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몰고 온 충격으로 전세계가 급속한 경제위기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는 세계 주요국 성장률이 마이너스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고, IMF도 최근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지난 4월 예측보다 하향 조정하는 등 전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OECD와 IMF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올해 경제 성장률 하락이 소폭에 그치고, 선진국 중에서는 성장률이 가장 양호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적극적인 방역과 선제적인 경기 대응, 건전한 재정건전성이 성장률 하락을 막는 방어 기제로 작용해 봉쇄조치 없이도 경제 위기를 무난하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 ‘나홀로 선방’ =28일 블룸버그가 24개 국내외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의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주요 20개국(G20)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8.1%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은 -1.8%로 지난 4월 집계 때의 -0.2%보다 나빠진 것이지만 G20 중에서는 중국(2.0%)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미국(-34.5%),일본(-22.3%),프랑스(-19.6%),이탈리아(-18.5%)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 충격이 가장 작은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지난 24일 IMF가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밝힌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지난 4월(-1.2%) 전망보다 0.9%p 내렸다.
하지만 선진국 평균 성장률이 -8.0%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역성장 폭이 가장 작았다. IMF는 미국 -8.0%, 유로존 -10.2%, 일본 -5.8%, 영국 -10.2% 등으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1월 전망 대비 조정폭도 선진국 중 가장 작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2일 발간한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6%p 하향 조정한 -4.6%로 발표했지만 한국은 지난 4월과 동일한 -0.5%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내년 4분기 코로나19 이전의 성장 수준으로 회복하는 국가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G20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과 대다수의 신흥국이 내년 연말 실질 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을 밑돌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 10일 공개된 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 성장률은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없다는 가정하에 -1.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이지만 주요 20개국(G20)과 37개 OECD회원국 가운데 성장률 조정폭과 절대 수준에서 가장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적극적 방역·선제적 경기 대응=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이처럼 선방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봉쇄조치가 아닌 적극적인 방역으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봉쇄나 셧다운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공세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면서 감염자들을 격리하고 접촉자들을 추적함으로써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했다. 덕분에 봉쇄조치 없이도 코로나19 경제 위기도 무난하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달 발간한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따른 GDP 손실 자료가 이를 뒷받침 한다.
영국이 코로나19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올해 1∼11월 GDP 손실 누적은 30%, 봉쇄조치를 하면 손실이 20%에 달하지만 대규모 진단검사 등 한국식 방역 정책을 도입하면 7%의 손실을 가져 올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경제전망을 통해 “선진국의 경우 미국과 일본 대비 장기간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한 유럽에서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다”며 “다만 한국은 효율적 방역조치 등으로 올해 성장률 하락이 소폭에 그치며 주목할 특이 국가”라고 평가했다.
세계은행(WB) 역시 지난 9일 한국을 긴급의료 지정국가로 선정하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코로나19 대응 조치에 큰 인상을 받았고, 다른 회원국들이 한국경험을 통해 얻을 교훈이 많다”고 전했다.
선제적인 경기 대응 정책도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축소시켰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2차례 추경, 5차례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 등을 거쳐 정부가 추진한 직접지원대책 규모는 총 250조원, 납기유예·만기연장 등 간접지원 규모는 350조원 달한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은 지난 4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며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전방위적 접근과 신속한 경기 대응 정책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평가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23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1∼2013년에 기록한 최고 순위인 22위에 근접한 수치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정실장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번 순위 상승에 일부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건전성도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19 이후 1년새 3번에 걸친 추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빚은 GDP 대비 43%대”라며 “OECD 평균(110%대)의 절반 이하 인데다, 이번 위기에 세계 주요국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경제성장률 전망은 한국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이어 “국제신용평사가 무디스가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재정투입에 따른 부채위험국 14개 국가를 발표했지만 한국은 빠져있다”며 “이는 한국은 추가적인 재정 여력이 있다고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신 “한국모델 주목해야”= 국내 언론은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외신의 평가는 오히려 호의적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세계경제가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코로나19 출구전략을 주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경제활동을 억압하지 않고도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을 억제했고, 그 결과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성장률도 지켰다는 것이다.
미국 타임지도 지난 3월 “‘코로나 19 사태에 한국 모델을 따르기 위해 미국이 해야 할 일’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은 검사확대, 의사소통, 사회적거리두기, 의료진 보호, 감염 증가 예측 및 긴급자금 투입 등의 한국 모델을 본받아야한다”고 극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지난 3월 ‘한국, 코로나19에 허를 찔린 나라들에 중요한 모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세계의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가 앞다퉈 한국을 배우려고 한다”면서 “광범위한 검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전 세계 모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