행안전지도사로부터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을 배우며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있다.
워킹스쿨버스에 참여하는 녹번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보행안전지도사로부터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에 대해 배운대로 손을 들고 좌우를 살피며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있다.

공감코리아가 찾아간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는 2011년 3월부터 3년째 워킹스쿨버스를 운영 중이다. 5개 노선으로 나눠진 워킹스쿨버스는 1~3학년까지 저학년 1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장애학생의 경우에는 희망자에 한해 5학년까지 이용 가능.

녹번초등학교의 워킹스쿨버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린이 교통사고가 집중되는 하교시간인 12시 50분부터 4시 30분까지 운행된다. 보행안전지도사들의 일과는 그보다 더 앞선 12시부터 시작이다. 

2010년 첫 도입···현재 전국 563개 학교 6만8000여명 초등학생 참여 

종례를 마친 아이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부산한 학교 앞. 보행안전지도사들은 자신들이 맡은 노선의 아이들을 일일이 챙겨 두줄로 세운다. 꼭 어린시절 기차놀이할 때처럼 긴 줄이 생긴다.

한 노선당 10~15명, 많게는 20명이 넘는 자유분방한 아이들을 질서정연하게 관리하고,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면도로에서의 안전한 보행방법 등 꼭 알아두어야 할 교통안전 수칙을 현장에서 가르쳐주고…. 이 모든 것들이 보행안전지도사들의 역할이다.

녹번초등학교 워킹스쿨버스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강복선 어린이 안전학교 은평지회장과 보행안전지도사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녹번초등학교 워킹스쿨버스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강복선 어린이 안전학교 은평지회장과 보행안전지도사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재 녹번초등학교에는 5명의 어린이 안전교육 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한 보행안전지도사들과 2명의 보조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공감코리아 팀이 뒤따라간 3노선의 경우 워킹스쿨버스를 이용하는 학생 수가 많아 1명의 보조교사와 1명의 지도사, 강분선 은평지회장까지 함께 나섰다. 

아이들은 정해진 노선대로 이동하다 본인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지도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총총히 사라진다. 마지막 한 명의 아이까지 무사히 들어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서는 보행안전지도사들. “힘든점이 어딨겠어요. 폴짝 뛰어와서 선생님~! 하면서 안기는 아이들 보면 다 내 딸같고 아들같고 그래요. 행복합니다” 박정애 지도사의 말이다.  

사고 없이 하루가 마무리 될 때의 보람이 무척 크다는 박정애 지도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다음 하교시간 워킹스쿨버스를 이용할 아이들을 위해 점점 빨라진다.

강분선 어린이 안전학교 은평지회장이 워킹스쿨버스 앞서가는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며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강복선 어린이 안전학교 은평지회장이 앞서가는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며 워킹스쿨버스를 뒤따르고 있다.

강복선 은평지회장은 공감코리아 취재진에 그동안 써온 일지를 보여줬다. 매일매일 빠짐없이 몇 명의 아이들이 얼마나 워킹스쿨버스를 이용했는지 빼곡히 적혀져 있는 노트. 강 회장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시도됐지만 학교를 벗어난 곳에서의 사고는 여전히 빈번했는데 워킹스쿨버스가 활성화되면서 학교 통학하는 아이들의 사고가 줄어들었다며 흐뭇해했다. 

“아이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특성이 있거든요. 앞뒤 주위를 잘 안살피죠. 그래서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데 한 번은 장애아이가 그렇게 달리다 트럭에 치일 뻔 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나가더라고요. 다행히 트럭은 아이를 비켜갔고 저도 트럭에 스치기만 해서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 편의 일화를 들려주는 강복선 은평지회장. 

보행안전지도사와 어린이가 한창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정애 보행안전지도사와 어린이가 신호를 기다리며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햇수가 거듭되면서 대기하고 있던 학원 차량, 아이를 태워가려는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번잡한 학교 앞이 정돈됐다는 강 회장은 맞벌이 부부와 젊은 엄마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뿌듯해했다.

워킹스쿨버스 시행 후 교통사고 크게 줄어···학부모 반응 좋아  

“워킹스쿨버스는 학기 중에만 운영중인데 요즘은 학교에서 방학때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거든요. 방학때도 워킹스쿨버스 운영해달라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답니다”  

강 회장은 “아직도 워킹스쿨버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 또 이 제도가 유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워킹스쿨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또 지금도 원하시면 신청가능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워킹스쿨버스를 운영하는 대부분 학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실제로 2011년 워킹스쿨버스를 도입한 서울 시내 7개 초등학교의 만족도 조사결과, 84.4%가 만족 또는 아주 만족이라고 답했다.

비가 와도 워킹스쿨버스는 움직인다. 예전 같았으면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학교 앞은 차량과 학부모들로 뒤엉켜 복잡하겠지만 워킹스쿨버스가 운행된 뒤로는 그런 모습은 좀체 보기 힘들어졌다. 한산한 모습의 녹번초등학교 정문 앞.
비가 와도 워킹스쿨버스는 움직인다. 예전 같았으면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학교 앞은 차량과 학부모들로 뒤엉켜 복잡하겠지만 워킹스쿨버스가 운행된 뒤로는 그런 모습은 좀체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한산한 모습의 녹번초등학교 정문 앞.

녹번초 김원경 선생님도 정부와 학교, 학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워킹스쿨버스와 같은 제도들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분위기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도 참 좋아하더라고요. 같은 노선 친구들끼리 통학하다보니 잘 몰랐던 다른 학년, 다른 반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고요, 학교 앞 사거리도 한결 정돈된 느낌입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학교 밖의 안전을 책임져 주는 지도사 분들이 계셔서 든든하고요”

안행부, 교통사고 빈발·위험지역으로 확대 계획

워킹스쿨버스를 총괄하는 정제룡 안행부 안전제도과 서기관은 “학교, 지자체, 경찰까지 협업해서 어린이의 안전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워킹스쿨버스를 교통사고 빈발·위험지역으로 확대·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전자 아저씨, 저희들을 보면서 한 번 더 안전운전을 생각해 주세요!”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운전자 아저씨, 저희들을 보면서 한 번 더 안전운전을 생각해 주세요!”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석관초등학교를 찾아 어린이 교통안전 현장을 점검한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 등으로 어린이들이 희생되는 교통사고가 잇따라 매우 안타깝다”며 “정책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선생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근본적으로 예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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