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아이언돔' 지원 요청에 나토 딜레마…"우리 영공 뚫릴라"
우크라 '아이언돔' 지원 요청에 나토 딜레마…"우리 영공 뚫릴라"
생산 능력 한계…자국 영토 방어용 무기 모자랄까 우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같은 방공망을 갖추도록 지원해 달라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게 요청하고 있으나 나토 회원국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이 러시아의 폭격을 당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방공망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수준의 방공시스템이 드물기 때문에, 러시아 침공을 받은 후 도시 방어에 쓰이던 이런 시스템들을 이동시켜서 전선에서 반격작전에 참여하는 부대를 보호하는 데 써야만 하는 여건이다. 이날 나토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상공에 방공망을 갖춰 주는 것이 '우선 과제'(a top priority)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방공망 구축에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우크라이나에는 독일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독일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이리스-T' 시스템 4기 중 1기가 도착했다. 네덜란드는 1천500만 유로(207억5천만 원) 어치의 미사일을 지원키로 우크라이나에 약속했다. 미국은 노르웨이 방위산업체 '콩스베르그 방위우주항공'(KDA)과 미국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이 개발한 '국가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NASAMS) 8기를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관측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프랑스2 TV와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향후 몇 주에 걸쳐 미사일과 레이다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미스트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지원한 바 있다. 가장 정교한 방공시스템들은 공격을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다와 연결돼 작동한다. 이에 포함된 요격용 미사일은 요격 대상이 회피기동을 하는 경우에도 이를 겨냥해 맞힐 수 있다. 다만 미사일 포대는 필요할 경우에만 아껴서 사용되어야 하며, 유사한 무기들과 함께 묶여서 다층적 시스템이 구성돼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처럼 국토 주요지점들을 방어할 수 있는 방공망을 갖추도록 도와 달라고 나토 회원국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언돔은 고성능이 아닌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미사일을 막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여러 대의 미사일 공격이 동시에 들어오면 방공망이 뚫리는 경우도 가끔 있다. 우크라이나는 24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으며 안전을 위해 전장으로부터 15km 떨어진 지점에서 레이다를 가동시키는 '스카이세이버'를 포함해 영국제 방공시스템도 여러 차례 지원받은 바 있다. 12일 나토 회의에 참석한 취재원들은 텔레그래프에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방공시스템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며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생산 역량에 한계가 있으며,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방공시스템을 계속 보내 주다가는 자칫 자국 영공이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독일과 프랑스 양국은 자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우크라이나는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경우 가장 성능이 뛰어나고 정교한 것으로 평가되는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다가 내부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았다. 나토 회원국들로부터 무기 주문을 받는 방위산업체들은 생산 규모, 운송망, 재고 등 여러 면에서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분량의 방공 시스템을 제공할 능력이 부족하다. 텔레그프에 따르면 나토 관계자들은 회원국들 중 다수가 자국에서 쓸 방공시스템도 아직까지 넘겨받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이는 몇 년씩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가 무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장기 생산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우리 자신에게도 억지력과 방어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계속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중 독일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위해 무기를 주문할 때 과잉주문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나토 관계자들 회의에서는 "키트 100개를 주문했는데 20개만 우크라이나에 보내지고 나머지 80개는 '방치돼 썩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에 대해서도 토의에 들어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푸틴의 협박이 '위험하고 무모하다'며, 협박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에 나토 14개국이 참여하는 핵 억지 연례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재확인했다. 한 나토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가할 경우 거의 틀림없이 많은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물리적 대응이 있을 것이며, 나토 자체가 물리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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