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추모공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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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정글 트레킹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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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화원, 치앙마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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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하게 하는 실화_조서환(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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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광교산 전승기념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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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수필 문학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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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들면 봄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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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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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한국물향기문학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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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수필 낭독회(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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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만난 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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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이창식문학상 수상 수필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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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이창식문학상 수상 수필 낭송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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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 청양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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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전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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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옥창열 작사 송택동 작곡 강찬규 김한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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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꽃이 된 그대에게-옥창열 작사 송택동 작곡 김한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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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포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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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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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봉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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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지왕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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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생명의 약동, 미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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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돌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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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에 빠지면 손가락을 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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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풍속 순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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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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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창 열
신(神)은 있는가? 육체를 떠난 영혼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가 죽은 뒤에 가는 세계가 과연 있는가? 종교마다 천당이니 극락이니 제각각인데 과연 어느 쪽 말이 진리인가?
누구나 한 번쯤 가졌던 의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초등학교 때부터 불교에 심취하여 3년간 육식을 금하면서 매일 불경을 독송했고, 왜색불교인 일련정종, 기독교, 라엘리안 등 종교편력을 거쳤다. 원불교와 도교, 모르몬교, 이슬람교 등은 서적을 통해 접했다. 자연과학은 물론 심령과학과 역리학 관련 독서와 TV 철학강의도 도움이 되었고, 각 종교 성지를 직접 순례하면서 생각을 가다듬었다.
신(神, god)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종교의 대상으로 초인간적, 초자연적 위력을 가지고 인간에게 화복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존재’라고 되어있다. 같은 말로서는 귀신과 하느님(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 있고, 비슷한 말로서는 신령과 천신, 삼신 등이 있다.
이외에도 신이나 귀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은 뒤에 남기는 넋이나 영혼, 혼백을 이르기도 한다. 귀신 중에서도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귀는 도깨비라고 부른다.
또한 신을 전지전능한 창조주로 보느냐(기독교), 만물에 내재하는 혼백 정도의 개념으로 보느냐(불교)에 따라 뜻이 크게 달라진다. 후자의 경우에도 잡신이 등장하고 제사를 지내고 귀신을 공경하지만, 무신론으로 분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신이라도 차원과 수준이 달라서 완전히 별개로 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에서 말하는 창조주를 신이라고 본다면, 불교는 그런 신을 믿지 않기에 무신론이라는 이야기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는 신을 전지전능하고 의식을 가진 창조주 내지 절대자로 본다. 여호와, 야훼 또는 알라신이 인간과 우주 만물을 창조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주 야훼를 ‘모든 존재하는 것을 존재케 한’ 거룩한 하느님으로 생각하여 함부로 부르는 것조차 금기시 하였는데(다른 명칭인 엘로힘을 사용), 예수가 등장하면서 스스로 주를 칭하자 ‘육체를 가진 인간인 예수가 어떻게 하느님일 수 있겠는가’하는 의심을 했고, 그런 의심이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게 만들었다.
불교에도 제석천 등 잡신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불교의 신은 수련을 통해 완성된 인격체인 부처(깨달은 자)보다 못한, 중생으로서의 신이다. 불교의 최고경지인 부처는 엄연히 신이 아닌 인간이며, 신은 그 한 수 아래 레벨인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창조주 신과는 완전히 다르며, 이 때문에 불교는 ‘신이 없는’(무신론) 종교로 분류된다.
유교는 현실세계에 대한 윤리를 강조할 뿐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불가지론적 입장을 견지한다. 제사를 지내지만, 죽은 사람이 와서 제삿밥을 먹고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충성과 효도의 연장 선상에서 정성을 다하도록 가르친다. 귀신을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말라고 했는데, 이 말은 제사는 정성스럽게 올리되 푸닥거리 같은 지나친 행위는 삼가라는 뜻이다. 유교 개조인 공자는 신과 죽음 같은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에 대해서는 말하려 하지 않았다.
