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정형화된 틀 깨고 개성과 다양성 추구해야”
“K팝, 정형화된 틀 깨고 개성과 다양성 추구해야”국내 첫 글로벌 뮤직마켓 ‘뮤콘’서 해외전문가들 조언 하비 메이슨 주니어·롭 슈월츠·버니 조·벤자민 로코지 등 참석 국내 첫 글로벌 뮤직마켓 ‘뮤콘’이 1~2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홍대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대중가요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한국 음악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음악산업 발전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하며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제69회 골든글러브 작곡가상을 수상한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 롭 슈월츠(Rob Schwartz) 빌보드 USA 일본지사장 등 세계적인 음악유통사 관계자와 프로듀서 등이 참여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세계 음악산업 소통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감코리아는 글로벌 뮤직마켓 ‘뮤콘’을 통해 K팝 발전방향에 대해 함께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미국 사람들은 ‘스토리가 있는 가수’를 원해요. 단시간에 공략해서 미국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댄스나 퍼포먼스 만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요. 자신의 음악세계와 음악적인 이야기가 담긴 활동이 있어야만 그 가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대중들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고 봐요.” 미국 음악 프로듀서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는 1일 뮤콘 서울 국제뮤직페어 콘퍼런스 세션에서 ‘아시아 음악의 해외 진출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미국 음악산업의 현황과 한국 음악산업의 미래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싸이 등 한국 가수들의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에 대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평가했다. 메이슨 주니어는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K팝 열풍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개성 있고 수준 있는 뮤지션들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메이슨 주니어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6차례나 수상했으며 휘트니 휴스턴,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수많은 팝스타들과 작업한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다. 메이슨 주니어의 기조연설이 끝난 후 이어진 특별강연 세션 ‘K팝 - 세계 음악의 중심에 서다’ 에서는 롭 슈월츠(Rob Schwartz) 빌보드 USA 일본지사장, 한류음악전문가 버니 조(Bernie Cho) DFSB 콜렉티브 대표, 벤자민 로코지(Benjamin Locoge) 프랑스 파리매치 문화부 헤드, 한세민 SM엔터테인먼트 이사 등 세계 음악의 전문가들이 모여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뿌리내리기 위한 장기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강연 진행을 맡은 버니 조는 미국 교포 2세로 다트머스대 정치외교학과, 캐나다 밴쿠버 필름스쿨을 졸업한 뒤 1992년 한국으로 건너와 음악채널인 KMTV, MTV 등에서 TV Producer로, channel V, ETN 등에서 VJ로 활동해온 한국 음악 전문가이다. 이날 강연 연사로 참여한 롭 슈월츠(Rob Schwartz) 빌보드 USA 일본지사장은 뉴스위크, 타임, 할리우드리포트 등 미국 언론의 도쿄 지사에서 아시아 음악 전문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아시아 음악시장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벤자민 로코지(Benjamin Locoge)는 파리매치 문화부 헤드로 프랑스 파리에서 붐을 이뤘던 한류현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화전문가이자 언론인이다. 한세민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보아 등 한류를 선도하고 있는 가수들의 매니지먼트를 총괄하고 있으며, 이날 K팝에 대한 글로벌 장기진출 전략과 마케팅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롭 슈월츠 빌보드 USA 일본지사장은 빅뱅, 2NE1,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많은 K팝 가수들의 수준 높은 음악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미국 시장은 세계에서도 가장 거대한 시장이다. 한국의 음반기획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TV, 라디오, 토크쇼 출연, 공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글로벌 음악시장에 자신들을 선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삼성, 기아, 현대 등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코리아 브랜드 광고 참여 등 다양한 연계 마케팅을 통해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세민 SM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우리 회사 같은 경우 한 곡을 만들기 위해 전세계의 음악가들에게 작업을 요청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의 시간을 투자한다”면서 “현대자동차 등 많은 기업들과 연계 마케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녀시대 등 K팝 가수들의 음악은 파리에서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음악’이예요. 어린 가수들이 세련된 춤과 노래로 파리의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모습은 저에게도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소녀시대 이전에 기억될 만한 히트를 친 한국 가수를 특별히 꼽기가 어려워서인지 ‘신선한 충격’ 그 이상으로 지속될 수 있을 지 장담할 순 없어요. 앞으로 프랑스, 독일 등 전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이어지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힘들 수도 있겠죠.” 