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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성우 낭송
요즘 우리 집에 작은 백구 한 마리를 키우는데, 딸과 아내가 맨날 끼고 자면서 애지중지한다. 대접이 나보다 훨씬 나은 듯하다. 아껴주는 만큼 보답을 하는 건지, 딸과 아내가 외출했다 돌아올라치면, 마구 기어오르고 뱅뱅 돌고 야단법석이다.
열예닐곱 살 무렵, 혼자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물기가 질퍽한 습지 주변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구슬픈 음조의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내 주위로 작은 개구리 대여섯 마리가 모여들었다. 우연이겠지. 개구리들이 이동하다가 지나치는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콧노래를 계속 불렀는데, 모여든 개구리 숫자가 점점 불어나서 스무 마리 정도나 되었다.
강아지도 개구리도 사람과 감정이 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마디로, 주파수가 맞으면 서로 감응하는 것 같다. 왕산악이 거문고를 타면 현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란 생각이다.
사람도 똑같다. 서로 주파수가 맞으면 오래 가고, 무슨 이유든 그게 잘 안 맞으면 중간에 깨진다. 성장 배경이 다르고 취향이 제각각인 남남이 만나서 주파수를 맞추기가 그리 쉽겠는가.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야한 화장을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설가가 있었는데, 나는 그런 여자를 보면 꼭 귀신 같다. 기초화장만 한, 순박하고 시골틱한 얼굴에 더 끌린다. 휴가 나온 군바리에게는 치마만 둘렀다 하면 할머니도 예뻐 보이고, 시장하면 소찬 한두 가지가 산해진미보다 나은 법이다.
아름다움이나 맛의 기준도 나의 주관적인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대를 탓할 것 없이 내가 바뀌면 상대에 맞출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지직거리는 라디오 주파수를 잘 맞추어서 선명한 방송을 청취하듯이, 남녀관계도 인간관계도 주파수를 맞추려고 노력해보자. 그리해서 이 세상이 잡음 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제공=옥창열
공무원 퇴직
한국문인협회, 경기문학인협회 회원
경기수필가협회 부회장
석교시조문학상(2017)
경기문학인 대상(2019)
수필집 『앎이란 무엇인가』(2015)/『앎이란 무엇인가 2』(2019)
시조집 『가슴에 사랑을 심자』(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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