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 사고현장, 그리고 경찰관
가스누출 사고현장, 그리고 경찰관[이달의 추모 경찰관] 11월, 故 김유연 경사·故 황재하 상경 건국 이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경찰의 희생은 1만3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희생과 봉사의 경찰정신을 실천하고 순직한 경찰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도록 매달 ‘이달의 추모경찰’을 선정하고 있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경찰청과 함께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사명 앞에 목숨을 던진 경찰관들이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매월 ‘이달의 추모경찰’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11월에는 가스누출 사고현장에서 인명구조 중 순직한 故 김유연 경사와 故황재하 상경이 추모경찰 주인공이다. 1982년 11월 5일 아침 서울 마포경찰서 황재하 일경이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는 날이다. 감기기운으로 비틀거리는 황 일경에게 어머니는 조금 더 쉬다 가라며 만류를 해보지만 황 일경은 “경찰이 그럴 수 있냐”며 집을 나섰다.
아현동 267번지에는 도시가스 정압장이 설치되어 있다. 정압장은 배관압력을 조절하여 도시가스 공급을 관리하는 곳이다. 오후 4시경, 이 곳에서 파출소로 다급한 신고가 접수된다. “가스관 보수 중에 가스가 누출되었다” 마포서 기동순찰대 소속 김유연 경장은 동료경찰관들과 인근 지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갑자기 차량내 무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가스유출 사고다. 인명피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들이 가스정압실의 뚜껑을 열자 머리가 어질거릴 정도의 독한 가스가 훅 하며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3m 아래의 지하 공간에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작업인부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한 김유연 경장은 망설임없이 지하로 향하는 사다리에 몸을 실었다. 황재하 일경도 김 경장의 뒤를 따랐다. 유독 가스가 가득찬 공간에서 방독마스크는 소용이 없었다. 밀려드는 가스를 참으며 힘겹게 지하로 내려갔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김 경장과 황 일경도 인부들 곁에 쓰러지고 말았다. 경찰·소방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쳤으나 가스 농도가 워낙 높아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3시간이 경과된 뒤 구조요원들이 현장에 들어갔을 때에는 김경장과 황일경, 인부 3명 모두가 이미 숨진 상태 뒤였다.
사건 후 20여년이 흐른 2004년. 故 황재하 상경 부조상은 당시 비용 부족으로 제작하지 못했으나 마포서 직원들이 뜻을 모아 모금을 진행, 마침내 2009년 11월 김 경사의 부조상 옆에 나란히 세워지게 되었다. 평소 “사명에 충실한 삶이 가장 보람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김유연 경사, 생전 화재 현장에서도 직접 뛰어들어 사람을 구할 정도로 의협심이 강했던 황재하 상경. 목숨으로 경찰의 사명을 사수한 두 사람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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