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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통재라! 실로 곡학아세의 표본이로다!!! 도올의 행태를 보고-
앎이란 무엇인가?
옥창열
나는 도올 김용옥의 팬이었다. 그가 TV에서 한 노자, 논어, 불교 등 동양철학 강의를 감명 깊게 들었다. 유태영 박사의 ‘솔로몬의 지혜’라는 TV 강의 이후 가장 재미있게 경청한 것 같다.
대학을 다니던 때부터 미국에서 잠시 공부하던 시절까지 강의를 수없이 들었지만, 도올의 강의는 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금강경 번역서를 출간하고 서울 화계사에서 출간기념 공개 강의를 열었을 때는 일부러 그 절까지 찾아가 듣기도 했다.
강의 도중에 얼치기니, 개새끼 등등 상소리를 섞다 보니 천박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의 해박한 학문적 깊이에 비하면 그저 애교 정도로 느껴졌고, 나 역시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딱딱한 철학 강의에 그런 상소리는 양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각 종교 관계자들이 도올은 정통이 아니라며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그건 이쪽저쪽 종교를 좌충우돌 비판을 해대서 그럴 게다.
도올은 천안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인으로 자라다가 잠시 머리 깎고 절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대만과 동경, 하버드대에서 마흔이 다 되도록 동양철학을 둘러 파서 박사를 땄다. 고대에서 철학 강의를 하다 양심선언하고 나와서는 원광대 의대에 다시 학생으로 들어가 졸업한 한의사이기도 하다. 각 종교와 동양철학 관련 저서가 몇십 권쯤 되고, 희곡도 쓰고 잠시 신문기자도 한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동서양 철학과 종교사상사를 관통하는 그의 해박한 지식은 내가 수강이나 독서, 경험을 통해서도 쉽사리 풀 수 없었던 의문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신이란 무엇이며 종교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불교의 윤회설은 과연 믿을 만한가 등 가볍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그가 오랜 세월 고생하며 쌓은 지식은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아직 그런 주제들이 100% 명쾌하게 정리된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 해결의 힌트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종교란 꼭 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불교처럼 신이 없어도 훌륭한 종교가 있으며, 어떤 부모에게 그들의 자식이 삶의 희망이고 전부라면 그 자식은 그 부모에게 종교라는 식의 명쾌한 개념 정의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도올에 대한 믿음을 깨는 순간이 다가왔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나고 나서 도올이 좌파 운동권 단체의 서울 봉은사 초청 강연에 나가 한 말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강연내용을 내려받아 보았는데, 대뜸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에는 밑의 놈들이 알아서 기는지, TV든 어디서든 불러주질 않는다.”고 했다. 뭐 이런 정도의 말은 서운한 마음에서 하는 우스개라 치고…. “천안함 사건이 북한소행이라고 하는데 나는 0.00001%도 믿을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땐데,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돈을 처바르냐?” 좌파 세력이 불러서 간 자리니 아부성 발언이 좀 있을 수 있다고 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처럼 식견 있는 학자가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확신도 없으면서 현 정권의 푸대접에 토라져서 인기영합적인 발언을 하는 것인지, 참으로 실망이 컸다. 그에 대한 존경이 컸던 만큼 실망의 폭도 컸다.
정부가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확실한 결론을 내렸고, 고 황장엽 씨도 “김정일이 안 했으면 도깨비가 했겠느냐”고 한 마당에 도올이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부에서 일한 나의 경험과 판단으로도 천안함 사건은 100% 확실한 것인데, 도올이 자신의 푸대접에,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4대강 사업만 해도 강 주변의 대다수 주민과 기초단체장들이 적극 찬성하는 사업인데, 어떻게 좌파 운동권에 동조하여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의아했다.
그렇게 해박한 지식도 자신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무력한 것인가? 그 해박한 지식이 잘못된 입장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이고,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는 논리적 도구로 쓰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졌다. 지식이란 게 이런 거였나, 앎이란 게 참으로 별거 아니었구나! 그때부터는 도올이 강의에서 한 모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옳은 이야기가 더 많았겠지만, 그의 말이라고 맹신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길가의 풀 한 포기 이상의 신비란 없다”던 도올의 일갈에 열광하고, 그의 학문적 성취를 경이롭게 바라보았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식인이라고 별놈이 없구나! 적당한 투자처가 있어 자문을 구하려고 부동산 업자에게 물어보면, 단점만 부각하여 일단 무산시켜놓고 자기 물건을 권하는 그런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오늘부터 요요미팬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20세기에는 통나무 출판사 서적을 사서 열독했고, 2천년대 초에는 도올 EBS, MBC 강연 시리즈를 비디오테잎으로 녹화 뜨고 반복해서 보곤 했던 사람으로서 한때 존경했으나 소위 어용 지식인이라고 자칭하신 분과 같이 곡학아세 하시는 모습에 등을 돌렸습니다.
도올의 우리 국가와 민족의 기여에 대한 생명은 끝이 났으니 부디 아름다운 노년을 조용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옥창열 첫 수필집 『앎이란 무엇인가』(2015년)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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