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부결에도...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 유지
청와대는 10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권한대행을 새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새 소장을 임명하지 않고 권한대행 체제로 그냥 가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반대한 인사가 헌재 소장직을 계속 맡는 셈이다. 야당들은 당장 "삼권분립과 국회의 인사 동의권을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회의가 뽑는 권한대행은 어디까지나 헌재 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임시로 헌재의 운영을 맡는 자리"라며 "권한대행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 해도 헌재를 너무 우습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헌법재판관 전원이 김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수행에 동의했다”며 “김이수 대행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소장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하게 돼있으나, 현재 소장도 없고 재판관도 8인만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현 재판관인 김 권한대행을 소장으로 지명하고, 이유정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국회 동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이 후보자는 개인 신상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고, 김 권한대행 임명 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 결과 지금도 헌재 소장 없는 8인 재판관 체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국회 등에선 새 헌재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을 당연한 절차로 봤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발표로 '헌재 소장이 아닌 일반 재판관 후보자만 지명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럴 경우 소장 없는 헌법재판소가 된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국회 무시를 넘어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고, 국민의당은 "분명한 국회 무시이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이와 함께 "김 후보자 스스로 권한대행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런 청와대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헌법학계 원로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삼권분립을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행정부를 통할하는 대통령이 사법부 최고 기관의 수장을 조속히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인데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권한대행으로 삼아 장기간 헌재를 이끌도록 하는 것은 직무 유기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국회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권한대행 체제를 앞으로 1년 더 하겠다는 것은 정상은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마땅한 후임 헌재 소장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헌법재판관 중에서 후임 헌재 소장을 지명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 '코드'가 맞지 않고, 외부에서도 마땅한 인사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회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재판관 임기(6년)만 있고, 헌재 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 임명한다고만 돼 있지 임기 규정이 없다"며 "국회가 입법 미비 상태를 해소할 때까지 소장 권한대행으로 유지하는 게 더 맞겠다는 취지"라고도 했다. 기존 재판관 중에 소장을 임명하면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는 것인지, 잔여 임기만 치르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그렇다면 김이수 후보자 지명 때부터 문제를 삼았어야지 그때는 지명하고 이번에는 하지 않느냐"고 했다. 헌재 내부에선 청와대가 지난 9월 18일 있었던 '재판관 회의' 결과를 권한대행 체제 유지의 근거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회의가 뽑는 권한대행은 어디까지나 헌재 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임시로 헌재의 운영을 맡는 자리"라며 "권한대행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 해도 헌재를 너무 우습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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