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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요즘 아이들은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자라서 그런지 티 없이 밝아서 좋다. 영양가 있는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 체구도 더 커졌다. 반면에, 고생을 적게 해서 그런지 끈기와 근성이 부족하고, 차를 많이 타고 적게 걸어서 체력은 오히려 떨어진 듯하다.
저렇게 의지가 약해서야 무슨 일을 할까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내 아이들만 그러한가? 하긴 2,500년 전에 쓰인 노자 도덕경에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서....”란 말이 나온다고 하니, 어른의 눈에 비친 아이란 으레 그런 것인지.
온실 속에서 자란 꽃보다는 비바람을 맞으며 자란 야생화의 향기가 월등하고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감귤도 온실 속에서 자란 것보다는 거센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것이 맛이 좋고, 고기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거센 바다에서 잡힌 녀석이 확실히 맛이 좋다고 한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백합 등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겪은 후에라야 개화를 하는데, 이를 춘화현상(春化現狀)이라 한다. 예를 들어, 개나리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다 갖다 심으면 아예 꽃이 피지 않는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눈부신 인생의 꽃은 혹한을 거친 후에야 피는 법이다.
그런가 하면,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에 비해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의 수확이 훨씬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 인생의 열매는 마치 가을보리와 같아서, 겨울을 거치면서 더욱 풍성하고 견실해진다.
금수저니 흙수저를 이야기하면서 부모를 원망하고 탓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눈물겨운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은 고난과 역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담금질을 많이 할수록 더욱 단단한 쇠가 되듯이 어쩌면 난관에 처했을 때야말로 비로소 그 사람의 진정한 용기와 인간성, 그릇의 크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정복자였던 칭기즈칸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독살당한 후 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긴 끝에 사상 유례없는 대제국을 건설했고,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결혼에 두 번 실패하고 사업을 하다 두 번 파산한 데 이어 상하원 의원 합쳐 다섯 번 떨어졌지만 계속 도전하여 흑인 노예를 해방하고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영국의 시인 밀턴은 격무 탓에 시력을 잃고 실의에 빠졌으나 실명 후에 실낙원을 비롯한 만년의 3대작을 내놓았으며, 미국의 단편소설가 오 헨리는 어려서 양친을 잃고 학교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공금 유용 혐의로 체포되어 3년간 감옥살이를 한 끝에 인간미 넘치는 수많은 작품을 써서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프랑스의 극작가 장 주네는 매춘부의 아들로 태어나 절도 남창 마약밀수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질러 감옥을 들락거렸으나 자신이 경험한 암흑세계를 독특한 문체로 그려낸 극작가로 재탄생했으며, 영국의 동화작가 조앤 롤링은 이혼 후 어린 딸을 데리고 월세방을 전전한 끝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써서 문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억만장자가 되어 인생역전을 이루었다.
이처럼 역경을 성공으로 반전시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시련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더욱 커진다. 기회는 항상 열려있으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사람도 부모 덕에 호의호식하는 부잣집 자식보다는 간난신고를 겪어내고 자수성가한 인물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얻은 빵이 더 맛있고, 어렵게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만족감이 훨씬 더 크다. 그것이 부든 명예든 사랑이든....
얼마나 배웠는가, 얼마나 가졌는가 하는 세속적인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여 실망해서도 안 된다.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행복이란 그 사람의 최후까지 보아야만 알 수 있다는 점을 꼭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 첫 수필집 『앎이란 무엇인가』(2015년)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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