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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고 최선의 결과만 남았어요”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2-08-1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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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2-08-1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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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고 최선의 결과만 남았어요”

수영 민병언·보치아 지광민·양궁 ‘숙자매’ 3인방의 특별한 다짐

[런던장애인올림픽] 한국 기대주들

장애인올림픽은 그 자체가 ‘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감동의 인간승리를 펼치는 한 편의 드라마다. 런던장애인올림픽에 우리나라는 14개 종목, 88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모두 저마다 목표한 결실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수영의 민병언, 보치아의 지광민, 양궁의 ‘숙자매’로 불리는 이화숙, 고희숙, 김란숙 선수를 만나봤다.

 



배영 50미터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민병언 선수.
배영 50미터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민병언 선수.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수영장에서 만난 민병언(27) 선수는 희귀난치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유전자 희귀병으로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되어 환자들은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발과 손 모양에 변형이 생긴다. 증상이 심할 경우 보행이 힘들어 휠체어에 의존해야 한다.

민 선수는 현재 장애인 수영등급(지체장애 부문) 중 세번째로 중증인 S3(등급에 따라 S1~S10까지 구분)에 속한다. 발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두 팔을 휘저으며 수영을 한다. 이런 민 선수는 자신의 주 종목인 배영 50미터 부문에서 세계 기록(43.67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 중국 선수에게 0.49초 차이로 아깝게 2위에 머물렀다.

민 선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는 배영(50미터), 평영(50미터), 개인 혼영(150미터) 세 종목에 출전한다. 그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내가 기록한 세계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수영 국가대표팀 조순영 감독은 “병언이가 작년에 어깨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동안 준비를 잘해왔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 선수는 초등학교 때 병의 증세가 시작됐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달리기도 하는 등 생활에 특별한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근육이 약해지면서 성인이 되어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그는 “CMT는 운동으로 병의 진행을 늦춰야 하기 때문에 22세 때 재활을 위해 수영을 처음 시작했다”며 “수영을 하면서 장애인들도 수영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팀에 들어가서 같이 수영을 하다 보니 혼자 할 때보다 열심히 하게 되고, 실력도 점점 늘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고, 그해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보니까 세계 신기록을세운 것입니다. 당시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 계속 수영을 하게 됐습니다.”

민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너무 긴장을 해서 제 실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며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색깔이 뭐가 되든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 위해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치아 대표팀 주장이자 세계랭킹 1위인 지광민 선수.
보치아 대표팀 주장이자 세계랭킹 1위인 지광민 선수.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보치아(Boccia) 연습장의 열기도 수영 연습장 못지않았다. 보치아 대표팀 주장인 지광민(31) 선수가 이번 런던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지 선수는 현재 보치아 세계랭킹 1위(BC1 종목)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강인 대한민국 보치아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올림픽 7연패의 위업을 잇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보치아는 뇌성마비와 중증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특수 경기로 흰색 표적구(잭볼)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공을 던져 표적구로부터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룬다. 동작이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 뇌성마비 장애인에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6회 연속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2010년 리스본 보치아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2011년 벨파스트 보치아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 3개로 종합우승을 하는 등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7년째 보치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지광민 선수는 런던올림픽에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전한다. 지 선수는 “개인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같이 고생한 선수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단체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성마비 1급인 지 선수는 인천의 은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컴퓨터 웹서버 관리 기술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나, 운동을 하고 싶어 은광학교 시절 체육교사였던 김진한 선생님(현 보치아 대표팀 감독)을 찾아가 보치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 선수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목표한 2관왕에 성공해서 2년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고 싶다”며 “런던 하늘에 반드시 애국가를 울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장애인올림픽 양궁 국가대표에는 ‘숙자매’로 불리는 3인방이 있다. 이화숙(46), 고희숙(45), 김란숙(45) 선수는 이름에 모두 ‘숙’자가 들어 숙자매로 통한다. 이화숙 선수는 “희숙이는 예리하게 분석을 잘하고, 란숙이는 침착하게 정리를 잘하는 스타일”이라며 “맨 먼저 내가 쏘고, 그 다음 희숙이가, 마무리는 란숙이가 한다”고 말했다.

김란숙 선수는 이에 대해 “내가 마지막 사수라 부담이 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앞에 두 사람이 있는데 제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느냐. 그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희숙 선수는 “목표가 같다는 것이 우리가 4년을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며 “주위에서 셋이 변함없이 잘 지내는 것을 신기해하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고 선수의 말이다.

“장애가 무능력으로 비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일도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되지 않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에 기뻐하자며 자신을 다독입니다.”

김란숙 선수도 “양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큰 기쁨”이라며 “큰애가 ‘1등 하는 것도 좋지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늘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시합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들 숙자매 3인방은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이들은 세 명의 선수는 “순간순간 같은 생각을 할때도 많고, 시간이 갈수록 서로 닮아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메달을 따면 더없이 좋겠지만, 혹시 아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요행을 바라지 말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 만족하는 우리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사진:위클리공감 제공

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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