도교는 만물이 이름 붙일 수 없는 초월적이고 혼돈상태인 도(道)에서 생성되며, 생성 이후 각자의 본성을 얻어 일정한 형체를 갖춤으로써 비로소 사물이 된다고 여겼다. 따라서 만물의 생성과 변화와 소멸은 도의 무의식적 자기운동의 결과일 뿐이라고 본다. 도교도 제사를 모시지만, 의식을 가진 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생성된 만물에 내재하는 혼백으로서의 신을 모시는 의미가 강해서 불교나 유교의 신관에 가깝다.
스스로 불교와 비슷하다고 하는 라엘리안은 창조주인 하느님이 신이 아니라 우리보다 25,000년 앞선 문명을 가지고 지구로 온 우주인(엘로힘=하늘에서 온 사람들)이며, 이 우주인이 DNA 조작을 통해 자기 형상 그대로 인간을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그 우주인을 만든 자는 또 다른 행성에서 온 우주인이고…….신도 영혼도 존재하지 않으나 과학의 힘으로 영생을 누릴 수 있으며, 그들의 행성에 예수나 모하멧, 석가 같은 훌륭한 분들이 모두 모여 불사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인생의 목적이 기쁨을 얻는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면서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를 모두 인정할 뿐 아니라 낙태와 안락사, 인간복제에 찬동하는 등 가장 진보적인 견해를 편다.
인간과 신의 존재 및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고민했던 실존주의 철학자나 문인사상가 중 샤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카뮈는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야스퍼스, 마르셀, 베르자예프, 세스토프 같은 유신론자도 있었고 키르케고르, 파스칼 같은 중간자적 입장을 가진 자도 있었다.
최근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호킹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중력과 같은 물리학 법칙에 의해 우주는 무(無)로부터 스스로 창조될 수 있으므로 신이 굳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현대물리학의 연구성과 중 양자론에서는, 어떤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소립자나 시공간이 무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중력장에 의해 텅 빈 공간에서 빅뱅을 통한 물질의 창조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창조론(유신론) 지지단체 소속 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종교를 배격하는 과학은 맹목적인 신앙만큼이나 위험하며, 과학과 신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논박했다. 과학자 중에서는 아인슈타인과 라이프니츠가 유신론자로 알려졌는데, 아인슈타인이 믿었던 신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과는 다른 범신론에 가까운 것으로 무한한 우주의 신비스러운 조화와 합리성을 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 존재로서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오른 철학자나 과학자들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그만큼 이 문제는 알기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도올 김용옥은 TV 강의 시, “누가 나에게 신이 존재하냐고 묻는데, 그런 질문은 가장 저급한 형태의 질문으로 답변할 가치를 못 느낀다. 신도 신 나름이고 개념이 다 달라서, 굳이 답변하자면, 노자 도덕경 첫머리에 있는 ‘도를 도라고 이름 붙이면 그것은 이미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可道)를 빗대어 ‘신도 신이라 이름 붙이면 그것은 이미 신이 아니다’란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얼마 전 중국 유교성지 여행 때 동행했던, 비교종교학 공부하신 분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신학자 겸 철학자 폴 틸리히(1886-1965)와 중세 독일의 신비 사상가 마이스터 에카르트는 절대자(신)는 존재와 비존재를 넘어서는 그 무엇으로 시공과 인간의 인식능력을 초월한다고 했다. 우리의 한정된 머리나 지식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고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조차 없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앎이나 생각은 모두 한정되고 불완전하므로 절대자를 놓고 이렇다저렇다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이다. 노장사상과 완전히 일치되는 표현이고 불교의 공사상과도 닮았다. 도올이 한 이야기도 이 범주인 듯하다.
내가 느끼기에는 도올이나 틸리히, 에카르트의 표현은 아무래도 “그 문제는 나도 잘 모르겠소”라는 말로 들린다. 다만, 이러한 견해를 밝히는 사람들은 신을 믿기는 믿되 절대자로 보기보다는 만물에 내재하는 근원적 원리 내지 혼백으로 보는 쪽에 가까운 듯하다.
