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 넘어 정치·안보로…전방위 공조
한·중, 경제 넘어 정치·안보로…전방위 공조[박 대통령 중국 방문 성과]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한·중 정상회담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정상회담이었다. 이번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은 ‘심신지려(心信之旅)’: 새로운 20년을 향한 신뢰의 여정, 즉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면서 새로운 20년의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시안(西安)으로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방중 일정은 중국 최고지도부와의 신뢰강화, 중국 국민들과의 우의 돈독화, 그리고 한·중 관계의 미래비전 방향과 구체적 방안을 내오는 것으로 짜여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먼저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 인사들과 우의를 돈독히 다졌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양국정상 간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 날 댜오위타이(釣魚臺, 조어대) 양원재에서 예정에 없던 오찬 회동을 별도로 개최하는 파격 예우를 보여주었다.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말 그대로 “오랜 친구(老朋友)”로 여기는 대목이다. 정상회담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와 3위인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다. 류엔둥 부총리가 특별히 배석한 칭화대 연설에서는 중국어 연설을 포함시키면서 중국 지식인과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진핑 주석의 모교이기도 한 칭화대를 방문해, 중국어 연설을 함으로써 시 주석에 대한 배려와 함께 마음으로 중국인들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베이징 일정 후 여정은 다름 아닌 시안이었다. 시안 방문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시안은 중국에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장안(長安)으로 알려진 시안은 중국 주(周), 진(秦), 한(漢), 수(隋), 당(唐) 등 역대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천년고도이다. 시안은 또한 현재 중국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서부대개발’과 ‘신형 도시화’ 계획의 중심 도시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갖는 시안 방문은 중국 역사에 대한 존중과 함께 현재 그리고 미래 중국의 발전에 한국이 동참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이번 방중 일정은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을 통한 마음으로부터의 접근, 중국 최고지도부와의 신뢰와 우의 강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과 중국 간에 마음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신뢰’ 형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양국관계 발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한·중은 양국관계를 규정하는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를 특징짓는 말이 이른바 ‘정냉경열(政冷經熱)’이다. 경제분야에서 양국관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지만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북한과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여전히 뿌리 깊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정치·안보 분야에 있어서 관계발전이 더딘 이유 중 하나가 양국 간 신뢰가 부족한데서 기인한다. 이렇게 본다면 양국관계가 ‘정냉경열(政冷經熱)’의 관계를 넘어 ‘정열경열(政熱經熱)’, 즉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안보분야에 있어서도 상호 협력하는 균형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신뢰형성과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남다르다. 한중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의 제목이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이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미래비전을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전략적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안보 분야에서도 비전을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은 발전이 더딘 정치안보분야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의 고위급 전략대화 신설, 그리고 양국 외교장관 및 차관급 상설 대화채널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양국은 정치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과 공유된 인식을 내올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위한 양국 정상의 합의내용은 또한 경제분야에서도 돋보인다.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 협상을 높은 수준의 FTA로 조속히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분에서 중국은 큰 폭의 양보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양국 FTA를 낮은 수준에서 먼저 타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중 FTA가 높은 수준에서 타결될 경우 경제적으로 중국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은 한·중 FTA가 한국경제에 의미 있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결되도록 하는 계기를 맞이했다. 경제협력 분야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또 다른 중요한 합의는 중국이 현재 진행 중인 ‘신형 도시화’계획에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향후 10년간 중국 위안화로 약 40조원(한화 약 7500조원)을 ‘신형 도시화’계획에 투자할 계획에 있다. 이 계획의 추진은 부동산 개발, 도시 인프라 구축, 그리고 내구재 소비시장에 큰 폭의 부수효과를 발생시킨다. 신성장동력과 중국경제가 주는 기회를 찾고 있는 한국에게 매우 의미있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양국 정상은 또한 양국 경제협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부간 협정 1건과 약정 7건 등의 합의서를 교환했다. 합의서는 양국이 상생적 선순환 경제협력 구조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의 경제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데 한·중 양국이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간다는 공유된 비전과 전략적 실천방안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사안들 중 하나가 한·중 간 대북 공조안이 명시적으로 나올 것인가의 여부였으나, 공동성명에 한·중 간 대북 공조안이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외교과제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핵을 용인하지 않고 북한 도발에 원칙적으로 타협없이 대응하면서도 대화와 기회의 창은 열어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북한이라고하는 단절된 공간이 동북아 경제협력에 장애가 되지 않는 단계를 통일로 가는 과정에 상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의 비전에 중국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신정부와 중국의 신지도부가 개최한 첫 한·중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양국이 새로운 20년의 한·중 관계를 위한 첫발을 의미있게 내딛었다는데 있다. 새로운 20년의 한·중 관계는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안보, 경제, 그리고 사회 전분야에 걸쳐 전략적 관계를 내실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1950년대 냉전적 사고로 역행하는 동안, 한·중은 21세기 동북아 시대 미래비전을 공유·실현해 나가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는 약 1세기라고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관찰하면서 급변하는 정치경제적 상황과 조건 변화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 경제와 한반도 정세관리에 주는 기회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치밀하게 진행시켜 나가야 하겠다. 2013.07.02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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