롭 슈월츠는 “미국 아티스트들의 경우 어디 출신인지, 부모는 누구인지, 자라온 배경은 어떤지 등 아티스트 한 사람의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며 “그 사람의 스토리를 통해 아티스트의 음악을 더욱 깊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K팝 가수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지속하려면 ‘스토리가 있는’ 음악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금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유하며 싸이의 성공을 일부에서는 90년대 공전의 히트를 쳤던 ‘마카레나’와 많이 비교를 하는데 싸이는 그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며 싸이를 기점으로 K팝 가수들은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세민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연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제2의 싸이’가 나오리라 함부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그렇게 되리라 낙관했다. “아시아시장은 조만간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세계 제2위의 음악시장인 일본에서 차근차근 음악활동을 하면서 전세계 음악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예요.” 특별강연이 끝나고 사석에서 만난 롭 슈월츠, 벤자민 로코지, 버니 조는 K팝의 세련된 음악과 군무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지만 “정형화되고 일원화된 스타일”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며 깊이있고 개성있는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니 조는 연예인으로만 보이는 ‘퍼포머’가 아닌 자신만의 스토리와 색깔이 담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롭 슈월츠와 벤자민 로코지도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버니 조는 “K팝이라고 일컫는 음악들 대부분 비슷한 템포와 비슷한 형식의 음악이 많기 때문에 정형화된 음악의 틀을 깨고 힙합, 락, 인디 등 다양한 음악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해외시장에서 댄스 보다는 음악과 아티스트 그 자체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대에선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 즉 가수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며 “음악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 부터 지켜나가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롭 슈월츠는 “미국시장에서는 그 아티스트의 삶에 얽힌 스토리에 대해서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며 “다양성을 가진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며 깊이 있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롭 슈월츠는 싸이를 예로 들며 싸이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이어가려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남스타일에서 보던 말춤과 같은 ‘Fun(웃기는)’ 댄스는 이후 후속곡에서는 더 이상 선보이지 않아도 된다”며 싸이라는 가수의 신선한 모습은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이미 다 표현됐다고 조언했다. 이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아닌 싸이라는 사람, 그리고 싸이의 진정성 있는 음악에 대해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롭 슈월츠는 “싸이는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 같은 미국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매니저를 만나며 각종 매체의 출연 기회를 얻게 됐으며 미국에서 인기가 더욱 상승했다. 그가 앞으로 지금과 같은 인기를 유지하려면 6~9개월안에 강남스타일 후속곡을 영어로 내놓아 자신의 스토리를 음악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케이티 페리 등 유명 팝가수와 콜라보, 유명 토크쇼 출연, TV, 라디오 출연,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싸이라는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싸이라는 가수의 음악이 어떤 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니조는 K팝에 대해 “Not One Style(K팝은 한 가지 스타일이 아니다)” 이라고 강조하며, 다양성 있는 음악을 통해 전세계 음악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팝 대부분은 반복되는 멜로디, 즉 후크송이예요. 하지만 후크송에 대한 음악영역은 전세계 음악시장을 놓고 보면 아주 작은 영역이죠. 미국, 유럽에서는 락, 힙합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음악이 사랑받아요. ‘K팝’이라는 일부 잣대로 한국 음악을 평가한다면 한국음악은 더 이상 발전은 힘들 거라 봐요. 또 아이돌에게만 일부 편향되는 시각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한국 음악이 사랑받으려면 다양한 음악, 깊이 있는 음악을 세계 음악시장에 선보여야 해요.”
롭 슈월츠도 동감하며 “K팝은 일부 매니아층만이 좋아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이 많다”며 한국의 많은 기획사가 아이돌만 키우는 건 아쉽다며 다양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마케팅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소셜네트워크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위해 TV, 라디오, 투어공연 등을 마케팅 기본 방향으로 삼는다고 조언했다. “강남스타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싸이도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알리면서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게 됐지만 사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소셜네트워크만으로는 장기적 마케팅을 하긴 어려워요. 싸이도 이걸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TV 토크쇼, 라디오, 브랜드 광고 등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꾸준히 자신을 알려야 하고 자신의 음악과 삶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다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일시적인 붐’이 아닌 에너지가 넘치는 ‘강력한 매력을 가진’ 음악이라는 것은 공감하며 애정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전에 없던 신선함’이예요. 다크호스처럼 나타나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죠.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오래 지속하기 어려워요. 자신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깊이있는 음악이 있어야 해요. 물론 이것을 잘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도 뒷받침 돼야 하고요.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지속적으로 공략한다면 K팝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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