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공수호의 꿈 잠시나마 이뤘어요”
“영공수호의 꿈 잠시나마 이뤘어요”217대1 경쟁률 뚫은 4기 국민조종사 4명, T-50·KT-1 타고 한 시간가량 비행
꿈은 이루어진다. 아니, 꿈은 이루어졌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창공을 누비는 꿈을 국민조종사란 이름으로 실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난 10월 25일 오전 ‘2013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공군 청주국제공항 에어쇼’ 개막식을 앞두고 분주해진 공군 조종사들 사이로 눈에 띄는 네 명의 조종사가 있었다. 공군에서 선발한 제4기 국민조종사 이윤수(37·교수), 이현재(34·회사원), 황치웅(38·중등교사), 최진서(26·간호사) 씨다. 이들 중 이윤수 씨는 1975년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공군 조종사인 고(故) 이복규 소령의 딸이다. 고 이복규 소령은 사고 당시 28세로 결혼한 지 8개월, 이윤수씨가 태어나기 6개월 전이었다. ‘모태 공군가족’인 이윤수 씨가 공군 조종사를 꿈꾼 것은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우리나라에 조종사 꿈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게 이번 국민조종사 선발에는 870명가량이 응시했다. 최종 선발까지 경쟁률은 217 대 1. 1차 서류심사를 통해 40명, 다시 오디션 방식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8명으로 압축됐다. 이들 8명은 10월 15일 항공우주의료원과 공군 생환훈련부대에서 실시한 비행환경적응, 생환훈련을 함께했고 그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최후의 4인이 제4기 국민조종사가 됐다. 이들 국민조종사들은 청주에어쇼 개막과 동시에 공군의 최정예 조종사들과 함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국산 기본훈련기 KT-1을 타고 한 시간가량 비행했다. 이윤수·이현재 씨를 태운 T-50 편대는 청주공항을 이륙해 서해대교 상공에 다다른 후 비행훈련 기본 과목들을 수행하고 동해항 상공을 거쳐 귀환했다. 황치웅·최진서 씨가 탑승한 KT-1 편대는 청주공항을 이륙해 독립기념관, 안면도 상공을 지나 기본 비행과목들을 수행한 뒤 국립대전현충원 상공을 거쳐 청주공항에 안착했다. 이윤수 씨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나라 산하가 너무 예뻤다”고 남다른 경험을 한 소감을 전했다. 아버지 뒤를 잇고 싶어하던 그의 대학 진학 당시는 공군사관학교 여학생 입학이 허용되지 않던 시기다. “초음속 비행 중력을 느끼며 정말 감격했어요” “우리나라가 개발한 T-50을 정말 타보고 싶었어요. 초음속 비행, 중력을 느끼면서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비행 중 교신을 통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조종사의 모습을 보니 조국 영공 수호란공군 모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T-50 탑승자인 이현재 씨는 어린 시절 가오리연을 보며 조종사 꿈을 키운 ‘비행 소년’이다. 안타깝게도 적록색맹인 탓에 포기했다. 대신 민간조종사 과정, 우주인선발대회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번 국민조종사 도전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 중력가속도 적응훈련이었다고 전했다. “놀이기구에 탑승할 때 평소의 두세 배 되는 중력의 압력을 받는다고 하는데, 중력가속도 적응훈련에서는 5배가량의 중력을 20초 동안 견뎌야 했어요. 일부 도전자는 몇 초 만에 기절하기도 했어요.” 이현재 씨는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호흡법도 연습했지만, 정작 훈련에 들어가니 연습한 대로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일반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이착륙 시를 제외하면 비행 중이라는 사실을 잘 못 느끼는데, 전투기는 움직임을 바로 몸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비행을 마친 뒤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이 두 국민조종사가 탑승한 T-50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고등훈련기로서 F-16 전투기급의 기동 성능과 함께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 전방시현기(HUD·Head-Up Display) 등 첨단 장비가 장착되어 있다. 최초의 국산 훈련기인 KT-1에 탑승한 황치웅 씨는 방과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항공과학반’을 만들어 10년간 기초적인 비행 원리, 과학 상식 등 항공전투 시뮬레이션을 지도해 온 ‘국어’교사다. 비행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박식하지만 실제 비행기를 몰아본 경험은 없었다. “실제로 전투기를 타보니 몸으로 느껴지는 압력이나 상황이 다르더라고요. 약 45분가량 비행을 마치고 오니 딱 ‘T익스프레스’를 100번 탄 느낌이더군요. 그러한 육체적·정신적 압력을 견뎌내는 조종사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최진서 씨도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었으나 공군사관학교 입학이 좌절되면서 또 다른 꿈인 간호사의 길을 택한 경우다. 그는 “기기를 장착하고 전투기 안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땅에서 이륙할 때 두렵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하늘로 올라가 서해를 내려다보았을 때 수평선의 아름다움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세상을 거꾸로 보았던 순간이에요. 가장 가슴 설레었던,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에요.” 세 아이들로부터 “엄마가 그 나이에 되겠어?” 하는 소리를 듣던 이윤수 씨, 체격이 작아 불리했던 이현재 씨, “선생님, 조종사예요?”란 질문이 뜨끔했던 황치웅 씨, 비행환경 적응훈련에서 탈락 위기를 겪었던 최진서 씨.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었던 이들은 국민조종사로서 꿈을 이루고 평생 가슴에 남을 추억 하나씩을 간직하게 됐다. 국민조종사를 꿈꾸는 또 다른 이들에겐 아쉽지만, 다음 국민조종사 선발은 내후년 가을이다. 다음 가을의 전설은 내후년으로 기약하시길. [위클리공감·사진:공군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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