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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이어 이문세도 돌아온다

  • [시민방송뉴스통신]
  • 입력 2013-05-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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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3-05-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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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이어 이문세도 돌아온다

[임진모의 즐거운 대중문화 읽기 ⑤] 이문세, 컴백하는 또 한명의 ‘레전드’

1980년대의 최고가수들 가운데 최근 컴백 센세이션을 일으킨 조용필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이 이문세다. 그는 조용필 공연이 끝난 바로 뒤인 6월1일 같은 장소인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공연으로 대한민국 관객들의 지난 세월을 돌려주고 싶다”는 취지 아래 ‘대한민국’으로 공연 타이틀을 정했다.

돌이켜 보면 그는 과거에도 조용필의 인기 아성을 위협할 만큼 존재감이 급부상했던 경험이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의 라디오진행자 활동 중인 1985년에 발표한 ‘난 아직 모르잖아요’의 빅히트를 계기로 그는 톱 DJ이자 특급가수로 떠올랐다. 당시 “조용필이 일본 활동으로 국내에 부재한 사이에 이문세가 최고가수 자리를 꿰찼다”는 언론보도까지 등장했다. 당대의 가왕 조용필과 겨룰 정도의 대중적 위상을 빠르게 확보했던 것이다.

오는 6월 1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란 타이틀로 단독 공연을 하는 가수 이문세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오는 6월 1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가수 이문세가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가 갑작스레 인기 꼭짓점으로 점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까지 20~30대 여성들, 특히 대학 출신이나 직장여성들은 국내 음반시장의 본격적인 수요자로 등장하지 않았다. 소비자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무렵 대부분의 우리 가요는 남성 중심적인 노랫말이었고 선율도 지극히 전통적인 패턴, 이를테면 약간은 트로트적인 느낌 이른바 ‘뽕끼’에 쏠려 있었다.

고학력 여성들 구미에 맞는 ‘하이 센스’가 대중가요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할까. 1987년 가을에 만난 한 신문사 여기자의 토로와 환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여자들 나이와 감성에 맞는 노래들이 정말이지 그동안은 없었어요! 이제 우리가 제대로 들을 노래가 나온 거예요. 그게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입니다.”

가공할 이문세 스타덤은 ‘트리오 합작’의 산물이었다. 그 세 사람은 최고 DJ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이문세, 클래식에 바탕을 둔 장조풍이지만 슬픈 멜로디에다 고감도 노랫말을 선사한 이영훈, 그리고 이것을 스튜디오에서 음원으로 창조해낸 편곡자 김명곤이었다(어느새 셋 중 둘이 우리 곁을 떠났다).

특히 여성을 사로잡은 작사 작곡자 이영훈의 멜로디와 가사의 주조술은 신비에 가까웠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광화문연가’, ‘시를 위한 시’와 같은 노래는 지금 들어도 선율이 고급스럽고 로맨틱의 극치를 이룬다. 그의 멜로디에는 무엇보다 상기한 대로 ‘뽕끼’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나중 노래인 1991년 ‘옛사랑’과 1999년의 ‘슬픈 사랑의 노래’로도 이영훈의 진가는 충분히 확인된다.

이문세는 노래로 그 낭만적 무드를 수요자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클래식이나 다름없는 이영훈의 팝 발라드에 대중가요적 터치를 부여하기 위해 조금은 뚝뚝 끊어서 불렀다. 여기에 여고생, 여대생, 직장여성이 대규모로 걸려들었고 나중에는 남자들도 반응했다. 이게 그를 단숨에 가요계의 전설로 승격시킨 중요한 음악적 이유일 것이다. 후배가수들은 이문세 노래가 얼핏 만만하게 들리지만 막상 부르려고 하면 생각보다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고백한다.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불어 닥친 ‘80붐’은 마침내 그 시대의 핵심인 그를 불러냈다. 조성모, 이수영, 신화, 리즈, 서영은, 김범수 등 수많은 후배가수들의 다투어 이문세 곡을 리메이크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이문세 제네레이션(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 세대가 아닌 아이돌 그룹 빅뱅도 ‘붉은 노래’를 불러 2009년과 2010년을 휩쓸었다.

근래 틴에이저와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계통의 필요성을 느끼는 듯 전설적 존재 즉 레전드(Legend)를 찾아내 섬기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레전드의 소환’이라고 할까. 조용필 그리고 올해 가수인생 30년을 맞은 이문세가 그들이 불러내고 싶은 레전드 중 우선순위에 해당할 것이다. 간만에 베테랑가수들의 잇단 가세로 가요계의 숙원인 신구의 공존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물론이고 ‘80’가수들이 지금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을 보는 게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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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모 음악평론가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92년부터 대중들에게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2003)’,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2004)’ 등 대중음악 관련 저서를 출간했으며 라디오와 TV, 잡지,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동 중이다. 음악 웹진 ‘이즘’을 운영하고 있다. 

2013.05.20 임진모  음악평론가

시민방송 기자 simintv@simintv.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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