이제,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주요 종교의 신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기독교에서는 '전지전능한 창조주'를 말하고, 불교에서는 '윤회설'을 말하고 있는데, 과연 믿을 만한가?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있다면 그냥 이 세상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면 되지 무엇하러 전쟁과 살인, 강도 등 온갖 흉악범죄와 재난, 기아, 갈등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들어 힘들게 할까? 아무래도 창조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힘을 못 쓰는 평범한 신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전지전능하기는 한데 일부러 고난을 강요하는 심술궂고 못된 존재로 숭배할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가 아닐까?
기독교 성경은 현재 지질학자들이 방사성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45억 년이라고 확정한 지구의 나이를 6천 년 정도로 터무니없이 줄여 잡았고, 4~5천 년 전의 인간수명은 지금의 소와 말 정도인 20세 정도라고 하는데 아담이 930년을 살았다고 하는 등 믿기 어려운 과학적 오류들이 많다. 17세기 영국의 대주교로 당대의 석학으로 불렸던 제임스 어셔가 성경을 보고 연대를 계산해 지구가 만들어진 것이 BC 4004년이라고 발표한 이후 모든 기독교인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18세기 프랑스의 박물학자로 진화론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조르주 뷔퐁이 지구의 나이가 적어도 74,000년 이상이라는 새 학설을 발표하자 신학자들과 성직자들이 분노하여 들고 일어나 결국 그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4대 복음서는 예수 사후 70~100년이 지난 무렵에 저술되었는데, 예수의 행적을 직접 목격하고 가르침을 받은 제자가 아니라 후세 인들이 전해오는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신빙성이 약하다. 동정녀 출생,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불치병을 고치는 등의 각종 기적, 십자가형, 부활 등의 주제는 예수뿐 아니라 예수 탄생 500년 전부터 중동 일대에서 똑같이 회자하던 신화로 이집트의 오시리스, 시리아의 아도니스, 터키의 아티스, 이란의 미트라스,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등의 이교신앙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복음서 내용 가운데 이교신앙에 미리 나타나지 않은 주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나아가 예수의 가르침조차도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이교신앙의 현자들이 이미 앞서 말한 것들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 이스라엘에 출장을 가서 그쪽 정부기관과 회의를 끝내고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그쪽 과장급 직원에게 물었다. “기독교는 이스라엘에서 나와서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위대한 종교다. 그런데 이스라엘인들 중 기독교인은 10%밖에 안 되고 90%는 유대교를 믿는다는데, 어찌 된 일이냐?”고 했더니 “우리는 예수가 역사가 아니라 신화라고 믿기 때문이다.” (Because we believe Jesus is not history, but myth)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귀국하여 관련 서적을 사서 읽어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불교 개조인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현대 과학으로 보아서도 별로 어긋난 점이 없는데, 딱 한 가지 윤회설이 걸린다. 혈기가 있는 모든 것은 항상 일정한 수가 있어 더하거나 덜함이 없으며, 생전에 선업을 쌓으면 좋은 가문에 태어나고 악업을 쌓으면 소나 개 같은 축생으로 태어난다는 이상한 말이 그것이다.
진화론을 공부해 보면, 지구에 번성한 수많은 생물은 일정한 수를 유지하며 생멸한 것이 아니라 미생물로부터 시작하여 고등생물로 진화하면서 지구환경에 따라 일시에 번성하거나 멸종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지적했더니, 독실한 불교도 한 분은 미생물과 고등생물을 통틀어서 생각하면 그 수가 항상 일정하다고 항변하는 것이 아닌가.
삼봉 정도전은 불씨잡변에서, 숨을 내쉬었다 다시 들이쉴 때 똑같은 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초목의 잎이 떨어진 후 이듬해 다시 자란다 해서 지난해의 잎이 되살아난 것이 아니며, 우물의 물을 길어다 쓰면 다시 솟아나지만 이미 길어간 물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오는 것이 아니고, 봄에 10섬을 파종하면 100섬을 거두어들이니 똑같은 수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라며 윤회설을 비판한다. 윤회설은 정신의 불멸을 기초로 하지만, 정신이란 불과 같아서 불이 꺼져버리면 연기와 재가 다시 합하여 불이 될 수 없듯이 사람이 한번 죽은 후에 혼기와 체백이 다시 합하여 생물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도올 김용옥도 TV 강의 시 삼봉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면서, 윤회설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고, 다만 석가모니 당시 인도사회의 윤리적 요청으로 만들어진 허구라고 했다. 실제, 하층민들은 엄격한 카스트 제도의 질곡 속에서 윤회설 같은 희망이라도 있어야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았겠는가.
