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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시 : 유은희
낭송 : 이온겸
더 늦기 전에 우리 그만 섬으로 내려가요
청산도 도락리 바다로 넓은 창을 내요
시집과 레코드판과 턴테이블로 방 한 칸 들여요
나는 창틀에서 물결 한 장 뽑아내 식탁보를 깔게요
김발 김 빠득 말려 참기름에 자르르 무쳐낼게요
돌미역에 오이랑 풋고추 숭숭 썰어 냉국을 만들게요
금방 따온 굴로 새콤한 초무침을 할게요
그대가 낚아 올린 각시볼락은 붉은 양념 발라 쪄낼게요
다정큼나무 울타리 삼아 이른 저녁식탁에 마주 앉아요
내 서투른 젓가락질로 먼 파도소리 한 점 떼어 그대 수저에 올릴게요
누릇누릇해진 눌은밥까지 노을에 다 불려먹어요
돌확의 초저녁달 휘휘 풀어 수저 두벌 담가두고 우리 나가요
칠게랑 참고둥이랑 보리새우랑 갯지렁이랑 바지락이랑 가리맛이랑
소라가 구멍 집으로 잘 찾아 들었는지 손전등으로 들여다봐요
한 눈 빠끔 뜨고 내다보는 개펄의 창문들 꼭 닫아줘요
밤새 어린 별들의 이소를 아득히 지켜봐요
통통배가 몇 차례 창문을 지나가고 먼 섬이 밀려와 코앞에 닿기 전에
늦잠에서 부스스 일어날 거예요
낚시 대 드리우고 앉은 그대를 못 본 척 소리소리 불러댈 거예요
■ 유은희 시인
ㆍ전남 완도 청산도 출생.
ㆍ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동 대학원 졸업.
ㆍ2010년 국제해운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
ㆍ시집 『도시는 지금 세일 중』 출간.
ㆍ인문라이브러리, 독서 글쓰기 외 강사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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