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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필 낭송
옥창열
닭은 인간에게 알과 고기를 준다. 제 한 몸 바쳐 인간의 피와 살이 되고서도 불평 한마디 없다. 그야말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이다. 효부 열녀가 열이 모인들 제 살을 희생할까.
힌두교도는 소를 먹지 않고, 회교도는 돼지를 먹지 않는다. 그런데 지구촌 어디에도 닭을 먹지 않는 곳은 없다.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도 예수와 열두 제자 앞에 치킨이 놓여 있다. 그만큼 기르기 쉽고 요리하기 쉬운 단백질원이라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다. 수탉은 새벽이면 어김없이 홰를 치며 우렁차게 울어, 부지런한 농사꾼에게 하루가 왔음을 알린다. 남존여비 시대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요상한 속담을 낳기도 했지만.
수탉은 힘이 좋다. 보통 수탉 한 마리에 암탉 열 마리 정도를 풀어놓는다. 안 그러면, 암탉은 수탉 등쌀에 깃털이 빠지고 건강을 해치기 일쑤다. 투지도 좋아서 사람들이 돈을 걸고 투계 판을 벌이기도 한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에는 투계를 좋아해서 ‘치킨 조지’로 불리는 사나이가 나온다.
수탉에게 강아지가 다가오면 목덜미 깃털을 빳빳이 세우고 팔짝팔짝 뛰면서 마구 쪼아댄다. 체급으로 보아서는 게임이 안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송곳 같은 수탉의 부리에 두어 번 찍히고 나면, 강아지는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줄행랑을 친다.
암탉은 온순하지만, 병아리를 데리고 있을 때는 다르다. 혹여나 제 새끼를 건드릴까, 수탉 못지않게 깃털을 곧추세우고 달려든다. 특히, 솔개가 다가오면 제 생명을 내어놓고라도 병아리를 감싸 안는다.
요즘은 인공 부화를 많이 시키지만, 예전에는 암탉이 알을 품어 부화를 시켰다. 마루 밑 어두컴컴한 곳에서 스무날 정도 거의 먹지도 않고 품으면 병아리가 나온다.
나 어릴 때 일인데, 우리 가족이 욕심을 좀 부렸다. 한 배를 더 빼려고 방금 나온 병아리는 감춘 채 알을 더 놓아두었더니, 암탉이 하염없이 알을 품다가 너무 쇠약해져서 그만 죽고 말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이다.
요즘은 대량 사육을 위해, 한 마리 들어가면 꽉 차는 철사 우리 안에 넣고 기르는 양계장이 많다고 들었다. 운신하기도 어려운 우리 안에서 주는 먹이만 받아먹다가 사람 배속으로 들어간다. 누 천년 자신의 전부를 바친 대가가 고작 이거란 말인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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