중국 춘추시대의 큰 도적으로 악명높은 도척은 수많은 양민을 죽이고 간을 꺼내 술 안주로 삼는 등 악행으로 유명했지만 천수를 누렸고, 상(은)나라 말기 고죽군의 백이와 숙제 형제는 부친 사후 영주자리를 서로 양보하고 군주에 대한 절의를 끝까지 지킨 선량한 사람들이었지만,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 죽었다. 이조 6대 왕인 단종은 아무 죄도 없었지만 자녀 한 명 없이 대가 끊어졌는데, 조카인 단종과 친동생 2명(안평, 금성대군) 및 사육신 등 70여 명을 죽이고 집권한 세조는 죽을 때까지 13년간 왕 노릇을 했을 뿐 아니라 이조 멸망 때까지 전부 그의 직계 자손들이 대를 이어 즉위하여 부귀영화를 누렸다. 김일성은 북한지역에서 종교를 말살하고 수많은 성직자를 학살하였는데도 반세기를 집권하고 여든을 넘어 장수했고, 김정일은 수많은 북한주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근 20년간 집권하면서 일흔 살이나 살았다.
대체로, 악한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아무래도 잘못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고 선악의 판단도 시대나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이나 인과론이 반드시 맞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선한 사람이 잘 되고 악한 사람이 잘못되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세상사란 거다. 인간의 운명에는 무수한 변수가 있어서 시대적, 장소적, 혈통적 환경에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평민은 과거도 못 보던 시대가 있었고,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은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과 운명이 같을 수 없다. 재벌집 아들로 태어난 사람과 국숫집 아들로 태어난 사람도 다를 것이다. 다른 조건이 똑같아도 운명을 개척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 어떤 도움을 받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석가모니를 변호하자면, 윤회설은 불교만의 이론이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등 당시 인도사회에서 성립된 모든 종교에서 주장한 개념이고, 유교의 제사처럼 이미 대중적 정서가 되어 있었기에 그것을 부정하고서는 대중을 설득하기가 어려웠고, 또한 그것을 수용해도 기본교리에 별로 어긋나는 바가 없었기에 그리했을 것이다.
한편 15세기 프랑스의 대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쓴 ‘제세기’에 보면, “1999년 7월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와 지구는 멸망한다”고 했으나 이미 13년이 지났는데도 지구는 멀쩡하다. 히틀러와 2차대전, 자동차와 비행기의 출현 등을 족집게처럼 맞추었다던데 헛소리였나. 실제로 제세기를 보면, 토정비결처럼 막연하고 상징적인 언어로 가득 차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1990년대 초 어느 해 1월 신문에 캐나다 유명 예언가의 ‘그 해의 사건예언’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L.A. 지진을 정확히 예언하는 등 용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기사를 오려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1년간 지켜봤다. 고르바초프와 부시 암살, 에이즈 치료제 개발 등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릴 때 우리 집에, 신이 들려 가정을 등한시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남편에게서 쫓겨난 점쟁이 아줌마가 여러 달 동안 아래채에서 같이 산 적이 있다. 그때 점치는 모습이나 굿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는데, 실제로 신과 소통한다는 확신을 주질 못했다.
종교와 신비 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다 보니 신동립 기자의 ‘귀신은 있다’를 비롯하여 스웨덴보르그가 쓴 ‘영계에서 온 아내의 편지’, ‘나는 영계를 보고 왔다’ 등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전생이니 구명시식이니 신통력이니 염력이니 흥미진진한 것이 많았다. 스웨덴보르그는 천리밖에서 화재난 것을 알아맞히는 등 신통력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의 이야기로는 영계가 종교와는 상관없이 선하고 악한 영혼의 유형에 따라 빛의 세기별로 끼리끼리 모여있더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천당이니 극락은 어떻게 되는 건가?
