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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보노라면 더없이 행복하다. 마치 에덴동산에라도 온 듯. 만지거나 먹는 것도 아니고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만, 꽃은 우리 마음속에 늘 환한 등을 켠다. 그래서인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예쁘고 맑다고 한다.
꽃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는가? 얼마나 칙칙하고 삭막할지. 흔히들 천국을 상상할 때, 눈부시게 내리비치는 햇살 아래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한 동산을 그린다. 흙 위에 떨어진 씨앗이 자라 푸른 숲을 이루었다 해도 꽃이 빠지면 무언가 허전하다. 꽃은 화룡점정이다.
꽃을 보면 벌과 나비는 반가워 윙윙대고, 지나던 길손은 끌어당겨 입 맞춘다. 마음을 홀리는 정열의 자태에 사람도 우주도 문을 연다. 외로운 사람에겐 위안이 되고 고달픈 영혼엔 꽃비가 되며, 누구에게나 골고루 사랑을 줄 뿐 해치거나 배반할 줄도 모른다.
꽃은 아름다움의 대명사다. 크기와 모양, 빛깔과 관계없이 찬찬히 뜯어보면 모두 다 아름답다.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우리는 꽃 같다고 하고, 최고 절정에 있는 것을 비유할 때도 빠짐없이 꽃을 내세운다. ‘꽃 같은 시절’이라 하여 젊음을 상징하기도 하며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꽃은 영감을 자아낸다. 피는 모습, 지는 모습 모두 특별한 감상과 애수를 자아내므로 예술의 장르를 불문하고 으뜸가는 소재가 된다. 우리 삶에서 꽃이 미치는 힘은 아리따운 자태 그 자체로나 또는 상징적인 면으로나 절대적이다.
실상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려다 보니 화려한 자태와 진한 향기를 뽐내도록 진화했다. 바람에 날려 수정되는 풍매화만은 볼품이 없고 향기와 꿀샘이 없는데, 누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어서인 듯하다.
매일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들꽃.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제각기 개성이 있고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세상에 한 떨기 들꽃 이상의 신비가 있을까? 혼탁한 세상에 실망하여 절대자의 존재를 의심하다가도 다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저 고운 자태와 세세 유전하는 오묘한 질서가 과연 우연히 생겨날 수 있는지를.
그러나 대부분 꽃은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우리의 한평생이 덧없음을 잔인하게 일깨운다. 때가 되면 이울겠지만, 살아 숨 쉬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선물을 마음껏 향유하자. 이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를 자각하면 남은 삶이 더욱 풍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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