몇 년 전 SBS-TV에서 방영한 ‘기적은 없다’ 프로에서 미국에서 온 수염이 허연 노인이 누구든 기적이 사실이란 걸 증명하면 백만 불을 주겠다고 했는데, 증명해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투시나 심령치료, 숟가락 구부리기, 물체이동, 공중부양 등 우리 주변에서 거론되는 수많은 기적 내지 신비 현상에 대해 그 미국노인은 낱낱이 사기, 엉터리임을 증명했다. 여러 회에 걸쳐 시리즈로 방영되었던 이 프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동남아, 유럽을 넘나들며 녹화한 것이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풍수 인기도서 ‘터’를 저술한 육관도사 손석우는 생전에 역대 대통령 가족의 묘터를 봐주는 등 당대 최고의 지관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모 방송국 PD수첩 고발에 의하면, 그가 최고의 길지라며 잡아준 묘지에 물이 나오는 등 묘터로 적합지 않은 사실이 다수 밝혀져 말썽이 되었고, 굴착 장비까지 동원해 검증해보자며 나오라고 해도 끝까지 회피하였다. 고객에게 명당을 잡아주겠다고 유혹하여 상당한 돈을 갈취했다가 사기죄로 피소되기도 했다. 보학(족보) 연구에 매진하고 일제가 우리 명산에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자며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운동에도 앞장서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으나 풍수의 최고대가라는 그 때문에 풍수에 대한 환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또 그는 풍수지리사상의 천통일원 원리에 의해 98년부터 남북교류가 활발해져 99년 통일되고, 2003년에는 55세쯤 되고 복을 타고난 남한사람이 남북통일 대통령이 된다고 예언했으나 헛방으로 끝났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에 대한 견해는 종교나 민간신앙, 학자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체로 육체를 떠나 홀로 존재하는 영혼적 실체를 뜻한다는 데는 일치된다. 그렇다면, 그러한 존재가 과연 가능하며,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신이나 사후세계란 “말만 무성하지 아직 증명된 것은 없다”이다. 석가모니나 공자, 노자는 정직하게 잘 모른다고 하거나 아예 여러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예수나 모하멧은 자신 있게 하느님 세계에 대해 말했다. 그럼 어느 쪽이 진리인가? 어느 쪽이든 인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나온 방편이라고 보지만, 나는 전자가 과학적으로 더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점쟁이나 무당, 예언자는 실제 신과 교신을 한다기보다 뇌파(두뇌의 각성상태)가 극단적으로 활성화된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러한 것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현상일 뿐 초자연현상이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어떤 종교를 믿는가와는 상관없이 기도를 열심히 하면 때로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것도 신의 도움이라기보다는 정신집중과 잠재의식의 발현으로 큰 힘을 낸 것이라고 믿는다.
신과 연관된 문제로서 과학의 발달에 따라 규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o 자살하거나 억울하게 타살된 영혼은 금방 영계로 가지 못하고 한동안 이승에서 떠돈다는 말이 있는데 광선, 온도, 습도 등 조건이 잘 맞으면 상당한 기간 지하실 등 실내에서 존속할 가능성도 있다.
o 같은 이치로,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지 사흘 만에 부활한 것과 같은 일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o 흩어지지 않고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영혼이 고차원 세계에 존재하면서 우리가 사는 현재의 물질세계를 초월하여 교신하는 것이 입증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영혼이든 뭐든, 생명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결국은 흩어져 소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허공 즉 무의 세계로 사라지되, 질량불변의 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해 에너지로 바뀌어 흩어지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시 에너지가 무기물로, 무기물이 다시 유기물로 변할 가능성은 남아 있겠지만…….
* 옥창열 제1 수필집 『앎이란 무엇인가?』(2015년)에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